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8일 (5)
고령화·통합돌봄·초고가약 부담까지…건보 재정 ‘지속 가능성’ 시험대

고령화·통합돌봄·초고가약 부담까지…건보 재정 ‘지속 가능성’ 시험대

‘2027년도 수가협상’ 개막…보험료율 7.19%
총수입 증가율 감소 추세…2033년 누적 준비금 소진
전체 진료비 中 65세 이상 44% 차지
“정부 정책 따른 추가 재정 수요 예정”

승인 2026-05-08 06:05:03 수정 2026-05-08 06:14:24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가운데)과 6명의 의약단체장들은 7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2027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합동 간담회’를 가졌다. 신대현 기자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가운데)과 6명의 의약단체장들은 7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2027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합동 간담회’를 가졌다. 신대현 기자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대규모 건강보험 재정 지출 요인이 산적한 상황에서 적자 전환이 확실시되고 있다. 지역·필수·공공의료(지필공) 강화 등 재정이 쓰여야 할 곳은 많은 반면 보험료율은 현재 7.19%로 법정 상한인 8%에 가까워지고 있어 추가적인 수입 재원 확보마저 쉽지 않다.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사회 각계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재정 당국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보건의료계 1년 살림살이를 결정짓는 ‘2027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협상(수가협상)’이 7일 막을 올렸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6명의 의약단체장들은 이날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합동 간담회를 가졌다.

‘수가’로 불리는 요양급여비용은 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해 건강보험 당국이 지불하는 대가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1년씩 계약이 이뤄지며, 매년 5월31일까지 건보공단과 의약단체들이 협상을 거쳐 체결한다.

해마다 내는 건강보험료는 수가협상 결과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는다. 국민으로부터 거둔 건강보험료로 의료 공급자에게 수가를 지급하기 때문에 재정을 책임지는 건보공단으로선 수가협상이 한 해 가장 중요한 과제다. 지난해에는 8년 만에 모든 유형의 수가 협상이 모두 체결됐다. 

최근 5년간 수가 평균 인상률은 2021년 1.99%, 2022년 2.09%, 2023년 1.98%, 2024년 1.96%, 2025년 1.93%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2025년 수가 인상률은 △병원 2.0% △의원 1.7% △치과 2.0% △한의 1.9% △약국 3.3% △조산원 6.0% 등으로 타결됐다.

이날 의약단체장들은 경영 어려움을 토로하며 수가 인상 필요성을 주장했다. 유경하 대한병원협회 회장은 “각종 운영비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병원 경영의 지속 가능성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필수의료 강화와 지역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수가 체계의 현실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고령사회 진입…재정 압박 가중

올해 수가 협상은 예년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 재정 지출 요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진료비 증가 압박이 커지고 있고, 이른바 ‘지필공’ 강화를 위한 수가 보상에도 재정 투입이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역사회 통합돌봄 전국 시행,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초고가 의약품 급여 확대 등 정부 중점 추진 사업도 부담 요인이다.

건보공단 입장에서 건보 재정 건전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재정 지출은 늘고 수입 확대 여력은 제한적인 구조가 굳어진지 오래다. 보험료율은 이미 법정 상한에 가까워지고 있어 보험료 인상만으로 재원을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건보료는 법에 따라 월급 또는 소득의 8%까지 부과할 수 있게끔 묶여있는데, 이미 지난 2023년 보험료율(7.09%)이 7%대를 돌파하면서 상한에 가까워졌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건보료율 인상마저 쉽지 않다. 국민적 반발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2024년 7월 성인 10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건강보험 현안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8%인 건보료율 법정 상한을 높이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55.1%가 ‘부정적’이었다. 현재 보험료율은 7.19%다. 2년 연속 보험료율이 동결되고 지난해 0.1%p(포인트) 인상된 결과다.

벌어들이는 것보다 나가는 게 더 늘었다. 지난해 총수입(102조8585억원)은 전년(2024년) 대비 3.8%(3조7715억원) 증가에 그친 데 반해 총지출은 102조3589억원으로 전년 대비 5.1%(4조9963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보험급여비는 수가 인상(1.96%), 전공의 이탈에 따른 비상진료 지원,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등으로 인해 2024년 대비 7조8965억원(8.4%) 늘었다.

지난해 당기수지는 4996억원으로 흑자를 기록했다고는 하나,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계속 제기된다. 총수입 증가율은 2022년 10.3%에서 2023년 6.9%, 2024년 4.4%, 2025년 3.8%로 감소 추세다. 누적 준비금은 30조2217억원을 적립한 상태이지만, 기획재정부는 올해 건강보험이 적자로 전환된 뒤 오는 2033년에는 30조원에 달하는 누적 준비금이 소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과 지필공 강화 등에는 건보 재정 수조원이 추가로 들 전망이다.

올해 재정 적자 전환은 불가피하다. 재정 보전 방식의 고민 없이 투자만 이뤄진다면 건보 곳간은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보건복지부가 2024년 4월 발표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따르면, 건강보험 당기수지는 2026년에 3000억원 적자를 기록하고, 2028년에는 적자폭이 1조8000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재정 건전성’ 확보 총력…“모두의 노력 필요”

가장 큰 부담은 고령 인구 증가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급여비 상승과 직결된다. 건강보험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지출한 진료비는 48조9011억원으로, 전체 진료비(110조8029억원)의 약 44.1%를 차지했다. 노인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544만3000원으로 전체 건강보험 적용 인구 1인당 연평균 진료비(215만5000원)보다 2.5배 높은 수준이다.



2020~2024년 65세 이상 건강보험 급여의약품 청구 현황.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2020~2024년 65세 이상 건강보험 급여의약품 청구 현황.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최근 5년간(2019~2023년) 전체 진료비가 6.5% 증가하는 동안 노인 진료비는 8.1% 늘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급여의약품 청구금액 역시 65세 이상이 총 약품 청구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의약품 청구 현황’에 따르면, 2024년 총 급여의약품 청구금액은 26조9897억원으로, 65세 이상의 청구금액은 12조5832억원(46.6%)을 기록했다. 70세 이상의 급여의약품 청구금은 9조417억원으로 전체의 33.5%를 차지했다.

결국 올해 수가협상의 핵심은 ‘재정 건전성’과 ‘적정 보상’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데 있다.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의료 인프라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당국은 재정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며 불필요한 의료 이용 관리와 지출 효율화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건보공단은 약가제도 개편, 과다 의료 이용 통제, 만성질환·다제약물 관리 등 재정 누수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기석 이사장은 “현재 건강보험 재정은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진료비 증가 압박을 받고 있으며,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추진 등 정부 정책에 따른 추가 재정 수요도 예정돼 있다”며 “건강보험이 국민 건강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지속되기 위해선 가입자, 공급자, 보험자 모두의 재정 관리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시에 중동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고물가·고환율의 여파에 따른 국민의 경제적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균형 있게 반영하는 협상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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