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주일간 알려진 세 사건의 공통점은 피의자들이 모두 오랜 기간 가족을 돌봐온 ‘간병인’이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범행 직전까지 배우자나 형제, 부모 등 가까운 가족의 병간호를 감당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사유이든 살인은 정당화될 수 없지만, 간병살인은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만 보기 어렵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치매, 중증질환, 거동 불편 환자를 돌보는 가족은 늘고 있지만, 이들을 지탱할 사회적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간병비 지원만으로는 중증 환자를 떠안은 가족의 한계를 막기 어렵다. 민간이 기피하는 고난도 돌봄을 책임질 공공 인프라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국정과제 추진
2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말 ‘돌봄 국가책임제’를 천명하고 국장급 전담 조직인 ‘통합돌봄지원관’을 신설했다. 지난 3월27일 시행된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에 발맞춰 통합돌봄정책과와 통합돌봄사업과를 뒀다. 지난달 31일에는 이재명 정부 출범 1년간의 핵심 성과로 복지 안전망 확대와 돌봄 국가책임 강화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로 나서서도 요양병원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점진적으로 대상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당선 이후엔 간병비 급여화를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서미화 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복지부는 내년부터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저소득 중증 환자에게 본인부담률 20% 수준에서 간병비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5년간 총 6조5000억원을 투입해 간병비에 건보 혜택을 주고, 간병 인력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17년간 간병살인 228건…75.8% 홀로 간병
돌봄 부담이 고용 중단, 가계 파산 등 다양한 사회 문제로 엮이며 정치권의 관심도 크지만, 간병살인·자살의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70대 아버지가 뇌병변과 지적 장애를 앓던 40대 딸을 34년간 돌보다 질식시켜 숨지게 했다. 범행 후 친부 역시 자살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재판부는 친부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홀로 가족 간병인이 되면 직장을 그만두거나 소득이 줄고, 병원비와 약값, 요양비는 계속 쌓인다. 환자를 잠시 맡길 곳이 없어 외출조차 어려워지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채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책임감 속에 고립된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가 지난 2007년부터 2023년까지 유죄가 확정된 간병살인 228건을 분석한 ‘간병살인의 실태와 특성 분석’을 보면 가장 많은 범행 동기는 ‘돌봄 효능감 저하’로 53.0%였다. 75.8%는 다른 가족의 지지 없이 혼자 간병하던 중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가 범행 후 죄책감 등에 자살 시도를 한 비율은 25.4%였다. 간병 부담이 장기화될 경우 우울감과 분노, 무력감이 심해지고 결국 환자와 간병인 모두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건강한 노인이 덜 건강한 노인을 간병하는 ‘노노(老老)케어’는 고착화된 상태다. 간병살인 피해자로는 60대 이상이 66.2%를 차지했고, 가해자 역시 60대 이상이 73.1%로 확인됐다. 장기요양서비스나 방문간호, 주야간보호시설 등이 마련돼 있어도 실제 현장에선 이용 시간과 비용, 등급 판정, 지역별 인프라 차이 등으로 충분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민간에 맡겨진 돌봄 서비스…“중증 간병 사각지대”
사회복지 현장에선 간병살인을 막기 위해 위기 가구 발굴 체계를 촘촘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기간 중증 환자를 돌보는 가족에게 정기적인 상담을 제공하고, 일정 기간 환자를 대신 돌봐주는 단기보호·긴급돌봄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활의학과 전문의인 정형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돌봄 서비스는 사실상 대부분이 민간에 맡겨져 있는데, 공공 돌봄에 대한 최소한의 인프라 투자가 없는 상황에서 제도를 조금씩 바꿔도 중증 간병 영역은 계속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교적 상태가 안정적인 노인이나 장애인은 요양보호사가 방문해 식사를 챙기고 설거지나 빨래, 청소를 도와주면 어느 정도 생활이 유지된다. 낮에는 주간보호센터에 다녀오고 밤에는 집에서 생활하는 정도라면 가정 안에서도 케어가 가능하다. 문제는 중증도가 높은 경우다. 주간보호센터에서도 받기 어려운 환자는 요양시설로 가야 하는데, 시설에서도 이들을 받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밤새 소리를 지르거나 심하게 불안해하는 환자들은 의사로서도 선택지가 많지 않다. 퇴원을 시키거나, 가족을 불러 환자를 안정시키게 하거나, 최악의 경우 약을 써서 재우는 방식이다. 하지만 재활치료 후 비교적 건강하게 집으로 돌려보내는 게 치료의 목적인데, 환자를 재워버리면 재활이 어렵게 되고 결국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정 위원장은 “일부 요양병원에선 이런 환자를 재우는 방식으로 관리하는데, 그러면 가족으로선 ‘차라리 집에서 돌보겠다’며 데려가고 그렇게 집에서 버티다 결국 문제가 터지는 것”이라며 “간병살인이 발생하는 사례를 보면 요양보호사가 왔다가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가족만 남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공적 돌봄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통합돌봄을 이야기하고, 간병비를 지원하겠다고 한다. 아무리 간병비를 지원해도 민간이 맡지 못하거나 맡지 않으려는 영역이 있다. 그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모두가 꺼리는 환자, 감당하기 어려운 환자를 누가 맡을 것인지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 그 부분을 해결하지 않고 간병비만 지원한다고 해서 간병살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