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의 양이 많은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목적을 향해 촘촘히 연결되는 것이 핵심입니다. 기존의 낡은 구조를 허물고 AI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연결 기반을 바로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직장인 비즈니스 네트워크 플랫폼 ‘리멤버’가 500만 회원 명함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간거래(B2B) 솔루션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낸다. 인공지능(AI) 시대일수록 기술 도입보다 AI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고밀도 데이터’ 구축이 먼저라는 판단에서다.
리멤버앤컴퍼니는 7일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에서 B2B 세일즈·마케팅 성장 전략 콘퍼런스 ‘리빌드(RE:BUILD) 26’을 열고 AI 시대 새로운 성장 방정식을 제시했다.
이날 송기홍 리멤버 사업부문 대표는 기조 발표에서 AI 시대 기업 성패의 핵심으로 ‘데이터의 밀도’를 꼽았다. 고객 정보와 영업 기록, 마케팅 자료 등이 조직 안에 흩어져 있거나 최신성이 떨어지면 아무리 AI를 도입해도 실제 매출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그는 AI를 도입한 기업 가운데 79%가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었으며, 재무 효과를 체감한 곳은 39%에 그쳤다고 밝혔다. 현재 기업 데이터의 약 90%가 문서·이메일·영업 기록 등 비정형 상태로 산재해 있어 AI가 학습·활용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진단도 내놨다.
송 대표는 “단순히 양이 많은 것이 필요한 게 아니라 마케팅과 영업이 하나의 목적을 향해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돼 있냐가 핵심”이라면서 “밀도가 낮은 데이터는 그 위에서 구동되는 AI는 그저 더 빠른 속도로 멍청한 결론을 내릴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리멤버는 이런 문제의식 아래 직무·직급·업종·기업 규모·소재지 등 정교한 식별 정보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예컨대 전사자원관리(ERP) 기업이 중소·중견기업 재무·회계 담당자나 최고경영자(C레벨)를 대상으로 맞춤형 리서치를 진행하거나, 구매력 높은 의사결정권자만 골라 광고를 집행하는 식이다.
리멤버에 따르면 회원 500만명 가운데 부장급 이상 의사결정권자 비중은 60%에 달한다. 리멤버는 이용자 광고 식별자(ADID)를 구글·메타 등 외부 플랫폼과 연동하는 '네트워크 광고'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송 대표는 “B2B 사업은 대상이 어떤 기업에서 어떤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 실제 도입 의사는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이직과 승진이 빈번하고 부서 이동에 따라 권한이 바뀌는 국내 비즈니스 현장에서 정확한 소속, 직무, 직급, 권한 등을 확인해주는 데이터가 B2B 성장의 골든 스탠다드”라고 강조했다.
리멤버가 제시한 해법은 B2B 성장 구조의 근본적인 재설계다. 회사는 이를 ‘리빌드(RE:BUILD)’로 정의했다. 핵심 키워드는 ‘리치(Reach·도달)·트러스트(Trust·신뢰)·컨버트(Convert·전환)’다. 불특정 다수가 아닌 정확한 의사결정권자에게 닿고, 가공된 AI 결과물이 아닌 고객의 실제 목소리를 확보하며, 고객을 추적하는 대신 먼저 다가가야 한다는 전략이다.
송 대표는 고객과 직접 쌓은 데이터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고객과 쌓은 퍼스트 파티(First Party) 데이터가 많을수록 AI는 더 정확하게 개인화하고 개인화가 정확할수록 매출은 올라간다”면서 “이 구조는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Agentic) AI’에 대한 경계론도 나왔다. 에이전틱 AI란 사람이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목표를 스스로 수립하고 실행하는 고도화된 AI를 뜻한다. 송 대표는 “에이전틱 AI는 절대 성장의 마법 지팡이가 아닌, 기업의 현재 상태를 광속으로 퍼뜨리는 증폭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 기반이 허술한 상태에서 AI 도입에만 서두르면 오히려 문제가 더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송 대표는 “시장에서 살아남는 기업은 AI가 복제할 수 없는 영역, 즉 ‘고객 경험’을 갖고 있는 곳”이라며 “고객의 진짜 목소리는 가공된 AI 시대에 완벽하게 작동하는 신뢰의 마지막 보루”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