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2일 (2)
“일단 일부터, 계약서는 나중에”…공정위, 두산에 과징금 2억3000만원

“일단 일부터, 계약서는 나중에”…공정위, 두산에 과징금 2억3000만원

승인 2026-05-11 09:36:04
공정거래위원회. 쿠키뉴스 자료사진
공정거래위원회. 쿠키뉴스 자료사진

공정거래위원회는 ㈜두산이 수백억원 규모의 시스템 개발 및 관리(SI, System Integration) 용역을 발주하면서 ‘선 작업·후 계약’ 하는 등 법 위반 사항을 적발하고 조치했다.

공정위는 두산이 SI 용역을 위탁하면서, 계약 서면을 미발급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30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두산은 지난 2022년 1월 2일부터 2024년 10월 21일까지 182개 수급사업자에게 총 516건의 SI 용역을 위탁하면서, 하도급대금 등 법정기재사항을 기재한 계약 서면을 각 수급사업자의 용역수행 시작일까지 발급하지 않았다. 이 중에는 용역 시작 후 최대 291일이 지나 발급한 건도 있었다.

이외에도 두산은 13개 시스템 개발․관리 사업자들에게 위탁한 18개 용역계약과 관련해 대금 지급기일, 산출물 검사의 시기와 방법이 명확하게 기재되지 않은 서면을 발급(불완전 서면발급)했다. 더불어 하도급거래에 관한 법정 보존대상 서류를 의무 보존기간(3년) 동안 미보존해 법률을 위반했다.

국내 SI 시장의 총생산액은 2025년 기준 56조원으로 전체 소프트웨어 시장의 57.5%를 차지하며, 최근 5년간 매년 평균 6.58%씩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대기업의 수요가 많아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업종별 내부거래 현황에 따르면, 내부거래 비중이 60.7%(12조3000억원)로 최근 5년간 업종별 내부거래 순위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SI 업계에는 원사업자가 외주용역 위탁시 계약 서면을 발급하지 않는 등 하도급법상 의무를 지키지 않는 관행으로 인해 대금지급 관련 분쟁이 발생하는 등 공정한 하도급 거래질서가 정착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공정위는 2016년부터 업계 상위 SI 업체들의 하도급거래 관행을 점검해 왔다. 지난 2020년에는 매출액 상위 30위 이상 사업자 중 4개사를, 2022년에는 매출액 1000억원 이상 사업자 중 5개사를 조사해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를 바로 잡은 바 있다. 지난 2024년 10월에는 ‘소프트웨어 하도급분야 간담회’와 하도급거래 서면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두산 △DB Inc △KT DS △한진정보통신 △SK 등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5개 SI 업체에 대해 직권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두산 건을 끝으로 이들 5개 사건의 처리를 마무리하게 됐다.

먼저, 서면 미발급 행위에 대한 조치로는 법 위반 계약건수(516건)와 관련 하도급대금(408억원)의 규모가 크고, 수급사업자와의 사업규모 차이도 상당하며, 법 위반이 2년 8개월 이상 장기간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30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가 용역 수행을 시작하기 전에 하도급계약의 내용을 기재한 서면을 발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두산은 182개 시스템 개발․관리 사업자에게 516건의 SI 용역을 위탁하면서 계약 서면을 용역수행 시작일로부터 최대 291일이 지나 발급했다.

다음으로 불완전한 서면 발급 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 상 원사업자가 발급하는 계약서면에는 하도급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에서 정하는 하도급대금의 지급기일 등 필수사항이 기재돼야 한다.

두산은 13개 시스템 개발․관리 사업자에 대한 18건의 계약 체결시 대금을 중간 검수 후 나눠 지급하기로 하면서도 대금의 지급기일 또는 그 기준이 되는 중간검수 시기를 명시하지 않고, 단순히 “중간검수 완료 후”로 불분명하게 기재하였다.

공정위는 이와 같은 행위의 위법성은 인정되나 계약서에 하도급대금의 지급시기․횟수 및 회차별 금액까지는 기재했으므로 법 위반의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해 경고 조치했다.

마지막으로 서류 보존 의무 위반행위 역시 경고 조치했다.

계약당사자는 하도급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에서 정하는 하도급거래에 관한 서류를 거래가 끝난 날로부터 3년간 보존해야 할 의무가 있다. 두산은 9건의 SI 하도급거래에서 필수 보존서류의 일부인 과업지시서(최종 산출물 내용, 검사 시기 및 방법 등 기재)를 미보존한 사실이 직권조사 과정에서 적발됐다.

공정위는 미보존한 서류가 과업지시서에 한정되고, 계약서 등 다른 보존 서류를 통해 계약의 주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법 위반의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원사업자가 용역수행이 시작되기 전까지 계약 서면을 제대로 발급하지 않는 SI 업계의 잘못된 거래 관행을 엄중히 제재해 앞으로 동일․유사한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원사업자의 경각심을 높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첨단산업 분야에 전문화된 조사 역량을 집중 투입해 수급사업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시정할 것”이라며 “법 위반 행위 적발 시 엄중한 제재를 통해 공정한 하도급 거래질서가 확립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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