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5일 (5)
지선에서도 외면…‘아프면 쉴 권리’ 보장 언제쯤

지선에서도 외면…‘아프면 쉴 권리’ 보장 언제쯤

시‧도지사 선거서 상병수당‧유급병가 공약 6명 그쳐
‘李 대통령 공약’ 상병수당, 내년 본사업 전환
대기기간 길어 단기 질병 사각지대…“유급병가 법제화도 검토해야”

승인 2026-06-05 06:00:06 수정 2026-06-05 09:00:36
지선에서도 외면…‘아프면 쉴 권리’ 보장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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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 약 4분
취재방법 당사자 인터뷰, 전문가 인터뷰, 논문·보고서, 법·제도 분석
주제 아프면 쉴 권리 보장이 제도 설계와 정치 의제에서 여전히 뒤처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주의사항 상병수당과 유급병가의 효과는 제도 설계와 적용 대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유의하세요.
관전포인트 상병수당의 대기기간과 유급병가 도입 여부를 함께 연결해, 실제 보장 범위를 가늠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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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아프면 쉴 권리’ 보장에 관한 의제가 실종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핵심 화두로 떠올랐지만, 제도 도입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 대선 공약에 따라 내년 7월 상병수당은 본사업 전환이 이뤄지지만, 감기‧독감 등 단기 질병은 여전히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제도 공백을 메울 유급병가 도입 논의마저 후순위로 밀려 취약계층 노동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 구축이 공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3일 치러진 제9회 지방선거에서 ‘아프면 쉴 권리’ 보장을 위한 상병수당이나 유급병가 도입을 공약으로 내건 시‧도지사 후보는 6명뿐이었다. 상병수당을 약속한 후보는 민형배 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과 전재수 민주당 부산시장 당선인, 김경수 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였다. 유급병가 지원을 공약으로 내건 후보는 허태정 민주당 대전시장 당선인,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김부겸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에 그쳤다. 당 차원에서 10대 공약에 상병수당 지원을 포함한 곳은 조국혁신당이 유일했다.

대부분의 지자체에는 상병수당과 유급병가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상병수당은 보건복지부 주도로 지자체 14곳에서만 시범사업으로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 대부분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중심으로 설계돼, 비정규직·일용직·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 상당수는 정책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또한 유급병가 조례를 운영하는 곳은 전국 17개 광역 지자체 가운데 2019년 최초 도입한 서울시를 포함해 단 5곳(2.2%)에 불과하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코로나19 유행에 논의 시작됐지만…감기‧독감 걸려도 제도 밖

상병수당은 소득이 끊길까봐 아파도 쉬지 못하는 사람들이 제때 치료 받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업무 외 질병이나 부상으로 일을 하지 못할 때 소득 손실을 보전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정책 효과는 이미 수치로 입증됐다. 보건복지부가 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발표한 상병수당 시범사업 성과평가 결과, 상병수당 수급자들은 소득 감소와 의료비 부담에 대한 불안감이 줄었다고 답했다. 제때 치료받은 비율은 10.1%p 증가했고 ‘아픈 기간 중 일한 날’의 비율은 23.3%p 감소했다. 특히 유급병가 혜택을 받기 어려운 30인 미만 중소기업 사업장에선 효과가 더 두드러졌다. 제때 치료받은 비율이 17.1%p 늘고, 아픈 데도 일한 날은 32% 줄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 효과는 일주일 이상 일을 쉬어야 할 정도로 큰 병에 걸린 경우에만 나타난다. 상병수당 시범사업은 3단계에 걸쳐 진행됐는데, 대부분 대기기간이 7일이었다. 아파서 쉬기 시작한지 8일째 되는 날부터 지원을 하겠다는 의미다. 아파도 바로 받을 수는 없다.

문제는 7일에 달하는 긴 대기기간이 아픈 노동자들을 일터로 내몬다는 점이다. 감기·독감 등 3~5일 쉬는 단기 질병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감기나 독감, 코로나19 같은 전염성 질환은 발병 초기 사흘 안팎의 격리와 휴식이 지역사회 확산을 차단하는 분수령이다. 코로나19 유행을 계기로 촉발된 정책이지만, 정작 전염성이 있는 단기 질병은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상병수당 시범사업의 긴 대기기간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ILO는 대기기간을 최대 3일 이내로 설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사회공공연구원이 발간한 ‘OECD 국가 상병수당의 적절성과 포괄성 평가’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대부분 OECD 회원국이 상병수당에 대기기간을 두고 있지만, 초기 공백은 고용주가 보장하는 유급병가를 통해 메우고 있다. 반면 한국은 단기 질환을 보장할 법정 유급병가 제도가 전무한 상황에서 상병수당의 대기기간마저 7일로 길다. 아픈 노동자는 일주일간 그 어떤 제도적 보호도 받지 못하는 소득 공백 상태에 방치되는 실정이다.

조직의 생산성 측면에서도 노동자가 아픈 채 출근하기 보다 질병 발생 초기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더욱 기여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유급병가와 상병급여로 인해 단기 결근이 다소 늘어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건강 회복과 예방 효과를 통해 의료비를 줄이고 감염 확산을 억제한다”면서 “이는 직장 이직률과 장기 병가율을 낮추고 업무상 재해를 줄여 기업의 생산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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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병수당 실효성 높이려면 유급병가 제도화도 함께 검토해야”

전문가들은 상병수당 사업의 대기기간을 줄여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단기 질환에 대한 정책 사각지대를 해소할 유급병가 제도화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백주 을지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현재 정부가 설계 중인 상병수당 제도는 대기기간이 일주일로 길어 매우 제한적”이라며 “감기, 몸살, 독감처럼 며칠 푹 쉬어줘야 하는 단기 질환의 경우 대기기간 문턱에 걸려 정작 보장을 받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이나 공무원과 달리 취약 노동자 절반 이상은 아파도 쉬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복지부의 상병수당 도입과 맞물려 고용노동부가 유급병가 제도를 법제화하지 않는다면, 이번 상병수당 제도는 절반짜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대기기간 7일은 아예 제도 보장의 문턱에서 대상자를 배제해버리는 설계”라며 “일상에서 흔히 겪는 단기 질환자는 대부분 배제되고, 결국 보험료는 내는데 급여를 받는 사람은 극소수에 그쳐 실효성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해외 선진국들은 단기 질환을 고용주가 책임지는 유급병가로 보장하고 장기 질환을 상병수당으로 연계하지만, 한국은 이 기반이 없다”며 “최소한 국제노동기구(ILO) 권고 기준인 3일 이내로 대기기간을 줄여 실효성을 높이고, 고용노동부 차원의 유급병가 제도화를 필수 과제로 안고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지난달 28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상병수당 시범사업 대기기간이 3~14일로 비교적 길게 설정돼 있어, 단기 질병의 경우 실질적인 지원이 어려운 구조”라며 “제도의 접근성을 저하시켜 정책 효과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다수 국가의 상병급여 제도는 고용주 제공 병가와 사회보험을 결합한 혼합형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며 “현행 복지부 중심 추진체계로는 정책 설계와 사회적 합의 도출에 한계가 있을 수 있으므로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범부처 차원의 협의‧조정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기사 AI요약
  • 지방선거에서도 ‘아프면 쉴 권리‘ 보장 공약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상병수당 본사업 전환이 예정돼 있지만 대기기간이 7일로 길어 감기·독감 같은 단기 질병은 보장받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대기기간을 줄이고 유급병가 제도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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