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4일 (4)
한국선 12만원 더 비싼 메타 AI 글래스…가격·사생활 장벽에 ‘멈칫’

한국선 12만원 더 비싼 메타 AI 글래스…가격·사생활 장벽에 ‘멈칫’

해외보다 비싼 가격·효용성 의문에 국내 소비자 ‘갸우뚱’
‘케냐 유출’ 잔상에 안면인식 우려까지… 사생활 침해 논란은 ‘암초’
삼성·구글 연합, 하반기 ‘온디바이스 보안·패션’ 앞세워 반격

승인 2026-06-02 06:00:06 수정 2026-06-02 15:06:14
가수 ‘제니’가 착용한 메타의 AI 글래스 ‘레이밴 메타 웨이페어러’ 메타 제공
가수 ‘제니’가 착용한 메타의 AI 글래스 ‘레이밴 메타 웨이페어러’ 메타 제공
국내에 상륙한 메타의 인공지능(AI) 스마트글래스가 높은 가격 장벽과 사생활 침해 우려라는 ‘이중고’에 맞닥뜨렸다. 해외보다 비싼 출시가와 미흡한 한국어 지원에 소비자 불만이 나오는 가운데, 온디바이스 AI와 강력한 보안을 앞세운 삼성전자·구글·애플 등 후발 주자들의 추격전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메타는 지난달 25일 ‘레이밴 메타 젠2’와 ‘오클리 메타’를 국내에 공식 출시했다. 가격은 각각 69만원부터로, 백화점·면세점·안경원·오클리 파트너 매장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레이밴 메타 젠2 의 미국 출고가는 379달러(한화 약 57만원)다. 다만 미국은 5개 주(州)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에서 판매세가 별도로 붙어 실제 구매가는 더 올라간다. 판매세(주·지역별 0~10%)를 적용하면 한화로 약 57만~63만원대까지 범위가 넓어진다. 현지 세금과 유통 비용을 감안하면 국내외 가격 차이는 일부 줄어들지만, 69만원은 국내 소비자에게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대다.

제품 자체의 사양은 탄탄하다. 최대 8시간 배터리에 1200만 화소 카메라 기반 3K 울트라HD 촬영, 오픈이어 오디오를 갖췄다. “헤이 메타”라는 한국어 음성 명령으로 핸즈프리 촬영과 영상 녹화 등 주요 기능을 바로 쓸 수 있다. 오클리 모델은 여기에 노이즈 저감과 IP67 방수·방진을 더했다.

김진아 메타코리아 대표는 “AI 글래스는 실시간으로 사용자의 상황과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화된 AI 경험을 구현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디바이스”라며 국내 시장 출시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눈앞에 지도나 검색 결과를 띄우는 디스플레이형 증강현실(AR) 기기가 아니라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한국어 음성 명령 지원으로 진입 장벽은 낮아졌지만, 사진·영상 촬영은 스마트폰으로, 음악과 통화는 무선이어폰으로 대체 가능한 상황에서 소비자가 70만원 안팎을 내고 사용할만큼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케냐 쇼크’ 잔상에…사생활 침해 우려 ↑

더 큰 걸림돌은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이다. AI 글래스는 착용자의 시선과 카메라 방향이 일치해 주변 사람이 촬영 여부를 직관적으로 인지하기 어렵다. 메타는 사진과 영상 촬영 시 LED 표시등이 자동으로 켜지고 크기도 기존 대비 두 배 키웠다고 밝혔으나, 야외 환경이나 대중교통 등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문이 지속된다.

구조적 우려도 있다. AI 글래스는 스마트폰과 달리 상시 착용되는 기기다. AI 기능과 결합하면 단순 촬영을 넘어 사용자의 시야와 음성, 위치, 행동 맥락이 함께 데이터화될 수 있다. 안경 카메라에 주변인의 얼굴, 대화 내용, 사무실 문서, 결제 장면, 미성년자 모습 등이 우연히 담길 가능성도 있다. 촬영자의 편의가 비착용자의 권리와 충돌하는 구조다.

특히 지난 3월 발생한 ‘케냐 쇼크’도 잔상으로 남아 있다. 당시 메타 AI 스마트 안경으로 촬영된 이용자 영상이 AI 학습용 데이터 라벨링을 담당하는 케냐 하청업체 직원에게 무단 노출됐다는 의혹이다. 이용자의 탈의, 성행위, 금융 정보 등 민감한 내용이 영상에 담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메타는 약관상 인간 검토 가능성을 고지했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찍은 영상이 어디까지 전달되고 누가 들여다보는지 알기 어렵다는 불안이 남았다.

해외 시민단체들도 경고음을 냈다.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 등 75개 시민단체는 저커버그 CEO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메타가 준비 중인 얼굴인식 기능 ‘네임 태그’ 도입 철회를 촉구했다. 이 기능이 상용화되면 안경을 쓴 채 마주친 낯선 이의 신원이 실시간으로 뜨게 된다. 시민단체 측은 안경형 기기에 얼굴인식 기술이 들어가면 길거리에서 마주친 사람의 신원을 파악하거나, 스토킹·감시·차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했다.

삼성·구글 연합, 하반기 정면 도전…‘보안’이 승부처

삼성전자와 구글의 ‘AI 글래스’(왼쪽)와 젠틀몬스터·워비파커 디자인 컨셉 이미지. 삼성전자·구글 제공
삼성전자와 구글의 ‘AI 글래스’(왼쪽)와 젠틀몬스터·워비파커 디자인 컨셉 이미지. 삼성전자·구글 제공
논란에도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마트 애널리틱스 글로벌(SAG)에 따르면 세계 AI 스마트글래스 출하량은 지난해 600만대에서 올해 2000만대로, 시장 규모도 12억 달러에서 56억달러(약 8조원)로 4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이 시장의 약 80% 이상을 메타가 차지하고 있다.

이 독주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 삼성전자·구글 연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 ‘구글 I/O 2026’에서 안드로이드 확장현실(XR) 기반 AI 글래스 2종의 실물 디자인을 처음 공개했다. 신제품은 오는 7월 영국 런던 갤럭시 언팩을 거쳐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패션 브랜드 젠틀몬스터·워비파커와 각각 협업한 두 가지 디자인을 내놨다. 젠틀몬스터 버전은 검은색 유선형으로 캐주얼한 스타일을, 워비파커 버전은 짙은 녹색 각진 디자인으로 클래식한 스타일을 겨냥했다. 1세대 구글 글라스가 투박한 외형으로 실패한 전례를 의식한 포석이다.

IT 전문지 더 버지 등 외신에 따르면 코드명 ‘진주(Jinju)’로 개발 중인 이 제품은 퀄컴 스냅드래곤 AR1 프로세서와 1200만 화소 소니 카메라를 탑재하며 무게는 약 50g이다. 가격은 379~499달러(약 52만~69만원)로 레이밴 메타와 동일한 가격대다.

핵심 무기는 구글 AI ‘제미나이’ 통합이다. 구글 I/O 2026 시연에서 갤럭시 글래스는 착용자가 외국어 메뉴판을 보는 순간 즉시 번역을 제공했고, 한국어로 말을 걸자 귀에는 영어 통역 음성이, 시야에는 자막이 동시에 표시됐다.

삼성의 로드맵은 2단계다. 올해 하반기 출시하는 ‘진주(Jinju)‘는 디스플레이 없는 카메라·오디오 중심 보급형이다. 2027년 출시 예정인 2세대 ’해안(Haean)‘에는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를 렌즈에 직접 내장해 본격 AR 경험을 제공한다. 예상 가격 600~900달러(약 83만~125만원)로, 메타가 800달러에 판매 중인 레이밴 메타 디스플레이와 정면 경쟁하게 된다.

후발 주자가 내세울 차별점은 보안이다. 삼성·구글 진영이 온디바이스 AI를 앞세워 클라우드 전송 없이 데이터를 처리한다면, 메타의 약점으로 꼽히는 프라이버시 우려를 공략할 여지가 생긴다. 다만 어느 기업이 만들든 AI 글래스는 카메라와 마이크가 얼굴에 붙은 상시 착용형 기기라는 점은 동일하다. 촬영 고지·데이터 저장·AI 학습 활용 여부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면 같은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

김정현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 부사장은 “AI 글래스는 삼성 AI 비전을 확장하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갤럭시 생태계 경험을 확장해 가겠다"고 말했다.

국내 규제 환경도 변수다. 올 1월부터 AI 기본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상시 카메라와 AI가 결합된 웨어러블 기기가 수집하는 얼굴·음성·위치 등 민감 정보가 기존 개인정보보호법의 규율 안에 온전히 들어오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옴디아의 제이슨 로우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일상적인 안경에 AI를 통합하는 것은 거대한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내장 카메라와 마이크로 인한 프라이버시 문제와 종일 착용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단기적으로 일반 소비자층의 수용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 안경은 사용자의 시선을 실시간 추적하며 데이터를 흡수하기 때문에 기존 스마트폰 카메라와는 차원이 다른 규제가 필요하다"며 ”일상의 편리함과 데이터 보안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기업이 차세대 모바일 시장의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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