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4일 (4)
정부 아티반·코티소루 공급안에도…소아병원들 “진료 차질 우려”

정부 아티반·코티소루 공급안에도…소아병원들 “진료 차질 우려”

“7월부터 진료 어려워”
의약품 공급시스템 정비 요구

승인 2026-05-16 14:54:08 수정 2026-05-18 12:35:29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찬종 기자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찬종 기자
반복되는 소아 필수의약품 공급 불안으로 소아중소병원들의 진료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아티반(로라제팜)과 코티소루주(히드로코르티손) 공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재고 부족과 진료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소아 필수의약품 공급 불안정 문제와 현장 혼란을 설명하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아티반은 소아 경련 환자에게 사용하는 대표적인 1차 선택 약제다.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사이에서는 사실상 대체가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국내에서 40년 넘게 아티반을 공급해온 일동제약은 지난해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약가가 1앰플당 782원 수준으로 낮은 데다 GMP(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 강화에 따른 설비 교체 부담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소아청소년병원협회가 회원 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티반 재고가 이미 소진돼 응급환자 처치가 어렵다고 답한 병원은 34%였다. 37%는 1~2개월 내 재고가 소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약을 구하지 못해 경련 환자를 전원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병원도 23%였다.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회장은 “약품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규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결국 약은 환자 손에 도달해야 의미가 있다”며 “아이들 치료에 필요한 약이 현장에 실제로 공급되는지까지 함께 관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 개인의 헌신에 기대 사후적으로 문제를 수습하는 구조가 아니라, 공급 불안이 예상되면 미리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필수약 재고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공급과 비축 체계가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공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는 지난 12일 설명자료를 내고 로라제팜 주사제가 “의료현장에 지속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동제약이 추가 생산한 재고를 확보하고 있으며, 삼진제약이 생산·공급 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16일 발표한 히드로코르티손 주사제 설명자료에서도 식약처는 “의료 현장으로 지속적인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11월 중반 생산 재개 전까지 기존 재고를 통해 공급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부족 상황이 발생하면 해외 의약품 긴급도입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아병원들은 정부 설명과 현장 체감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대학병원은 상대적으로 재고를 확보하고 있지만 중소병원은 실제로 약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정부 설명과 달리 현장에서는 약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는 아티반뿐 아니라 해열제, 항생제, 기관지확장제, 장염 치료제 등 소아 필수약 품절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약은 소아용 시럽 제형이 없어 성인용 약을 갈아 아이들에게 먹이고 있다는 사례도 소개됐다.

이홍준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부회장은 “소아용 시럽 제형 품절이 반복되면서 현장에서는 성인용 약을 갈아 아이들에게 처방하는 일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약이 너무 써 아이들이 먹다 토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소아청소년병원협회는 단편적인 해결책이 아닌 시스템 정비를 통해 소아필수의약품 공급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소아의료는 성인 중심 시스템 안에서 계속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며 “OECD 10대 국가라고 하지만 정작 400원, 700원짜리 필수약 하나 안정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아이들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라며 “필수의약품 공급 문제를 개별 병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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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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