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4일 (4)
AI 시대, 다시 ‘사람값’ 묻는 노동자들…산업계 덮친 新노동갈등

AI 시대, 다시 ‘사람값’ 묻는 노동자들…산업계 덮친 新노동갈등

승인 2026-06-03 06:00:05 수정 2026-06-04 13:15:26
AI 시대, 다시 ‘사람값’ 묻는 노동자들…산업계 덮친 新노동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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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사 읽기 정보
분량 약 4분
취재방법 당사자 인터뷰, 전문가 인터뷰, 통계자료
주제 AI 확산 속 성과 배분과 노동 가치 재조정 논쟁이 커지고 있습니다
주의사항 기업별 성과급 요구와 합의 수준이 달라 일반화해 읽지 않도록 유의하세요.
관전포인트 산업계에 확산되고 있는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와 AI 고용 불안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중심으로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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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 지회가 지난 5월 20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우진 기자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 지회가 지난 5월 20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우진 기자
삼성전자와 카카오, LG유플러스 등 첨단산업 기업에서 성과급과 이익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노사 갈등이 단순한 임금 인상이나 고용 안정 문제를 넘어 성과 분배 문제로 확대되면서 노동 가치와 보상을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성과를 만든 건 결국 사람”…첨단산업 전반으로 번진 성과급 갈등

2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는 오는 10일 4시간 부분파업과 집회를 진행한다. 카카오 본사를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이 참여하는 이번 파업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카카오 노조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3~15% 수준에 해당하는 비용을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일부 계열사의 고용 안정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측은 “현재 크루유니언이 요구하는 성과 보상안의 총 규모는 영업이익 기준으로 고려할 때 회사 경영에 큰 부담이 되는 수준”이라며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주주 가치를 높여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부담”이라고 밝혔다.

노조의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는 카카오만의 문제가 아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영업이익 20%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으며 LG유플러스 노조 역시 영업이익 30%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현대차‧기아 노조가 각각 순익, 영업익 30%를 제시했다.

노동자들은 “회사의 성과를 만든 것은 결국 사람”이라고 주장하지만 기업들은 투자와 주주가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지난 4월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동균 기자
삼성전자 노조가 지난 4월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동균 기자
앞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노사가 영업이익을 재원으로 한 성과급 지급에 합의하면서 영업이익 N% 성과급 논의는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하는 성과급 제도인 초과이익분배금(PS)의 상한선을 폐지하고 이를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삼성전자 역시 파업 위기 끝에 반도체 사업부문(DS)을 대상으로 영업이익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 같은 흐름은 해외에서도 감지된다. 삼성전자 노조가 성과급 합의에 도달하자 대만 반도체 기업 TSMC 내부에서는 노조 설립과 파업 필요성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SNS를 중심으로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사례 이후 TSMC 내부에서 성과급과 노조 설립 필요성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확산되자 웨이저자 CEO는 지난달 27일 사내 타운홀 미팅에서 올해 이익배분 보너스가 평균 30% 인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산업계에서는 무노조 경영 문화를 유지해온 TSMC에서 노조와 파업 이야기가 공개적으로 등장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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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더 커진 ‘사람값‘ 논쟁

전문가들은 최근 성과급 갈등의 배경에 AI 확산에 따른 고용 불안 심리도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AI가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 가치와 보상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함유근 건국대 경영대학 교수는 “노동자는 AI로 인해 대체될 수 있어 노동력을 유지할 수 있을 때 더 많은 보상을 받으려고 한다"며 ”이는 경영 역사에 없었던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영자가 기존 노동력을 AI로 대체했을 때의 비용 절감을 계산해 어디까지 보상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이론이 필요하다”며 ”다만 한국은 노동자를 쉽게 해고할 수 없는 구조인 만큼 AI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도 경쟁력 측면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AI는 생산 현장뿐 아니라 사무직과 연구개발 영역까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최근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신규 채용이 줄고 대신 AI를 활용한 1인 창업이나 소규모 조직 운영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 여러 명이 담당하던 업무를 AI가 대체하면서 기업들이 인력 확충보다 생산성 향상에 무게를 두기 시작한 것이다. 기존 기업들도 비개발 직군에 AI 활용 역량을 요구하는 동시에 개발자들에게는 기획 및 사업 이해 역량을 요구하는 추세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월 전국 직장인 1000명(만 19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 결과, AI 도입 이후 채용이 감소했다는 답변은 52.4%에 달했다. 직장에 AI를 공식 도입했다고 답한 근로자(471명) 가운데 인력 감축이나 구조조정을 진행하거나 그럴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23.8%가 ‘그렇다’고 답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GTC 타이베이 기조연설에서 피지컬 AI가 실제 산업 현장에서 노동력을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이날 자율주행과 로봇 기술의 기반이 되는 완전 개방형 옴니모델 ‘코스모스3’를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AI 시대가 본격화될수록 성과 배분을 둘러싼 논쟁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 가치에 대한 요구와 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성과 배분을 둘러싼 논의가 기업의 미래 경쟁력과 분리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과거 노사 갈등과 달리 지금은 AI로 환경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기 때문에 AI의 특성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있어져야 한다”며 ”회사와 노동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우진 기자 jwj39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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