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장펀드 민간 전략위원장을 맡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국내 자본시장의 ‘모험자본 빈곤’을 지적하며 국민성장펀드의 대폭 확대와 함께 창업자 지분 희석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을 동시에 주문했다.
박현주 회장은 14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전략위원회 2차 회의’에서 “코스피·코스닥 시가총액 6500조원 가운데 65%를 국내 개인·기관이 차지할 정도로 자본시장 참여는 충분히 이뤄지고 있지만, 벤처캐피털(VC) 시장 규모는 54조원 수준에 그친다”며 “한국 경제 규모와 비교해도 상당히 작은 수준으로, 이 불균형을 꼭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VC 투자 수익률이 나쁘지 않았다고 언급한 점을 감안하면, 현재 국내 자본이 모험자본으로 충분히 흘러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짚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성장펀드의 역할과 관련해선 ‘규모 확대’와 ‘반도체 클러스터’를 키워드로 제시했다. 박 회장은 “코스피·코스닥 6500조 시가총액 안에는 새로 상장한 기업도 있지만 상당수는 기존 대기업 시가총액이 커진 것”이라며 “국민성장펀드가 150조로 출범했지만 한국 경제의 미래를 생각하면 500조는 넘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최근 결정된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 투자는 이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에서 설명했다. 국민성장펀드는 리벨리온에 2500억원을 직접 투자하고, 산업은행과 민간 금융사를 포함한 전체 투자 규모는 6000억원 수준이다. 박 회장은 “6000억원이라는 숫자가 커 보일 수 있지만 글로벌 시장 전체로 보면 사이즈가 크지 않다”며 “아마존이 AI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금액이 500조원 수준이고, 구글도 연간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 장면을 보면 우리는 이제 겨우 출발선에 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에 대해선 “세계에서 우리가 1등을 하고 있는 산업이 반도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지금까지 세계 시장을 이끌어온 것도 반도체이고, 미국의 AI 붐도 엔비디아 같은 반도체 기업이 끌고 가고 있다”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좋고 한국에서도 반도체 ETF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일본 모두 반도체로 (우리에게) 도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하려면 국민성장펀드를 통한 대규모·지속적인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어 “반도체 클러스터를 제대로 만들려면 에너지와 전력 산업까지 같이 구성해야 하고 그 규모가 상당히 크다”며 “국민성장펀드 규모가 훨씬 더 커져야 한국 경제의 장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창업자 지분 희석 문제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해결책으로 ‘황금주’ 를 제시했다. 박 회장은 “창업을 해서 펀드레이징을 할 때마다 지분이 계속 희석되면 어느 창업자가 계속 자금을 조달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리벨리온이나 퓨리오사AI 같은 회사들을 봐도 창업자와 핵심 인력의 지분율 문제가 항상 걸린다”면서 “창업자들에게 신속하게 현금을 지급해 계속 사업에 전념할 수 있게 해주고, 지분 희석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통해 펀드레이징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기업이 좋아도 지분 구조 때문에 자금 조달이 막혀 투자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선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를 사례로 들었다. 박 회장은 “스페이스X의 경우 일론 머스크가 명목상 43% 정도를 들고 있지만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은 70% 이상이라고 봐야 한다”며 “이런 사례를 보면 한국이 이 같은 구조를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주주가치 극대화’ 개념의 재정의도 주문했다. 박 회장은 “주주가치 극대화를 단기 주가만 보는 개념이 아니라 투자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주주뿐 아니라 종업원, 사회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함께 생각하면서 기업을 도와줘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스타트업과 혁신기업에 계속 투자할 수 있고, 국민성장펀드도 지속가능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