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4원 오른 1539.1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9년 3월 9일(1549.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중에는 1549원대까지 치솟으며 1550원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환율 상승을 단순한 달러 강세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한국은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경상수지 흑자를 이어가고 있고, 미국과의 금리 격차도 과거보다 축소된 상태다. 그럼에도 원화 가치는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꼽힌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5210억원을 순매도하며 20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갔다. 지난달 7일 이후 누적 순매도 규모는 70조원을 넘어섰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매도한 뒤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면서 외환시장 내 달러 수요가 급증했고, 이는 환율 상승 압력으로 이어졌다.
실제 최근 환율과 외국인 수급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행도 최근 환율 급등의 주요 배경으로 외국인 주식 매도세를 지목한 바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중순 이후 외국인 주식 매도 규모가 일평균 3조원 수준까지 확대되며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며 ”현재 매도는 한국 경제 비관론보다는 급등한 국내 증시에 대한 포트폴리오 재조정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핵심 변수다. 한국은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조인 만큼 국제유가 상승에 취약하다. 특히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이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확대될 때마다 원화 가치가 다른 통화보다 더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쟁 발발 이후 원화는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절하됐다"며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와 유가 안정이 이뤄져야 환율도 의미 있는 하락세로 전환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동 리스크와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더라도 환율이 과거 수준으로 빠르게 복귀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 연구원은 “대미 투자 계획을 보유한 기업들은 향후 필요한 투자 재원을 고려해 수출대금을 원화로 적극 환전할 유인이 크지 않다"며 ”실제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대만 등 미국 투자 확대 국가들의 통화가 최근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도 불안 요인이다. 최근 미국 정부가 강제노동 관련 규제를 이유로 일부 국가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내놓으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다만 현재 환율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하게 급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목표 비중 확대 등이 향후 환율 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 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반도체 업황을 중심으로 견조한 성장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미 금리차 역전폭이 기존 125bp에서 75bp 내외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하반기 달러-원 환율의 점진적 하락 기조는 유효하다”고 밝혔다.
김태은 기자 taeeun@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