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연일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상당수 개인 투자자들의 체감 수익률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지수 상승분의 상당 부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 집중되고,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90% 가까운 종목이 한 달 새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수 따로, 계좌 따로’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5월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한 비중은 44.3%에 달했다.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상장된 지난 27일에는 두 종목 거래대금 비중이 51%까지 치솟았다. 지난 20년 내 최고 수준이다.
코스피 신고가 랠리 과정에서 ‘삼전·닉스 쏠림’은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 20일 이후 코스피가 약 1000포인트 오르는 동안 삼성전자 상승 기여도는 22%, SK하이닉스는 43%로 두 종목이 지수 상승분의 65%를 책임졌다.
삼전·닉스 독주 속 개별 종목 10개 중 9개 하락
지수와 달리 개별 종목 흐름은 냉랭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5월4~29일) 코스피는 28.4% 상승했지만, 코스닥은 오히려 9.9% 떨어졌다. 업종별로도 반도체와 IT하드웨어를 제외한 대부분 업종이 코스피 수익률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코스피·코스닥 상장 종목 2693개 가운데 매매거래정지된 종목(94개)을 제외하고 2282개(87.8%) 종목이 하락했다. 상승 종목은 313개(12.0%)에 불과했고 보합은 4개였다.
시장 내부 체력을 보여주는 지표도 경고음을 내고 있다. 상승 종목 수와 하락 종목 수를 비교하는 지표인 ADR(상승종목비율)은 이날 기준 51%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는 팬데믹 쇼크 저점이었던 2020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지수가 상승하면 ADR도 높아지지만 최근에는 코스피 급등에도 ADR이 오히려 저점권에 머무르고 있다.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는데 실제로 오르는 종목 수는 많지 않은 ‘K자형 장세’가 뚜렷해졌다는 의미다.
최근 상장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쏠림 현상을 부채질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지난 27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상장 이후 개인 순매수 상위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이 대거 올랐다. 지난 27일 이후 사흘간 개인 순매수 1위는 SK하이닉스(1조6132억원), 2위는TIGER SK하이닉스 레버리지(1조3443억원), 3위는 KODEX SK하이닉스 레버리지(1조2991억원)가 차지했다.
반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종목이 다수 편입된 기존 반도체 ETF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코스닥 반도체 종목들까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실적 기대감 기반 쏠림…6월 확산형 순환매 장세 올까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 같은 쏠림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쏠림의 배경이 단순한 투기보다는 실적 개선 기대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업황 개선으로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 상향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최근 미국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 주가 급등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글로벌 메모리 업종 밸류에이션 재평가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6월부터는 시장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수가 추세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반도체 독주가 완화되면서 다른 업종으로 수급이 확산하는 순환매 장세가 나타나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FICC 리서치부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단기 과열이 일부 해소되는 과정에서 소재·산업재·2차전지·방산·전력기기 등 그동안 소외됐던 업종으로 순환매가 확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 역시 “6월에는 이익 개선이 확인되고 있음에도 낙폭이 과대했던 2차전지·조선·방산·증권 등으로 순환매가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핵심은 주도주 이탈이 아니라 주도주 유지 속 확산”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지금 시장의 관심사는 반도체 강세가 꺾이느냐가 아니라 상승장의 온기가 다른 업종으로 확산될 수 있느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끄는 ‘투톱 장세’가 이어질지, 아니면 소외 업종까지 온기가 번지는 순환매 장세가 본격화할지가 6월 증시의 최대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