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실손24’ 연계 의료기관 확대에 속도를 낸다. 현재 29% 수준인 의료기관 연계율을 올해 하반기까지 80~9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때 병원에서 종이서류를 떼고 사진을 찍어 보험사 앱에 올려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금융위원회는 11일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보건복지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보험개발원, 생·손보협회, 네이버, 토스, 소비자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실손보험 청구전산화 점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실손보험 청구전산화는 소비자가 병원에서 종이서류를 일일이 발급받지 않아도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만든 서비스다. 실손24 앱이나 네이버·토스 같은 플랫폼에서 몇 번의 클릭만으로 계산서·영수증, 진료비 세부산정내역서, 처방전 등을 보험사로 전자 전송할 수 있다.
정부가 연계율 확대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미청구 보험금 때문이다. 실손보험에 가입하고도 소액이거나 절차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 금융위는 매년 수천억원 수준의 미청구 실손보험금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실손보험 피보험자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약 4035만명이다.
다만 실손24 확산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일 기준 참여 의료기관은 총 3만614곳이다. 병원 827곳, 보건소 3573곳, 의원 1만2875곳, 약국 1만3339곳이다. 전체 의료기관 기준 연계율은 약 29.0% 수준이다. 1단계 대상인 병원급 의료기관과 보건소 연계율은 약 56.3%지만, 2단계 대상인 의원·약국 연계율은 약 26.8%에 그쳤다. 실손24 가입자는 약 377만명, 청구 완료 건수는 241만건 수준이다.
“관건은 EMR”…동네 병·의원 연계 확대도 숙제
정부가 실손24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는 곳은 EMR 업체다. EMR은 병·의원에 전자의무기록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업체다. 의료기관이 쓰는 EMR이 실손24와 연결되지 않으면 병·의원도 사실상 실손24에 참여하기 어렵다. 금융위는 최근 주요 EMR 업체가 참여하기로 하면서 6월 이후 연계율이 최대 52%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미참여 EMR 업체 설득에도 나선다. 권 부위원장은 실손청구전산화를 “약 4000만 국민께 가장 큰 혜택을 드리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정책에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바라며 EMR 업체 등이 불참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정부 의지를 밝혔다.
또 다른 과제는 의료기관 참여다. 특히 동네 병·의원에서는 아직 실손24 연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형병원이나 종합병원은 자체 IT 시스템을 갖춘 곳이 많아 상대적으로 연계가 수월했지만, 별도 IT 인력이 없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상황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병원 중심으로는 사실상 대부분 연계가 이뤄졌다”며 “지금은 동네 병·의원 연계 확대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실손24 참여에 따른 실익보다 부담을 더 크게 느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보험금 청구는 병원 본연의 진료 업무와 거리가 있는 데다, 환자들이 “실손24 사용이 가능하냐”, “어떻게 이용하느냐” 등을 문의할 경우 병원이 관련 안내까지 맡아야 해서다. 한 관계자는 “보험금 청구는 사실 병원의 문화가 아니다”라며 “병원 입장에서는 추가 업무가 생기는 셈인데 별다른 유인이 없다고 느끼는 곳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참여 확대를 위한 유인책 마련에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금융당국은 오는 6월부터 실손24에 병원별 청구 건수를 표시하고, 7월부터는 병원 소개글과 이미지 등록 기능도 도입할 계획이다. 소비자가 특정 병원에 실손24 도입을 요청한 뒤 해당 병원이 연계를 완료하면 이를 소비자에게 별도로 안내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대국민 캠페인도 진행한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직접 의료기관에 실손24 연계를 요청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병원에 “왜 실손24가 연결돼 있지 않느냐”고 묻기 시작하면 병원도 참여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며 ”소비자들이 실손24를 찾기 시작하면 병원도 EMR 업체에 연결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의약단체와 지역 공공병원을 대상으로 공문을 보내 청구전산화 참여가 법상 의무라는 점을 안내하고 참여를 촉구할 예정이다. 현재 연계에 참여하지 않은 의료기관 상당수는 이를 의무 규정이 아닌 선택 사항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앞으로 실손24 연계 실적을 매월 점검하기로 했다. 이용 과정에서 소비자가 겪는 불편도 계속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제도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권 부위원장은 국민들에게 “청구전산화 연계 병원을 이용하고, 미연계 병원에는 적극적으로 연계를 요청해 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