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통상당국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이달 19일(현지시간) 철강제품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상향하고, 무관세 수입쿼터를 기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강화 방안을 최종 의결했다. 이번 의결안은 회원국 승인절차를 거쳐 오는 7월1일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EU의 이번 조치는 저가 중국산 철강제품이 자국 내 대량으로 유입돼 생태계 파괴를 유발한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해 6월부터 수입 철강에 50% 고율 관세를 부과해 오면서, 미처 소비되지 못한 중국산 물량이 EU로 유입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EU의 조치는 기본적으로 중국에 대한 견제에 있지만 EU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에도 악영향을 준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국산 철강 수출량 총 964만4248톤 중 14.4%에 해당하는 138만6675톤이 EU로 수출, 전체 2위를 차지했다.
이미 50% 고율 관세를 부과받고 있는 미국향 수출량은 166만5000톤(17.2%)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선 수출 1·2위 국가 모두로부터 고율 관세를 부과받게 되는 셈이다. 특히 EU CBAM(탄소국경조정제도)마저 전환기간을 거쳐 올해 본격 시행기간에 돌입, 정부가 EU와 관련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해결과제가 하나 더 늘었다는 분석이다.
미국, EU를 제외하고도 글로벌 철강업계에선 관세 장벽을 점차 쌓아가는 추세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부터 중국산과 더불어 일본산 열연강판 등 주요 철강제품들에 대한 반덤핑 조사 및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해 왔다. 이에 지난 1분기 열연 수입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덤핑 조사를 담당하는 산업통상부 무역위원회는 지난달 16일 건축자재, 자동차 부품 등에 사용되는 중국산 아연 도금 강판에도 22.34%~33.67%의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했다. 아직까지 글로벌 반덤핑 조사 대상의 대부분이 중국산이지만, 자국보호무역주의가 확대하는 과정에서 EU의 사례처럼 주요국끼리도 관세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관세의 장벽이 단일 기업 차원에서 해소하기 어려운 만큼, 업계는 내달 17일부터 시행되는 K-스틸법에 기대를 걸고 있다. K-스틸법은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정책·세제·보조금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덤핑 대응 강화와 동시에 수소환원제철 등 미래 철강 기술개발 및 설비 전환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미 철강 주요국과 소통을 전개하고 있는 정부는 K-스틸법 시행을 계기로 이러한 창구를 더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업계에서 줄곧 요구해온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방안이 제외된 점, 미래 철강기술 확보를 위한 인프라 조성 문제, 철근·봉형강 감산 구조조정을 자율에 맡긴 점 등은 정부와 업계가 추가로 협의해 나가야 할 보완점으로 꼽힌다. 통상환경 부담이 더 가중된 상황에서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국내 여건을 완화해 직·간접적인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 자구노력 등을 통해 수익성 회복에 나서고 있지만 EU 관세 인상까지 겹쳐 녹록지 않은 통상환경이 장기 지속되고 있다”며 “EU 집행위원회 에서 6월 안에 국가별 무관세 쿼터를 정하게 되는 만큼, 정부가 협상력을 발휘해 최대한 많은 물량을 확보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산업부를 필두로 협상을 지속 중이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1일 벨기에 브뤼셀 EU 집행위원회 본부에서 마로시 셰프초비치(Maros Sefcovic) 통상·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을 만나 EU 철강 수입규제 조치에 대한 우리 업계의 우려를 전달했다. 여 본부장은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투자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통상역량을 총동원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