2026년 5월 8일 (5)
“높은 접종률 넘어 실질적 보호로”…고령층 독감 예방접종 전략 전환 필요

“높은 접종률 넘어 실질적 보호로”…고령층 독감 예방접종 전략 전환 필요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률 높지만…입원·사망 부담 커
고면역원성 백신 전략 필요성 제기
“백신 접종 전략, 실제 보호 효과 기준으로 개선돼야”

승인 2026-05-08 14:07:35
한 시민이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한 시민이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국내 고령층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률은 이미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많이 맞는 것’이 곧 ‘충분히 보호받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국내 예방접종 정책의 목표를 ‘얼마나 많이 맞히는가’에서 ‘얼마나 잘 보호하는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2025–2026절기 어르신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사업이 지난달 30일 종료된 가운데 예방접종 정책의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면역 노화로 백신 효과가 제한될 수 있는 고령층 특성을 고려해 기존 표준 용량 백신 중심의 정책을 넘어 고면역원성 백신 등 실질적 보호 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국가예방접종사업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접종률 확대를 중심으로 한 1단계 정책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 국내 65세 이상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률은 약 83%로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인플루엔자 관련 입원과 사망 부담은 여전히 크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현재 단순히 접종률을 높이는 것을 넘어 고령층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2단계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고령층은 면역 노화로 인해 인플루엔자 등 호흡기 감염병에 취약한 대표적 고위험군이다. 70세 이상 고령층의 독감 관련 사망률은 전 세계 평균 대비 최대 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높은 접종률이 반드시 충분한 예방 효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기존 표준 용량 백신의 예방 효과는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약 14% 수준으로 추정된다. 국내 인플루엔자 관련 사망의 약 3분의 2가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행 예방 전략이 고령층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한계의 배경으로 ‘면역 노화’를 꼽는다. 나이가 들수록 면역 반응 능력이 감소해 일반 성인과 동일한 백신만으로는 고령층에서 충분한 면역 반응을 유도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고령층에선 보다 강한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고면역원성 백신 전략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고면역원성 백신은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기존 표준 용량 백신보다 강한 면역 반응을 유도해 예방 효과를 강화한 백신이다. 이 중 고용량 백신은 항원 함량을 4배 높여 고령층의 면역 체계에 더 강한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

대표적인 고용량 독감 백신으로는 사노피의 ‘에플루엘다프리필드시린지’가 있다. 에플루엘다는 대한감염학회가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권고하는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 중 국내 출시 기준 유일하게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에서 기존 표준용량 백신 대비 우수한 효능을 입증한 제품이다.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고령층 맞춤 예방 전략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5월 ‘통합적인 폐 건강 접근법의 촉진 및 우선순위 확립’ 결의안을 채택하고, 호흡기 감염 관리를 국가 보건의 주요 과제로 강조했다. 호주, 오스트리아, 영국, 덴마크, 독일, 그리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주요 국가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고면역원성 백신을 권장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비용 효과 분석을 통해 75세 이상 고령층에서 고용량 백신의 경제성을 확인하고, 올해 10월부터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포함하기로 했다. 기존 표준용량 백신에 더해 고용량 백신을 함께 도입함으로써 고령층의 예방접종 선택지를 넓혔다는 평가다.

대만도 올해 하반기부터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을 공공 예방접종 체계에 도입하고, 요양·양로시설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고령자를 우선 접종 대상으로 설정했다. 고령층의 높은 질병 부담과 기존 백신의 제한적 예방 효과를 고려해 임상적 효과와 비용 효과성을 기반으로 예방접종 전략을 고도화하는 흐름이다.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층에게 독감은 단순한 감기가 아니라 폐렴과 입원, 사망 위험을 높이는 중대한 감염병”이라며 “국가 예방접종 정책도 접종률 자체에 머물 것이 아니라, 실제 보호 효과를 기준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도 ‘접종률이 높은 나라’를 넘어 ‘잘 보호하는 나라’로 목표를 높일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사 AI요약
  • 국내 65세 이상 독감 예방접종률은 약 83%로 높지만, 입원과 사망 부담은 여전히 크다. 면역 노화로 표준 용량 백신의 효과가 제한될 수 있어 고면역원성 백신 중심으로 정책을 ‘접종률‘에서 ‘실질적 보호‘ 기준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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