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프로 바둑기사 약 30명으로 구성된 연구 모임 ‘소소회(笑笑會)’가 인터넷 방송 플랫폼 SOOP과 손잡고 ‘소소회 SOOP리그’를 운영하며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회원 대부분은 20대 프로기사들로, 승부와 보급을 두 축으로 삼아 활동한다.
쿠키뉴스는 지난달 소소회 회장 김강민 프로를 비롯해 고윤서·윤라은·이연·조상연 프로를 만나 소소회 리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입단하고 갈 곳이 없었다…자연스레 모인 청년 기사들
소소회는 입단 후 홀로서기에 나선 젊은 기사들이 자연스럽게 모인 공간이다. 총무를 2년째 맡고 있는 윤라은 2단은 “입단하고 나서 갈 곳이 마땅히 없었다”며 “성인이 되면 도장에 다니는 게 아니라 혼자 나와서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소소회가 그 공간이 됐으면 했다”고 말했다. 조상연 5단 역시 “(프로 입단 이후) 도장이 마땅치 않아 소소회 연구실에 나와서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충암연구회와 소소회로 이어지던 흐름은 ‘국가대표 상비군’이 생긴 이후 크게 바뀌었다. 이제 소소회에는 정상급 기사들의 참여는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빈자리를 20대 기사들이 채우고 있다. 소소회 회장직 또한 지원자가 없을 만큼 ‘봉사’에 가까운 자리다. 김강민 소소회 회장은 “좋은 마음으로, 승부하는 친구들을 위해 맡게 됐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기회가 없으면 직접 만든다…SOOP 리그 탄생 배경
소소회가 SOOP과 손잡은 건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김강민 회장은 “제가 소소회 회장을 맡았을 때, 첫 번째 목표가 대회를 하나 만들어 소소회 회원들에게 대국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면서 “마침 SOOP에서 먼저 연락이 왔고, 너무 좋은 제안이었다”며 지면을 빌려 SOOP에 고마움을 전했다.
젊은 프로기사들의 대국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에 소소회 회원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윤라은 2단은 “젊은 프로기사들의 대국 기회 자체가 많지 않은데, 특히 남자 20대 기사들이 실력을 펼칠 공간이 없었다”면서 “SOOP리그를 통해 기회가 생겨서 좋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결승전에서 송지훈 9단에게 아쉽게 패했지만 첫 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조상연 5단은 “신예 대회가 워낙 드물었던 터라 리그가 생긴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면서 “결승에서 아쉽게 졌지만, 대회가 계속 이어진다면 꼭 다시 참가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대회에 출전해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낸 조상연 5단은 물론, 함께 인터뷰한 이연 6단, 고윤서 1단, 윤라은 2단은 모두 결승전 당시 팬들과 만났다. 대국 당사자인 조 5단 물론, 이연-고윤서-윤라은 프로는 소소회 SOOP리그 결승전을 방송 플랫폼 SOOP에서 직접 생중계하며 바둑 팬들과 소통했다.
직접 대국을 하고, 생중계 해설을 하면서 느낀 바도 있었다. 김강민 회장은 출전하는 프로기사들이 단순 참여에 그치지 않고 콘텐츠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개선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대국만 하고 ‘복기’가 없더라고요. 추후에는 음성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방을 만들어서 대국이 끝난 선수들이 팬들과 함께 복기하는 콘텐츠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열정 없으면 버티기 어렵다…방송 현실의 벽
한편 SOOP 방송을 직접 경험한 기사들의 소감은 엇갈렸다. 소소회 홍보부장을 맡고 있는 고윤서 1단은 “처음엔 장비 세팅이 너무 어려웠다”면서 “3~4번 방송을 거듭한 끝에 화면이 깔끔해졌고, 그때부터 비로소 개인 채널을 키워나가는 재미를 느꼈다”고 했다. 이연 6단 또한 “초기에는 세팅에만 1시간 이상 걸렸다. 쉽게 접근할 수는 있지만, 열정이 없다면 버티기 어렵다”고 했다.
소소회 기사들은 한국기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기원에서 세팅과 가이드를 담당해줄 인력이 있으면 좋겠어요. 방송이 유지되고 채널을 키워나가는 게 혼자로는 정말 어렵거든요.”
최근 SOOP에서 바둑 방송을 가장 많이 진행하고 있는 이연 6단은 “롤(LoL)과 같은 게임은 보는 것만으로 재미있는데, 바둑은 설명을 자세하게 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해설에 얼마나 집중하게 만들 수 있느냐가 시청률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놓고 싶어도 놓을 수 없다…각자의 바둑 이야기
각자에게 바둑의 의미를 묻자 다양한 답이 돌아왔다. 고윤서 1단은 “바둑은 내 인생의 미스테리”라면서 “다시 태어나면 바둑을 안 하고 대학에 갈 것 같다. 또래 친구들과 같은 고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바둑 프로기사는 사람들이 많이 갖지 못한 특급 자격증”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윤라은 2단은 “싫을 때도 있고 스트레스 받을 때도 있지만, 바둑은 결국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라며 “바둑 프로기사는 특히 여자에게 더 매력적인 직업인 것 같다”고 말했다.
조상연 5단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고 평생 같이 갈 친구”라고 했다. 이연 5단은 “바둑이 게임 그 이상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바둑을 가르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입문자 지도보다는 이미 바둑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것만큼은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 6단은 “아마추어 고단자는 물론 약한 프로급까지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방송으로 풀어내보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팬 없으면 의미 없다…소소회가 꿈꾸는 다음 판
인터뷰 말미, 김강민 회장은 “팬이 없으면 프로기사라는 직업이 의미가 있겠냐”면서 “SOOP과 함께 팬들과 직접 만나는 이벤트 자리도 만들고 싶다”고 제안했다. 바둑계가 위기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시대, 판을 새로 짜려는 청년 기사들의 시도는 현재진행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