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학생 박모(17)양은 학교 수행평가를 준비할 때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보다 챗GPT와 제미나이를 먼저 켠다. 예전에는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한 뒤 블로그나 지식인 글을 여러 개 열어보며 정보를 찾았지만, 이제는 질문 자체를 문장으로 던진다. 예컨대 ‘기후변화 원인’을 검색하는 대신 “기후변화의 원인과 해결책을 고등학생이 이해하기 쉽게 표로 정리해줘”라고 묻는 식이다. 박양은 “포털에서 검색하면 글이 너무 길거나 광고, 오래된 글이 많아 뭘 봐야 할지 헷갈린다”며 “AI는 먼저 쉽게 풀어줘서 설명해서 이해하기 좋다”고 말했다.
검색창의 권력이 흔들리고 있다. 이용자들은 더 이상 포털에 키워드를 입력한 뒤 수많은 링크를 하나씩 클릭해 정보를 찾는 방식에만 머물지 않는다. 궁금한 내용을 문장으로 묻고, 인공지능(AI)이 정리한 답변을 바로 받아보는 방식에 익숙해지고 있다. 검색의 중심이 ‘링크 나열’에서 ‘답변 생성’으로 이동하면서 포털 중심의 검색 질서도 재편되는 모습이다.
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챗GPT, 제미나이, 퍼플렉시티 등 생성형 AI 서비스가 이용자의 검색 습관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과거 검색은 키워드를 입력하고 링크 목록에서 원하는 정보를 고르는 방식이었다. 이제는 AI에게 상황과 조건을 설명하고 맞춤형 답변을 받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리서치 전문 기업 오픈서베이가 올해 1월 공개한 ‘AI 검색 트렌드 리포트 2026’에 따르면, 챗GPT 이용률은 9개월 만에 39.6%에서 54.5%로 올랐다. 제미나이 이용률도 같은 기간 9.5%에서 28.9%로 증가했다. 오픈서베이는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의 이용률은 늘어난 반면 네이버와 카카오톡 검색 등 기존 검색 채널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주로 이용하는 검색 채널에서는 네이버가 여전히 앞서 있다. 오픈서베이 조사에서 최근 주 이용 검색 서비스 1순위는 네이버가 46%로 가장 높았다. 구글은 17.2%, 유튜브는 11.4%, 챗GPT는 7.2%를 기록했다. 다음은 2.5% 수준이었다. 검색 시장에서 네이버가 여전히 1위 사업자이지만, 추격 속도는 빨라졌다.
세대별 차이는 더 뚜렷하다. 30~50대에서는 네이버 이용률이 여전히 높지만, 10대와 20대에서는 네이버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오픈서베이는 “최근 주 이용률 전체 기준으로 챗GPT와 제미나이는 남녀, 전 연령대에서 유의미한 상승을 기록해 검색 저변을 넓혔으나 네이버와 카카오톡(#검색)은 전반적으로 하락해 대조를 이룬다”며 “특히 10대는 네이버 이용률이 감소한 반면 구글의 이용률은 오히려 증가해 네이버와 구글 간 이용률 격차가 없어진 점이 눈에 띈다”고 했다.
글로벌도 비슷한 흐름…구글도 ‘제로클릭’ 딜레마
이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글로벌 검색 시장 점유율의 약 90%를 쥐고 있는 구글도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다. 구글은 검색 결과에 AI가 요약한 답변을 보여주는 ‘AI 오버뷰’ 기능을 확대하면서 AI 답변이 적용되는 검색 영역은 10%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동시에 ‘제로클릭(Zero-click)’ 현상이라는 새로운 딜레마도 커지고 있다. 이용자들이 링크를 클릭해 외부 사이트로 이동하지 않고, AI가 제공한 요약 답변만 읽고 검색을 끝내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되더라도 실제 트래픽 유입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확산될 경우, 링크 클릭과 광고 수익에 의존해온 뉴스·콘텐츠·광고 시장 전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픈AI와 퍼플렉시티 등 AI 기업들도 검색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이들 서비스는 링크 목록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의 질문에 맞춰 정보를 요약하고 비교해준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여러 사이트를 오가며 정보를 찾는 수고가 줄어드는 셈이다. 반대로 기존 포털과 콘텐츠 사업자 입장에서는 이용자가 머무는 시간이 AI 서비스로 이동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스톱 포털’ 해체…AI 답변·커머스·커뮤니티로 분산
전문가들은 포털 중심이었던 검색 구조가 목적별 플랫폼으로 빠르게 분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복잡한 지식·업무 영역은 챗GPT·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AI로, 장소·리뷰 탐색은 지도와 동영상 플랫폼으로, 콘텐츠 소비는 인스타그램·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 포털이 한 번에 담당하던 ‘원스톱 검색’ 기능이 목적별로 여러 플랫폼으로 쪼개지는 것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이제 포털의 경쟁 상대는 구글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시간을 점유하는 모든 AI 에이전트”라며 “누가 더 정확한 답을 주느냐를 넘어 누가 이용자의 의도를 가장 완벽하게 실행해주느냐가 차세대 포털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