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대선 과정에서 강조됐던 ‘K-조선업 미래 발전 5대 전략’은 정부 출범 직후 123대 국정과제에 반영되며 육성 정책으로 구체화됐다. 정부는 국정과제를 통해 △완전 자율운항선박 및 무탄소 선박 기술 개발 △중소조선사 선수금 환급보증(RG) 지원 확대 △미국 함정 유지·보수·운영(MRO) 신시장 개척 등을 실천 과제로 명시했다.
이러한 정책의 거시적 지향점은 ‘북극항로 시대를 주도하는 K-해양강국 건설’과 ‘4대 제조강국 실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부는 조선업을 반도체, 자동차 등과 함께 국가 주력 산업으로 규정하고, 미래 해상수송력을 확충해 국가 경제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반으로 삼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韓·美 통상 외교 지렛대 된 K-조선…자율운항·AI 야드 구축 ‘속도전’
정부의 조선업 육성 기조와 국내 조선사들의 탄탄한 제조 역량은 ‘한미 관세협상 타결’ 과정에서 통상 외교의 지렛대로 작용했다. 글로벌 공급망 및 무역 질서 재편이 맞물린 상황 속에서 K-조선의 독보적인 경쟁력은 양국 경제 협력의 핵심 자산으로 평가받으며, 자동차 관세 인하 및 수출 확대에도 기여했다.
이는 미국 조선업 재건에 한국 기업이 직접 참여하는 한미 조선협력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본격 가동으로 이어졌다. 양국은 워싱턴 D.C.에서 ‘한미 조선 파트너십 이니셔티브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연내 ‘한미 조선협력센터’를 설립하기로 합의하며, 국내 조선 및 기자재 업체들의 글로벌 판로를 개척할 제도적 기반을 닦았다.
미 함정 MRO 신시장 개척 역시 활기를 띠며 국내 조선 빅3(HD현대·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행보도 본격화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를 중심으로 글로벌 해양 방산 시장 확대를, HD현대중공업은 미 방산기업 안두릴과의 협력을 추진 중이며, 삼성중공업은 미국 현지 거점 확보를 통한 MRO 사업 진출을 준비하며 안보와 경제를 동시에 견인하고 있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친환경 기술과 AX(인공지능 전환) 흐름이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대두되면서, 이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K-조선 미래비전: 모두의 힘으로, 더 큰 미래로’ 간담회를 통해 수소·암모니아 운반선 등 ‘7대 핵심 선종 기술 확보’에 총 525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북극항로 개척을 앞당길 쇄빙기술 적용 선박 개발 지원 등도 포함돼 있어, 경쟁국들과의 기술적 초격차를 벌리고 주력산업 혁신을 이루겠다는 국정과제의 적극적인 이행으로 풀이된다.
스마트 선박 전환을 위한 민관 협력체계도 출범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는 조선·해운·AI 업계 대표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 연합체를 구성했다. 이 연합체는 대형 조선사의 설계 및 시운전 데이터, 해운사의 운항 데이터, AI 기업의 알고리즘 역량을 결합하는 역할을 맡으며, 2030 년경 국제해사기구 (IMO) 의 국제 표준 제정 단계에서 기술 주도권을 선점할 계획이다.
나아가 야드의 제조 시스템 고도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중소기업 상생 방안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24시간 자율 운영이 가능한 ‘AI 조선소’ 인프라 구축에 1조 원을 투자하는 한편, 대·중소 상생금융 펀드를 조성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들이 금융 장벽 없이 스마트 공정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지원을 확대했다.

다만 여전히 기존의 문제점들은 해결되지 못하고 적체되는 상황이다. 본업과의 높은 연계성으로 조선사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해상풍력설치선(WTIV) 등 해상풍력 특수선 시장 육성 계획의 경우, 국내 해상풍력 단지 조성 사업이 지연되면서 내수 시장 성장이 다소 정체돼 전방 산업 인프라의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아울러 현장의 ‘노동 구조’와 처우 개선 문제는 고질적 숙제로 꼽힌다. 현장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15000명 규모의 맞춤형 인력 양성을 추진하는 등 정부가 고용 안정화 대책도 병행 중이지만, 기존에 꾸준히 지적되어온 하청 구조의 한계와 현장 안전 이슈 등으로 인해 현장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실질적 개선 수준은 낮아 여전히 인력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K-조선이 진정한 해양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성장 시스템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 변동성’에 민감한 산업 특성상, 다층적인 현장 환경을 견뎌낼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조선 산업은 중요한 산업인데 위험에 노출돼 있어서 정부의 역할과 노력도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한 만큼, 첨단 기술 확보라는 외형적 성과에 걸맞게 노동 구조도 선진화하는 것이 향후 K-조선 성장 생태계 마련을 위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