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0일 (0)
“반복 담합 땐 기업분할도”…주병기 공정위원장 ‘초강수’ 구조적 조치 도입 추진 [현장+]

“반복 담합 땐 기업분할도”…주병기 공정위원장 ‘초강수’ 구조적 조치 도입 추진 [현장+]

구조적 조치, 법 위반 기업에 기업분할‧지분매각‧영업양도 등 명령하는 방식
“과징금 부과로는 독과점 해소 한계…구조적 조치 명문 규정 도입 검토 필요”
“반복 위반 등 중대한 사안에 보충적‧제한적으로 발동…부작용 크지 않을 것”

승인 2026-05-10 12:00:03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독과점 폐해가 중대한 기업들은 앞으로 기업분할, 영업양도, 지분매각 명령 등 이른바 ‘초강수’ 구조적 조치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기존 과징금 부과와 일정 기간 영업 방식을 제한하는 ‘행태적 시정조치’만으로는 반복 법 위반과 시장 쏠림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에서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7일 ‘제25차 국제경쟁네트워크(International Competition Network, ICN)’ 연차총회 개최지 필리핀 마닐라 힐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디지털 경제 확산으로 네트워크 효과와 쏠림 효과가 강력해지면서 1~2개 사업자가 시장을 독식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우리 경쟁당국도 선진 경쟁당국과 같이 구조적 조치에 대한 명확한 명문 규정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플랫폼 경제가 확대되면서 선진 경쟁당국에서는 플랫폼 산업의 기술적 특성상 기존 산업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강력한 독과점력이 형성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독과점에 대응하는 기존 전통 경쟁당국이 활용했던 초기 유틸리티 산업, 자연독점 산업에 적용된 구조적 조치가 디지털 전환 시대에 다시 필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면밀히 검토하고 신속히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구조적 조치는 법 위반 기업의 특정 사업부문 분할, 지분매각, 영업양도 등을 명령하는 방식이다. 공정위는 그간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는 이 같은 조치를 활용해왔지만, 담합이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사익편취·부당지원 등 법 위반 사건에 대해서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도 공정거래법상 구조적 조치를 도입하고 있지만, 기업의 소유·지배구조에 직접 개입한다는 점에서 그간 실제 활용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 경제 확산과 플랫폼 중심의 독과점 구조 심화가 이어지면서, 독과점 폐해를 원천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구조적 조치를 다시 적극 활용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미국 법무부(DOJ)는 지난 2020년 구글이 인터넷 검색·광고 시장에서 불법적으로 시장지배력을 유지했다며 크롬 브라우저 사업부 매각과 안드로이드 사업부 분리 등을 포함한 구조적 조치를 법원에 요청한 바 있다. 또 2023년에는 제네릭 의약품 가격 담합 사건과 관련해 테바제약에 담합의 근거가 된 사업부문을 제3자에 매각하도록 하는 구조적 조치가 이뤄졌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 역시 지난해 구글의 디지털 광고시장 독과점 남용 사건과 관련해 “구글 광고 기술 사업부문에 대한 구조적 조치가 사실상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입장을 제시한 바 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6일 제25차 국제경쟁네트워크 연차총회 전체회의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다빈 기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6일 제25차 국제경쟁네트워크 연차총회 전체회의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다빈 기자
“구조적 조치는 최후의 수단, 보충적으로 발동…부작용 미미할 것”

공정위는 우선 반복 담합 등 중대한 법 위반 행위에 구조적 조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 위원장은 특히 전사적 차원의 법 위반 여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직원의 일탈이나 실수까지 강력한 구조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과할 수 있다”면서도 “CEO 레벨까지 전사적으로 담합이 이뤄졌다는 증거가 명확하고, 행위가 반복된다면 사실상 빠져나갈 여지가 없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탕 담합처럼 국민경제 전반에 영향이 큰 사건은 대표적인 사례”라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반복 법 위반이라고 해서 모든 사건에 구조적 조치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익편취와 부당지원 행위 역시 구조적 조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주 위원장은 “반복 법 위반은 구조적 조치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지만, 구조적 조치 외에 다른 대안적 수단이 있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며 “이사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해 사익편취 문제에 대해 자정할 수 있는 지배구조가 확립된 회사라면 (구조적 조치 외에) 다른 보충적 수단이나 대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는 구조적 조치는 예외적이고 보충적인 ‘최후의 수단’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구조적 조치의 실효성과 파급력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예방 효과’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선진 경쟁당국 수준의 구조적 조치가 도입된다고 해서 우리 경쟁 정책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제도 자체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심각한 법 위반 행위를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 구조적 조치를 도입하더라도 국민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 외에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필리핀 마닐라=이다빈 기자
이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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