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4일 (4)
고위당국자 “나무호 공격, 이란 外 주체일 가능성↓…미측 정보 입수해 분석”

고위당국자 “나무호 공격, 이란 外 주체일 가능성↓…미측 정보 입수해 분석”

“공격 주체 확인 시 응분의 외교적 공세”
“증거 제시하면 이란측 반응 있을 것”

승인 2026-05-14 17:14:40 수정 2026-05-15 18:00:26
미상 비행채 타격으로 파손된 나무호. 외교부 제공
미상 비행채 타격으로 파손된 나무호. 외교부 제공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격된 한국 화물선 ‘HMM 나무호’ 사건과 관련해 공격 주체가 이란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이를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아직 명확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만큼 최종 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고위당국자가 14일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 이외에 다른 주체에 의한 공격 가능성은 상식적으로 크지 않다”며 “(나무호) 근처에 해적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간 나무호 공격 주체로 언급되어 온 이란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아왔다.

이 당국자는 “거듭 강조하지만 정확한 증거 없이 공격 주체를 ‘이란’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추가 조사를 통해 증거를 제시하면 어떤 형태로든지 어떤 형태로든 이란 측의 적절한 반응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동시에 “(최종 조사 결과 공격 주체가 확인되면) 응분의 외교적 공세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현재 나무호 선체에서 발견된 비행체 엔진 잔해와 파편 등을 국내로 반입해 정밀 분석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잔해는 두바이 총영사관에서 주아랍에미리트(UAE) 대사관으로 옮겨졌으며, UAE 정부와 협의를 거쳐 최대한 신속히 한국으로 들여올 예정이다.

당국자는 “잔해가 국내로 들어오면 국방부에 있는 조사전문기관에서 철저히 조사할 예정”이라며 “국방부에서 기술분석팀을 파견했다. 이들이 정황을 포함한 여러 사실을 밝혀낼 것이다. 그 결과를 국민에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관련 조사를 위해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속 전문가 등 기술분석팀 10여명을 전날 두바이로 급파했다. 이들은 나무호 선박과 선박 잔해, 나무호 피격 현장 등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미상 비행채 타격으로 파손된 나무호. 외교부 제공
미상 비행채 타격으로 파손된 나무호. 외교부 제공
공격에 사용된 비행체의 정체를 두고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전날 “드론이 아닐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드론인지, 미사일인지 아직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행체의 정체를 모른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언급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또 조현 외교부 장관이 전날 “이란만 해도 여러 주체가 있을 수 있다”고 이란 민병대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당국자는 “이란에는 민병대가 없다”고 바로잡았다. 그러면서 “이란 혁명수비대뿐만 아니라 이란 해군이나 테러리스트 등을 모두 대상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라며 “구체적인 조사를 거쳐 주체를 특정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이 최근 호르무즈 해협 내에서 이어지고 있는 상선 공격의 연장선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중동 전쟁 이후 해당 해역에서 발생한 유사 공격은 나무호 사건을 포함해 33건에 달한다. 당국자는 “외교부는 다른 나라 선박 공격 사례들을 조사하고 점검 중”이라며 “타국의 대응도 함께 참고차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간 선박이 공격받은 다른 피해국들의 경우 프랑스는 자국 선원이 해당 선박에 탑승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프랑스를 겨냥한 공격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국은 공격 배후를 특정하지 않은 채 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수준에 그쳤다. 반면 인도는 자국 주재 이란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인명 피해가 발생한 태국 역시 이란 대사를 초치해 항의 의사를 전달했다.

정부는 이러한 해외 사례들을 참고하면서, 외교적 항의 수단과 더불어 한국 선박과 선원의 안전, 호르무즈 해협 주변 안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응 수위를 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HMM 나무호 화재 현장. 외교부 제공
HMM 나무호 화재 현장. 외교부 제공
정부는 이 사건 조사 과정에서 미국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위당국자는 “미국 측과 처음부터 긴밀히 소통하고 있고 미국이 가진 관련 정보도 공유받아 함께 분석 중”이라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한·미 군사 정보 공유 제한이 이 사건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에 관해선 “이번 사건과 연결시키는 것은 전혀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사건 당시 상황이 담긴 나무호 CCTV 영상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외교부 당국자는 “선주 측이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저도 아직 보지 못했다”면서도 “조사 과정에서 선주를 설득해서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나무호를 포함한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되거나 용납될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권혜진 기자
신속하고 정확한 기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쿠키오리지널

전체보기

쿠키피드

전체보기

슥- 넘겨 보는 세상 이야기, 기자의 솔직한 코멘터리까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