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외신에 따르면 미 상원 은행위원회는 오는 14일(현지시간) ‘클래리티 액트’ 수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디지털자산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 액트는 가상자산을 증권·상품·기타 자산으로 분류하고 규제 당국의 관할권과 법적 기준을 명확히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대 쟁점은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 조항이다.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과 앤절라 올소브룩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지난 1일 약 1년간의 평행선을 끝내고 절충안에 합의했다. 유휴 보유분에 대한 이자 지급은 금지하되, 결제·송금 등 실제 활용 활동에 대한 보상은 허용하는 방식이다.
서클·코인베이스 등 가상자산 업계는 절충안을 지지하며 법안 조속 통과를 촉구했다. 앞서 지난 1월 업계가 이자 지급 제한 조항에 반대하면서 입법 논의가 중단된 바 있어, 이번 지지 표명으로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은행권의 시선은 싸늘하다. 은행들은 거래소·핀테크 지갑이 예금 우회로로 기능하며 자금을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직접 이자는 금지하더라도, 레이어2 네트워크 포인트·캐시백·수수료 할인 등 형태로 ‘사실상 이자’가 제공될 경우 은행 예금이 구조적으로 밀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 은행업계는 상원 은행위원회 지도부에 공동 서한을 보내 반대 의견과 수정 요구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 통과를 위한 변수도 남아 있다. 상원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최소 7명의 민주당 의원 지지가 필요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자금세탁방지(AML) 조항이 미흡하고 고위 공직자의 가상자산 사업 이익 추구를 제한할 장치가 부족하다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서도 촉각…“구조적 취약성 더 크다” 우려도
국내 금융권은 미국발 스테이블코인 규제 정립이 ‘예금 지형도’를 바꾸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 활성화는 예금 수취·신용 창출·결제 중개라는 은행의 핵심 기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특히 요구불예금 비중이 높은 한국 은행업의 구조적 취약성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원화 예대율은 100~110% 수준으로 글로벌 평균(약 80%)을 크게 웃돈다. 스테이블코인으로 예금이 줄면 대출 축소와 고비용 자금 조달이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제 기능 일부가 스테이블코인으로 이전될 경우 수수료 수익 감소도 불가피하다.
특히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논의에서 미국 법안이 사실상의 ‘참고 기준’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해외에서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결제를 실행하고, API 사용료까지 자동으로 정산하는 구조를 본격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국내 플랫폼·핀테크 기업들도 글로벌 추세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블록체인 기반 정산·결제 인프라와 스테이블코인 연계 전략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다.
하나증권 이준호 연구원은 “클래리티 액트가 가시화되면 미국 디지털자산 시장 전반의 신뢰를 높이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하반기 예정된 미국 실물자산토큰화(RWA) 시장 개화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법안이 구체화될수록 거래소·발행사·인프라 사업자 등 디지털자산 밸류체인의 규제 리스크 할인율이 낮아져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