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0일 (0)
“핵심인력만 빼가도 기업결합 심사”…공정위, 빅테크 ‘꼼수 M&A’ 막는다 [현장+]

“핵심인력만 빼가도 기업결합 심사”…공정위, 빅테크 ‘꼼수 M&A’ 막는다 [현장+]

핵심 인력과 주요 기술·라이선스 확보해 결합하는 신유형 M&A ‘애크하이어’
“핵심인력 채용도 M&A 심사하도록 제도 개선…적대적 M&A로부터 벤처 보호”
“K-반도체‧제약 벤처 보호에도 주효, 일률적 기준은 어려워…통상 이슈 없을 것”

승인 2026-05-10 12:00:05 수정 2026-05-10 12:51:24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AI 산업에서 핵심 인력과 기술만 흡수하는 이른바 ‘애크하이어(Acqui-hire, 인재확보형 결합)’ 방식의 신유형 인수합병(M&A)도 앞으로는 기업결합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빅테크 기업들이 전통적인 기업결합 심사를 우회해 스타트업의 핵심 인력과 기술을 흡수하는 사례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7일 ‘제25차 국제경쟁네트워크(International Competition Network, ICN)’ 연차총회 개최지 필리핀 마닐라 힐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기업결합 심사가 핵심인력 채용 부문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핵심인력을 채용하는 것도 기업결합 심사에서 다루도록 제도를 개선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통해 벤처기업이 공격적 기업결합 전략이나, 대기업의 적대적 기업결합 전략에 희생되지 않게끔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애크하이어는 회사 전체나 사업부를 인수하는 전통적 M&A와 달리 창업자 등 핵심 인력과 주요 기술·라이선스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AI 스타트업의 핵심 인력을 흡수하면서도 기업결합 신고와 심사를 피하는 방식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대표 사례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플렉션AI 핵심 인력 채용이 꼽힌다.

MS는 지난 2024년 인플렉션AI 핵심 인력을 대거 채용하고 AI 모델 라이선스를 구매했는데, 이를 두고 해외 경쟁당국에서는 기업결합 심사를 회피한 편법 인수에 해당하는지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EU, 영국, 일본 등 주요 경쟁당국도 신유형 기업결합에 대한 시장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공정위는 올해 상반기 중 ‘기업결합의 신고요령’ 개정안을 마련해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연내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 법령상 기업결합 유형은 △주식취득 △임원겸임 △합병 △영업양수 △회사설립 참여 등 5개로 구분돼 있다. 이 때문에 핵심 인력의 조직적 이전이 기업결합 신고·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한 측면이 있었다.

공정위는 고시 개정을 통해 핵심 인력의 조직적 이전 등이 영업양수와 같은 효과를 내는 경우 기업결합 신고·심사 대상으로 명확히 규정할 방침이다.

주 위원장은 “벤처에 핵심 인력이 움직여서 영업이 불가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핵심 부서 일정한 몇 명이 이동해 여전히 영업할 수 있는 경우도 있는데, 팀 전체가 이동하면 영업할 수 없게 된다”며 “그런 영업 양수 효과를 가지는 정도의 인력 혹은 조직이전 있는 경우, 기업결합 심사를 거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 이직과 기업결합을 구분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정량적 기준을 일률적으로 두기 어렵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어떤 사업이냐, 제약이냐 반도체냐 등에 따라 상당히 다른 기준이 적용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개정안은 ‘원하지 않는 인수’를 신고한 벤처를 보호하는 역할 할 것이며, 원할 경우에는 경쟁당국에서 시장의 경쟁 효과가 얼마나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 클 것인가 판단하게 된다”며 “글로벌 경쟁이 강한 시장이라면 경쟁 제한이 작다고 판단 할 수 있고, 국내 시장 경쟁 중심이라면 경쟁 제한 효과가 크다고 판단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마찰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주 위원장은 “EU나 영국, 일본도 기업결합 심사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통상 이슈까지 갈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어느 나라나 고유의 기업결합 심사의 차이는 있을 수 있는데 다른 나라에서도 같이 도입을 고려하는 것이라 충분히 통상 이슈로까지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제도개선이 국내 반도체, 바이오 벤처 보호에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주 위원장은 “예를 들어 ‘K-엔비디아’ 반도체 벤처기업들이 대기업에 의해 인수될 수도 있다. 이런 가능성은 반도체뿐 아니라 제약 분야 벤처에서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으며, 제약 벤처들이 기존 대형 제약사에 흡수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필리핀 마닐라=이다빈 기자
이다빈 기자
신속하고 정확한 기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쿠키오리지널

전체보기

쿠키피드

전체보기

슥- 넘겨 보는 세상 이야기, 기자의 솔직한 코멘터리까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