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대형주가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반도체 장비업체 주성엔지니어링이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실적 역성장에도 불구하고 테슬라향 차세대 태양광 장비 수주 기대와 황철주 회장의 ‘시총 400조원 도전’ 발언이 겹치며 주가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외국인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주성엔지니어링은 전일 대비 5.88%(7500원) 오른 13만5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기준 사상최고가다. 시가총액은 6조2795억원까지 불어났다.
12거래일 동안 91% 올라 ‘사상최고가’
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지난달 20일 상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다음날에도 가격제한폭(30%)까지 올랐다. 이후로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이날까지 상승률은 91.9%에 달한다. 주가가 본격적으로 급등한 지난달 20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은 주성엔지니어링 주식 1765억원어치를 사들여 코스닥 시장 내 에서 가장 많이 사담았다. 기관 역시 같은 기간 228억원을 순매수하며 힘을 보탰다.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 및 태양전지 제조장비, 디스플레이 제조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1993년 설립된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전지 전공정 장비 업체다. 원자층 증착(ALD) 장비를 주력으로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해왔으며, 최근에는 차세대 공정과 에너지 장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3107억원, 영업이익은 31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4.1%, 67.8% 감소했다. 올 1분기 매출액은 54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4.6% 줄었고, 영업손실 70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실적 부진에도 주가가 급등한 배경으로는 테슬라 차세대 태양광 공급망에서 주성엔지니어링이 ‘유력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지목된다. 테슬라는 현재 중국 쑤저우 맥스웰 테크놀로지스와 약 29억달러(약 4조원) 규모의 태양광 패널 제조 장비 도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중 갈등 격화로 중국 정부가 자국 태양광 핵심 기술의 대미 수출 제한을 검토하면서 테슬라의 공급망 전략에도 변수가 생겼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장비 수출이 막힐 경우, 차세대 기술인 이종접합(HJT) 양산 검증을 완료한 업체는 사실상 주성엔지니어링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짚었다.
기존 퍼크(PERC)나 탑콘(TOPCon) 방식은 중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점차 HJT와 HJT-페로브스카이트 탠덤 구조로 기술 패러다임이 이동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이외 밸류체인에서 차세대 태양광 장비 수요가 커질 경우 주성엔지니어링이 구조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채 연구원은 “태양광 장비 설비투자(Capex)를 집행해 2028년부터 연간 태양광 장비 매출액을 1조원으로 반영한다”면서 목표주가 18만9000원을 제시했다. 이어 “2023년 집행한 Capex로 광주 본사에 디스플레이·태양광·반도체 장비 생산 캐파를 확보한 만큼 향후 수주 규모에 따라 매출이 추가로 확대될 여지도 크다”고 덧붙였다.
황철주 회장 자신감 내비쳐…‘ALG에 탠덤 태양전지 기술까지’
1세대 벤처 신화로 꼽히는 황철주 회장의 기술 자신감 역시 투자 심리를 자극한 요인으로 해석된다. 황 회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시총 400조원 규모의 기업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원자층 증착(ALD)을 넘어 원자층 자체를 성장시키는 ‘ALG(Atomic Layer Growth)’ 기술과 탠덤 태양전지 기술력이 그 근거다.
현재 반도체 미세공정의 주류인 ALD는 원자층을 한 겹씩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칩 구조가 극도로 복잡해지고 수직으로 높아질수록 막질의 균일도가 떨어지거나 좁은 틈을 메우는 충진(Filling) 작업에서 한계에 부딪힌다. 반면 주성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ALG는 원자가 스스로 결합하며 성장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폭 대비 높이 비율이 극단적으로 큰 ‘고(高)종횡비’ 구조에서도 빈틈없는 밀도와 압도적인 수율을 유지할 수 있다. AI 반도체 시대를 맞아 적층 기술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주성의 ALG가 대체 불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반도체에서 축적한 ‘증착의 미학’은 에너지 사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화학 기상 증착(CVD)과 ALD, ALG 기술을 총망라해 차세대 ‘탠덤(Tandem) 태양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탠덤 태양전지는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HJT) 위에 차세대 소재인 페로브스카이트를 겹겹이 쌓은 다중접합 구조다. 서로 다른 영역의 빛(밴드갭)을 나누어 흡수하기 때문에 발전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주성은 이미 효율 33%를 돌파하며 기술적 우위를 증명했다. 업계에서는 이 기술이 향후 디스플레이는 물론, 막대한 전력이 소모되는 우주용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핵심 전력원으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술력을 가장 중요시 하는 황 회장의 경영 철학에 따라 주성엔지니어링은 매년 매출의 20~30%를 연구개발(R&D)에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R&D 비용은 1069억원으로 전년 대비 13.5% 늘었고, 매출 대비 비중은 34.4%까지 증가했다.
다만, 밸류에이션 부담을 리스크로 꼽는 신중론도 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분쟁 반사이익으로 태양광 장비 수출 기대로 급등했지만 시가총액 증가 규모를 고려할 때 이는 이미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적에 비해 밸류에이션이 너무 부담스러운 수준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투자의견은 종전 매수에서 ‘보유’로 낮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