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8일 (5)
릴리 9.4조·애브비 2.7조… 빅파마는 왜 ‘인비보 CAR-T’에 21조를 [글로벌 트렌드로 읽는 K-제약바이오]

릴리 9.4조·애브비 2.7조… 빅파마는 왜 ‘인비보 CAR-T’에 21조를 [글로벌 트렌드로 읽는 K-제약바이오]

중국 비바타바이오, 인비보 CAR-T 개발 위해 650억원 투자 유치… 글로벌 자본이 인비보 방식에 집중
릴리·애브비·BMS·아스트라제네카·길리어드, 인비보 CAR-T 인수합병에 합산 21조원 이상 투입
국내에서는 큐로셀 ‘림카토주’ 허가, 앱클론 임상 2상… 인비보 전환도 착수한 것으로 전해져

승인 2026-05-08 07:39:02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는 매일같이 대형 M&A, 신약 허가, 임상 데이터가 쏟아진다. 그런데 이 이슈들이 국내 시장 및 관련 업체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짚어주는 보도는 많지 않다. [글로벌 트렌드로 읽는 K-제약바이오]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의 주요 흐름을 추적하고, 그 안에서 국내 시장 및 기업의 좌표를 찾아본다. 편집자 주


지난 4일, 중국 상하이의 인비보(체내) CAR-T 개발사 비바타바이오가 시리즈A 투자로 5000만 달러(약 650억원)를 유치했다. 로열밸리캐피탈과 데청캐피탈이 리드하고, 오비메드, 에자이 이노베이션 펀드, 치밍벤처스 등이 참여했다. 중국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소식이지만, 이 딜이 시사하는 바는 단순하지 않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지난 1년간 인비보 CAR-T 분야에 쏟아 부은 인수합병 금액은 합산 166억 달러(약 21조5800억원)를 넘어선다.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CAR-T 치료제의 패러다임이 엑스비보(체외)에서 인비보로 전환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셈이다.
 
엑스비보의 한계… 왜 ‘인비보’로 전환하나
 
CAR-T 치료제는 환자의 면역세포(T세포)를 꺼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뒤 다시 주입하는 개인 맞춤형 세포 치료제다. 1회 투여만으로도 높은 완전관해율을 기대할 수 있어 ‘원샷 항암제’로 불린다. 글로벌 시장에서 출시된 제품은 13개 품목, 시장 규모는 약 50억 달러(약 6조5000억원)를 넘어섰으며, 연평균 45%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비용과 시간이다. 현재 주류인 엑스비보 방식은 환자의 세포를 추출해 외부에서 배양·가공한 뒤 다시 주입하는 과정을 거친다. 제조에 수주에서 수개월이 소요되며, 1인당 치료비는 수억 원에 달한다. 환자마다 개별 제조해야 하므로 대량생산이 원천적으로 어렵고, 면역력이 이미 저하된 중증 환자에게서 양질의 T세포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의학적 한계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인비보 방식이다. 유전자 전달체를 환자에게 직접 주입해, 체내에서 T세포가 CAR-T로 전환되도록 하는 기술이다. 세포를 꺼내지 않기 때문에 제조 공정이 대폭 간소화되고, 비용도 크게 낮출 수 있다. 미국 켈로니아 테라퓨틱스는 지난해 다발골수종 환자 4명을 대상으로 인비보 CAR-T 임상 결과를 공개했는데, 기존 방식 대비 유의미하게 높은 효과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매직RNA도 루푸스 환자 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투여 수시간 만에 B세포가 거의 완전히 소실되는 결과를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발표한 바 있다.
 
빅파마 5곳, 합산 21조 원… 인비보 CAR-T ‘인수 전쟁’
 
글로벌 빅파마들의 행보가 이 기술의 상업적 가치를 방증한다. 일라이 릴리는 인비보 CAR-T 기업 오르나 테라퓨틱스를 24억 달러(약 3조12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켈로니아 테라퓨틱스까지 70억 달러(약 9조1000억원)에 인수하며 단독 합산 94억 달러를 투입했다. 애브비는 캡스탄 테라퓨틱스를 21억 달러(약 2조7300억원)에, BMS는 오비탈 테라퓨틱스를 15억 달러(약 1조9500억원)에 인수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벨기에의 에소바이오텍을 최대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에, 길리어드는 중국 프리진 바이오파마에 16.4억 달러(약 2조13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5개 빅파마가 투입한 금액만 합산 166억 달러(약 21조5800억원)를 넘는다. 이들이 공통으로 확보하려는 것은 LNP(지질나노입자) 기반 유전자 전달 기술이다. 인비보 CAR-T의 핵심은 어떤 전달체로 유전자를 정확하게 T세포에 도달시키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에소바이오텍 인수 당시 “수주가 걸리던 공정을 ‘분’ 단위로 단축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비바타바이오의 650억 원 투자 유치는 이 같은 빅파마 인수 러시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중국 스타트업에까지 글로벌 자본이 유입되고 있다는 점에서 섹터 전반의 투자 관심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국내에서는… 큐로셀 허가, 앱클론 임상, 그리고 ‘인비보 전환’
 
국내 CAR-T 시장도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관측된다. 큐로셀은 올해 국내 최초의 CAR-T 치료제 ‘림카토주’ 품목허가를 획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연구개발부터 임상, 제조, 인허가, 상업 공급까지 전 과정을 국내 기업이 자체 구축한 첫 사례로, 혈액암을 넘어 루푸스 등 자가면역질환과 고형암으로 적응증을 확장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된다.
 
앱클론도 바짝 뒤를 쫓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CAR-T 치료제 네스페셀(AT101)은 현재 혈액암 대상 국내 임상 2상에서 환자 투여가 진행 중이며, 연내 2상을 종료하고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네스페셀은 지난해 9월 식약처 신속처리대상으로 지정돼 허가 심사 기간이 단축될 가능성이 있다. 앱클론은 36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도 마무리하며 네스페셀 상용화와 고형암 CAR-T 치료제 AT501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국내 기업들도 인비보 CAR-T 전환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앱클론은 스웨덴의 스트라이크 파마와 협력해 LNP 기반 인비보 CAR-T 플랫폼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 엑스비보 방식에서 검증한 항체 기술력과 임상 역량을 인비보 방식에 접목하겠다는 구상이다.

큐로셀도 림카토 허가를 기반으로 인비보 CAR-T를 포함한 차세대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카루스바이오(구 엠디뮨)는 올해 4월 사명을 변경하며 인비보 CAR-T 전문기업으로 전환했고, 에스티팜은 LNP 전달체 기술 특허를 확보하며 인비보 CAR-T CDMO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CAR-T 임상시험은 1908건이며, 한국은 36건으로 13위에 올라 있다.
 
릴리가 9조4000억원을, 애브비가 2조7000억원을, 길리어드가 2조1000억 원을 쏟아 부은 이유는 명확하다. ‘꿈의 항암제’ CAR-T가 인비보로 전환되면, 수억 원이던 치료비가 낮아지고 수주가 걸리던 제조가 ‘분’ 단위로 단축된다. 세포 치료제의 대중화가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큐로셀이 첫 허가를 받았고, 앱클론이 임상과 인비보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빅파마 5곳이 21조원을 베팅한 시장에서, K-바이오 기업들이 어떤 좌표를 찍을 수 있을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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