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5일 (5)
환율 12거래일째 1500원대…고물가 경고등

환율 12거래일째 1500원대…고물가 경고등

승인 2026-06-02 18:36:43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원·달러 환율이 12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순매도 등이 겹친 탓이다. 고환율 흐름이 장기화하면서 고물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1원 오른 1516.4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5일(1500.8원) 1500원선을 넘어선 이후 12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2009년 금융위기 당시 기록을 넘어선 수준이다.

중동 지역을 둘러싼 지정학적 불안이 환율 급등을 이끌고 있다. 간밤 이란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항의하며 미국과의 종전안 협의를 중단한다는 이란 매체 보도에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이에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9.067로 전날보다 0.11% 올랐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도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8.801.49로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6조5939억원의 순매도에 나섰다.

문제는 고환율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다.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 식품 등 수입품 가격이 상승해 전반적인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기업의 생산비 부담이 커지고, 가계의 소비 여력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대로 올라섰다. 국가데이터처가 이날 발표한 ‘2026년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1% 오른 119.92(2020년=100)로 나타났다. 이는 2024년 3월(3.1%) 이후 2년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석유류 가격이 24.2% 증가하며 전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한국은행도 당분간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지호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6월 물가상승률도 석유류 가격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이어감에 따라 전월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며 “생활물가 상승률은 3% 초중반까지 오르면서 소비 지출에서 필수재 비중이 큰 취약 계층의 생계비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구조적으로 달러 수요가 확대된 상황인 만큼 환율이 과거 수준까지 크게 하락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18일부터 ‘대미투자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연간 최대 200억달러(약 3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가 집행될 예정인 데다, 개인 및 연기금의 해외 투자가 증가하면서 수급 요인이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수출이 늘어나면서 외화 유입이 확대되는 동시에 해외 투자 비중도 커지면서 달러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연간 2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도 예정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증시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과정에서 외화 수요가 몰리는 경향성도 있어 보인다”며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과거처럼 1300원대까지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1400원대 초반 수준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태은 기자 taeeu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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