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4일 (4)
‘K-유산균’ 키운 50년 산실…5096종 균주 품은 hy 중앙연구소 가보니 [현장+]

‘K-유산균’ 키운 50년 산실…5096종 균주 품은 hy 중앙연구소 가보니 [현장+]

승인 2026-05-28 06:00:05
배양액에 시럽과 향료를 더하고 있다. 이예솔 기자
배양액에 시럽과 향료를 더하고 있다. 이예솔 기자
매일 무심코 마시던 ‘윌’ ‘야쿠르트’ 한 병 뒤에는 5096종의 균주와 50년에 걸친 연구 시간이 있었다. 김치와 인삼 등에서 균을 분리하고, 살아남은 균주를 영하 80도 저장고에 보관한 뒤, 실제 사람 장 환경과 비슷한 실험실에서 다시 효능을 검증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균주를 찾아내는 순간부터 기능성을 입증하고 제품으로 구현되기까지. 이 모든 과정이 이뤄지는 경기 용인 hy 중앙연구소에서 ‘한 병의 프로바이오틱스’가 완성되는 전 과정을 따라가봤다.

양준호 hy 중앙연구소 연구기획팀장은 27일 경기 용인 hy 중앙연구소에서 열린 ‘프로바이오틱스 클래스’ 행사에서 “균주 발굴부터 개발, 생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기업은 사실상 hy가 유일하다”며 “최초라는 정신으로 연구소를 세운 이후 차별화된 연구 역량 확보에 집중해왔다”고 말했다.


김용태 hy 프로바이오틱스팀장이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예솔 기자
김용태 hy 프로바이오틱스팀장이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예솔 기자
hy 중앙연구소는 1976년 식품업계 최초 기업부설 연구소로 설립됐다. 배경에는 창업주의 기술 자립 의지가 있었다. 당시 국내 유산균 산업은 해외 기술 의존도가 높아 자체 연구 역량 확보가 쉽지 않았지만, 연구소는 장기간 독자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그 결과 1995년 자체 균주 국산화에 성공했고, 한국형 유산균 ‘HY8001’을 개발하며 기술 독립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는 수입 균주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hy 프로바이오틱스 연구의 출발점이 됐다.

‘균’이 ‘윌’ 되기까지

이날 공개된 연구소 내부는 단순한 연구 공간이라기보다 균주 탐색부터 기능성 검증, 제품 적용, 양산 전 테스트까지 한 곳에서 이뤄지는 통합 연구 시스템에 가까웠다. 연구소는 크게 프로바이오틱스팀, 신소재개발팀, 유제품팀, 신성장팀 등으로 운영된다. 프로바이오틱스팀이 균주를 찾고 배양·관리하면, 신소재개발팀은 해당 균주가 실제 어떤 기능을 하는지 검증한다. 이후 유제품팀이 이를 제품 형태로 구현하고, 신성장팀은 피부·면역·체지방 감소 등 새로운 기능성 분야로 연구를 확장하는 역할을 맡는다.

김용태 hy 프로바이오틱스팀장이 균주 라이브러리에서 균주를 꺼내 보여주고 있다. 이예솔 기자
김용태 hy 프로바이오틱스팀장이 균주 라이브러리에서 균주를 꺼내 보여주고 있다. 이예솔 기자
프로바이오틱스팀에서는 인삼과 김치 등 다양한 원료에서 미생물을 분리한 뒤 배양 과정을 거쳐 하나의 균주만 선별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살아남은 균주는 안전성과 장 정착 능력 등을 검증받은 뒤 고유 번호인 ‘스트레인 넘버(strain number)’를 부여받는다. 연구소 안쪽에는 추출된 균주를 영하 80도에서 보관하는 ‘균주 라이브러리’도 마련돼 있었다. 연구소는 정전이나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동일한 균주를 서로 다른 공간 3곳에 분산 보관한다. 수십 년간 축적한 균주 데이터를 보존하기 위한 연구소의 관리 체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게 선별된 균주는 이후 신소재개발팀으로 넘어간다. 이곳에서는 균주가 실제 어떤 기능을 하는지 데이터를 통해 검증하는 연구가 이어진다. 쉽게 말해 몸에 좋다고 알려진 유산균이 실제로 어떤 효과를 내는지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단계다.


대식세포에 염증 반응을 유도한 뒤 프로바이오틱스를 처리해 산화질소 생성 억제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 이예솔 기자
대식세포에 염증 반응을 유도한 뒤 프로바이오틱스를 처리해 산화질소 생성 억제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 이예솔 기자
현장에서는 기자가 직접 면역세포에 염증 환경을 만든 뒤 프로바이오틱스를 넣어 반응 변화를 확인하는 실험에 참여했다. 면역세포는 염증이 발생하면 산화질소를 만들어내는데, 연구진은 이를 색 변화로 확인했다. 염증 반응이 강할수록 배양액 색은 짙은 보라색에 가까워졌고, 프로바이오틱스를 처리한 세포는 색이 눈에 띄게 옅어졌다. 항염증 약물을 넣은 대조군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해당 균주가 반응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균주의 효능 검증이 끝나면 연구는 본격적인 제품화 단계로 넘어간다. 제품이 실제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기 전 마지막 시험 무대가 바로 ‘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다. 연구소 안에 실제 생산라인을 축소해 옮겨놓은 일종의 ‘미니 공장’으로, 발효와 살균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는지, 제품 맛과 품질이 일정하게 유지되는지 등을 미리 점검하는 공간이다.


우유와 탈지분유 등을 섞어 만든 배양액. 질감이 거칠고 묵직하다. 이예솔 기자
우유와 탈지분유 등을 섞어 만든 배양액. 질감이 거칠고 묵직하다. 이예솔 기자
이곳에서는 배양액 제조부터 원료 배합, 균질화, 발효 음료 생산까지 실제 생산라인과 같은 공정이 운영된다. hy는 해당 설비 구축에만 약 20억원을 투입했다. 식품업계에서 연구소 내부에 이 같은 파일럿 플랜트를 별도로 운영하는 사례는 유일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장에서는 우유와 탈지분유 등을 섞어 만든 배양액도 직접 맛볼 수 있었다. 처음 상태의 배양액은 덜 갈린 스무디처럼 질감이 거칠고 묵직했지만, 맛은 시판 플레인 요거트와 비슷했다. 이후 균질기 장비로 강한 압력을 가하자 입자가 잘게 쪼개지며 훨씬 부드러운 질감으로 변했다. 실제 우리가 마시는 발효유와 가까운 형태로 바뀌는 순간이다.

균질기 장비로 입자를 잘게 쪼갠 배양액이 추출되고 있다. 이예솔 기자
균질기 장비로 입자를 잘게 쪼갠 배양액이 추출되고 있다. 이예솔 기자
마지막 단계에서는 시럽과 향료 등을 더해 제품의 맛을 완성한다. 이응석 hy 유제품팀 팀장은 “소비자 관능검사와 제품 콘셉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맛을 결정한다”며 “과거에는 보험회사나 중고차 매매단지 등을 직접 찾아가 시음 평가를 진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신성장팀은 연구 단계에 머물던 균주를 실제 제품에 적용 가능한 기능성 소재로 발전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균주의 효능 데이터를 축적한 뒤 식품의약품안전처 개별인정형 원료 인증 절차를 거쳐 제품 출시까지 연결하는 식이다.

‘장 건강’ 그 이후를 연구하다

최근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 장 건강 중심에서 피부 개선과 면역 강화, 체지방 감소 등으로 관심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이에 맞춰 hy도 관련 기능성 연구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이를 위해 국내외 대학·연구기관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며 기능성 검증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최일동 hy 신성장팀 팀장은 “장 건강 외에도 다양한 기능성을 가진 균주를 발굴해 제도권 인증을 받고, 실제 제품으로 연결하는 것이 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최일동 hy 신성장팀장이 대장모사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예솔 기자
최일동 hy 신성장팀장이 대장모사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예솔 기자
최근 hy는 장내 미생물 생태계인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연구소에는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드물게 인체 대장 환경을 구현한 ‘대장모사시스템’이 구축돼 있었다. 실제 사람의 대장처럼 상행·횡행·하행 결장 구조를 재현한 설비로, 장내 미생물 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실험실 안으로 들어서자 특유의 분변 냄새가 먼저 코를 찔렀다. 설비 한쪽에는 일반 분변이, 다른 쪽에는 프로바이오틱스 균을 투입한 분변이 담겨 있었는데, 연구진은 이를 비교하며 균주 투입 전후 마이크로바이옴 변화를 관찰하고 있었다. 사람을 대상으로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장내 환경 변화를 실험실에서 구현해 분석하는 셈이다.

양준호 hy 연구기획팀장이 ‘프로바이오틱스 클래스’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예솔 기자
양준호 hy 연구기획팀장이 ‘프로바이오틱스 클래스’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예솔 기자
이 같은 연구 확장의 배경에는 기초연구 중심 투자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 hy는 당장 제품화와 연결되지 않더라도 균주 데이터 확보와 기능성 검증 연구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양준호 hy 연구기획팀장은 “국내 대부분 업체 연구소는 제품 개발 중심으로 운영되지만, hy는 바로 활용하기 어려운 기초연구에도 절반 이상 투자하고 있다”며 “현재 국내 건강기능식품 업체 상당수가 hy 균주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논문과 특허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까지 등록한 특허는 124건에 달하며, 관련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에도 꾸준히 게재되고 있다”며 “일부 균주는 수출도 시작된 상태다. 임상 결과에서도 해외 균주와 비교해 경쟁력을 확인하고 있다. 이제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까지 바라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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