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월19일 새벽, 독자 여러분은 무엇을 하고 계셨습니까. 저는 편집국에 앉아 입을 벌리고 있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뒤 벌어진 서울서부지방법원 점거 난동을 보면서 말입니다.
기자 생활을 하며 여러 사건을 봤습니다. 이런저런 현장에도 갔습니다. 그러나 이만큼 충격을 준 일은 없었습니다. 그들을 서부지법으로 내달리게 한 건 무엇인지, 어떻게 법원 습격까지 벌어졌는지 고민했습니다.
다양한 요인이 있겠습니다만, 저는 정보와 그것이 퍼지는 방식을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믿고 공유한 이야기들, 누군가 만들고 퍼뜨린 정보들, 충분한 검증 없이 소비된 뉴스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신문을 펼쳐 읽던 시절에는 한 사건을 여러 기사와 함께 볼 수 있었습니다. 관련 기사와 해설도 자연스럽게 붙었습니다. 같은 지면 안에 서로 다른 의견도 함께 실렸습니다. 독자는 의도하지 않아도 여러 관점을 비교하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독자들은 주로 포털사이트와 SNS에서 기사를 봅니다. 복잡한 사안도 잘게 나뉜 채 유통됩니다. 어떤 기사는 사안의 한 장면, 또 다른 기사는 특정 주장이나 반응만 다룹니다. 기사가 파편처럼 흩어집니다. 독자는 제목만 본 채 다음 콘텐츠로 넘어가기도 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생깁니다. 지금의 독자는 정보를 읽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보를 연결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인 사람에 가깝습니다. 한 사안을 여러 방향에서 보려면 스스로 관련 기사들을 찾아야 합니다. 빠진 맥락도 채워야 합니다. 서로 다른 주장도 비교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플랫폼 구조는 그 일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듭니다. 언론 역시 그 구조 안에 있습니다.
그래서 쿠키뉴스는 다른 질문을 던졌습니다.
“플랫폼 자체를 바꿀 수 없다면, 기사 안에서라도 독자가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게 도울 순 없을까.”
그렇게 나온 것이 ‘쿠키 리터러시-뉴스 성분표’입니다.
쿠키뉴스는 8일 홈페이지 개편과 동시에 쿠키 리터러시를 공개합니다. 기사 안에 리터러시 기능을 넣은 건 한국 언론 최초입니다. 지난 2021년 취재보도 가이드북 공개, 데스크 실명제 도입에 이은 시도입니다.
식품을 살 때 성분표를 보듯, 기사를 따져보며 읽을 수 있도록 정보를 함께 넣기로 했습니다.

1. ‘분량’에는 이 기사를 읽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표시합니다. 긴 기사 앞에서 망설이다 돌아선 경험, 한 번쯤 있을 겁니다. 독자가 읽을 시간을 미리 가늠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2. ‘취재방법’도 공개합니다. 기자들은 취재하면서 많은 것을 봅니다. 인터뷰를 하고, 자료를 읽고, 숫자를 비교하고, 서로 다른 주장 사이에서 무엇을 기사에 담을지 고민합니다. 같은 사안을 다뤄도 어떻게 취재했느냐에 따라 기사 성격과 무게가 달라집니다. 물론 취재 과정을 전부 적을 순 없습니다. 다만 주된 방법이 무엇인지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핵심 ‘주제’도 한 문장으로 정리합니다. 제목은 독자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압축되고 강조되기도 합니다. 제목만으로는 다 담기 어려운 내용을 주제 항목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4. ‘주의사항’은 붉은 글씨로 강조했습니다. 이 기사만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부분, 독자가 오해할 수 있는 지점을 적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언론 입장에서는 꽤 불편한 항목입니다. 기사에 담지 못한 내용, 다른 해석 가능성까지 언급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쿠키뉴스는 그 설명 역시 언론의 책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5. ‘관전포인트’도 넣었습니다. 내용을 다른 각도로도 볼 수 있는 힌트를 적었습니다. 기사를 읽는 재미도 조금 더 커졌으면 했습니다.
쿠키 리터러시는 쿠키뉴스의 심층 기사인 ‘쿠키 오리지널’에 우선 적용합니다. 오래 취재했고, 맥락이 중요한 기사들입니다.
지금의 쿠키 리터러시가 완성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어떤 설명이 더 필요한지, 무엇이 불편했는지 독자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합니다. 의견을 계속 반영해 나가겠습니다.
좋은 뉴스는 기사 한 편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그것을 끝까지 읽고, 의심하고, 비교하고, 스스로 판단하려는 독자가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