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4일 (4)
성과급 논쟁과 이사의 역할 [권태준의 ‘경제법 이야기’]

성과급 논쟁과 이사의 역할 [권태준의 ‘경제법 이야기’]

승인 2026-05-29 17:36:39 수정 2026-05-29 17:38:27
최근 한 반도체 대기업의 성과급 논쟁으로 온 나라가 들썩거렸다. 작년에 반도체 회사들이 막대한 이익을 거둔 것이 기본적으로 반도체 슈퍼사이클 덕분이라는 점에 이견을 가지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반도체 회사들이 통상적인 수준보다 훨씬 더 많은 이익을 거두었다며 ‘초과수익’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를 두고 다양한 논쟁이 일었다. 노동자는 업황의 부침에 대한 위험부담 없이 사용자로부터 일정한 임금을 지급받으므로, 업황 호조에 따른 수익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는 주장도 있었다. 반면 우수 이과 졸업생들의 과도한 의대 쏠림 현상을 지적하며, 이공계 인력의 처우 개선에 나라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노사는 한동안 접점을 찾지 못하다가 마지막 순간 정부의 중재로 극적 합의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합의 결과에 대해서도 일부 노동자들, 주주단체들이 불만을 표출하며 소송을 제기하거나 예고하는 등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성과급 논쟁이 다른 회사로 번질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ㆍ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근로조건 향상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질서 하에서 허용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이러한 요구 자체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다만 이번 성과급 논쟁에서 경영을 책임지는 이사의 역할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민법 제58조 제1항에 의하면, 법인의 사무를 집행하는 것은 이사들의 고유한 역할이다. 나아가 상법 제393조 제2항에 따라 주식회사에서 이사가 그 직무집행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 이사회는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독할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회사가 막대한 수익을 거둔 경우, 이사는 그 수익을 채무변제, 투자, 배당, 임직원 보상 등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큰 틀의 기준을 마련하여 각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작업을 거쳤어야 한다. 수익 배분은 재원이 한정되어 있어, 어느 한쪽의 몫이 커지면 다른 쪽의 몫이 줄어드는 이른바 ‘제로섬 게임‘의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만약 이사가 그 역할을 하지 못했다면 이사회는 이사로 하여금 그 역할을 하도록 독려했어야 마땅하다. 수익 배분에 대한 전체적인 계획이 존재해야만 노조의 요구가 수용 가능한 수준인지, 아니면 과도한 것인지 사회적으로 평가하고 검증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한 계획이 없다면 성과급 협상은 명분 없는 단순 흥정 이상이 되기 어렵다.

이제 기업의 성과급 논쟁은 단순히 노사간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될 단계를 지났다. 경영진과 이사회가 선제적으로 합리적인 수익배분 원칙을 세우고, 주주와 직원 등 이해관계자들을 투명하게 설득하는 본연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단기적인 실적도 물론 중요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기업가치 제고는 건강한 지배구조를 통해 그 결실을 나누는 과정에서 완성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권태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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