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2일 (2)
30조 피해·파업동력 상실…삼성전자 사후조정 절실한 이유

30조 피해·파업동력 상실…삼성전자 사후조정 절실한 이유

승인 2026-05-11 16:06:30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이송이 부위원장을 비롯한 노측 대표자들이 11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 제1조정회의실에서 열리는 사후조정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이송이 부위원장을 비롯한 노측 대표자들이 11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 제1조정회의실에서 열리는 사후조정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관련 재협상에 돌입했다. 사후조정이 결렬될 경우, 사측은 물론 노조 역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노사는 11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노사 사후조정 회의를 열고 협상을 재개했다. 사후조정 회의는 오는 12일까지 이틀간 열린다. 사후조정은 조정이 종료된 이후 노사 합의를 거쳐 다시 조정을 실시하는 제도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중재 역할을 맡는다.

협상은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영업이익 15% 성과급 재원 마련 △성과급 상한 폐지 등을 제도화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노조는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관련 영업이익이 3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15%인 45조원을 성과급으로 요구 중이다. 실현될 시, 반도체 부문 임직원은 1인당 6억원에 가까운 성과급을 받게 된다.

임금협상 공동투쟁본부를 이끌고 있는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이날 “회사에서 제도화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 조정이 안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앞서 “조합원이 만족할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망설임 없이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사측에서는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에게 경쟁사 대비 동등 수준 이상의 지급률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제도화는 미지수다. 삼성전자 내부에는 메모리뿐만 아니라 비메모리 사업부, 가전과 모바일 사업부 등도 존재한다. 사업부별 성과급 격차가 커지고 제도화 되면, 또 다른 반발이 발생할 수 있다. 노조의 요구에 응할 시 삼성전자 이사들이 법적 리스크를 지게 될 가능성도 있다. 상법 개정에 따른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협상 결과가 주주 이익을 침해한다고 여겨질 경우,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소액 주주들은 노조의 요구에 따른 경우 사측에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한 번의 사후조정으로 노사 문제가 해결되긴 어렵다”며 “파업 직전까지도 노사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공식적인 사후 조정 후에도 비공식적 접촉이 활성화 돼야 조정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삼성전자 노조가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동균 인턴기자
삼성전자 노조가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동균 인턴기자
문제는 사후조정이 결렬되면 노사 모두 벼랑 끝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노조가 18일간의 총파업을 강행하게 되면 파업 피해는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3일 노조가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을 당시, 메모리 일일 생산 실적은 18.4%, 파운드리는 58.1% 감소한 바 있다.

당장 비용만이 문제가 아니다. 공장이 멈춰 발생하게 되는 글로벌 신뢰도 하락, 협력사 타격 등은 더욱 심각하다. 메모리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미리 계약해 둔 납기를 맞추지 못하면 고객사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빅테크 고객사들이 해외 경쟁사로 옮기게 되면 삼성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타격이 된다. 삼성전자 협력사들도 파업 영향으로 생산일정과 제품 관리 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노조도 부정적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론 악화와 내부 갈등 심화 등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7~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9.3%가 삼성전자 파업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국민의 10명 중 7명은 노조의 요구를 과도하다고 본 것이다. 어렵게 재개된 대화가 빈손으로 끝나면 노조를 향한 비판이 커질 수 있다. 대의명분이 약한 상황에서는 파업 또한 힘 있게 이끌어가기 힘들다.

내부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실리를 추구, 노사 타결을 바라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노조의 적절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정부의 ‘긴급조정’ 카드가 언급되는 점도 부담이다. 긴급조정은 노사 동의 없이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권으로 발동하는 강제 중재 제도다. 파업이 국가 경제나 공공복리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때 발동된다. 긴급조정이 결정되면 파업은 그 즉시 중단돼야 한다. 조정이 불성립되더라도 중앙노동위원회가 중재 회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다만 긴급조정 대상 사업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나 규모가 크거나 성질이 특별한 것에 한정된다. 또한 정부와 노동계간 정치적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문제가 있다. 지난 2005년 아시아나·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당시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것이 가장 최근 사례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임은재 기자
삼성전자 서초사옥. 임은재 기자
전문가는 이번 사후조정이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라고 봤다. 박지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실상 최근 경제를 이끌어 가는 것이 반도체인데 파업까지 가게 되면 부정적 효과가 굉장히 클 것”이라며 “노조의 입장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고 국민 경제를 볼모로 잡았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노조운동 전반에 악영향이 될 수도 있다”며 “합리적인 노조라면 명분 있는 퇴각을 위한 제안에 응해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정부와 법원, 행동주의펀드 등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언급도 나왔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에서 적극적인 중재 목소리를 내야 한다. 성과급에 대한 글로벌 기준을 따르도록 해야 한다”며 “삼성전자의 성과급이 경영계 전반의 기준으로 번질 수 있다. 이 경우, 주주 소송이 이어지는 등 증권시장과 국가경제 모두 혼란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원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도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해 카카오 등 각계에서 영업이익으로 성과급을 달라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요구로 파업이 지속될 시 법원에서 제동을 걸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노조와 소액주주의 이익이 상충하는 상황이기에 행동주의 펀드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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