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6일 (6)
‘바다 위 SMR’ 품는 K-조선...한국형 핵잠, 고차방정식 풀고 나아갈까

‘바다 위 SMR’ 품는 K-조선...한국형 핵잠, 고차방정식 풀고 나아갈까

한미 실무그룹 출범 가시화 속 ‘SLBM·저농축 원자로’ 탑재 공간 확보 난제...정비 공간·군용 노심 독자 개발도 업계 과제

승인 2026-05-21 17:02:25 수정 2026-05-21 18:10:38
부산 입항하는 미 해군 핵 추진잠수함 그린빌함. 연합뉴스
부산 입항하는 미 해군 핵 추진잠수함 그린빌함. 연합뉴스
한미 간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위한 실무그룹 출범이 가시화되면서 ‘한국형 핵잠 프로젝트’가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업계는 이번 프로젝트가 국내 조선 및 방산업계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기술적 한계와 외교적 제약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분석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조만간 대표단을 방한시켜 핵잠 건조와 우라늄 농축 등을 논의할 한·미 실무그룹 ‘킥오프’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해군 역시 합동참모본부에 핵잠 도입을 위한 소요제기서를 제출하며 군 차원의 공식 절차에 착수했으며, 정부는 이달 말 구체적인 타임라인을 담은 기본계획 발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핵잠수함 건조는 조선과 원전 기술을 융합하는 고부가가치 국가 전략 사업이다. 기존 디젤 추진계를 걷어낸 자리에 해상용 소형모듈원전(SMR)을 이식하는 이 사업은 원자로 코어와 특수 차폐 설비를 공급하는 원전·중공업계 밸류체인 전반을 재건할 강력한 동력이 된다.

기술 내재화에 성공한다면, 대규모 잠수함 도입을 추진하는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한화오션과 HD현대 등 K-조선이 글로벌 시장에서 최상위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게 된다. 현재 양대 조선사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있으며, 향후 건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사와 역량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한 번도 핵추진 잠수함을 만들어 본 적은 없지만 조선 강국으로서 잠수함 건조 능력은 일단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전투기 개발에 25년이 걸렸듯, 핵잠수함 역시 최소 10년에서 많게는 20년 이상 소요되는 초장기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군이 대외적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5000톤급’ 선형이 실제 설계 현장에서 기술적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지적한다. 적에게 확실한 보복 수단을 가하기 위해서는 여러 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운용할 수직발사관(KVLS) 탑재가 필수적이다. 저농축 우라늄(LEU) 원자로의 커진 부피와 수직발사관이 차지하는 막대한 공간을 5000톤이라는 제한된 체급 안에 모두 구겨 넣는 것은 설계상 까다롭다는 것이다.

문주현 단국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미국·영국이 사용하는 고농축우라늄(HEU) 원자로와 달리, LEU를 사용하면 동일한 출력과 연료 교체 주기 확보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노심 부피와 차폐를 위한 1차 차폐재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형화된 LEU 원자로실과 대형 VLS 구획을 동시에 집어넣으려면 설계 여유가 극히 빠듯해진다”면서 “최소 5000톤 중후반에서 6000톤급으로의 선형 확대가 현실적인 타협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미국의 핵심 기술 허가, 즉 핵연료 농축 조건이 관건이다. 원자력 및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 저농축 핵연료를 공급할 경우, 잠수함은 약 7~10년 주기로 선체를 절단해 연료를 교환하는 대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SLBM 수직발사관을 다수 설치해야 하는 상황에서, 연료 교체를 위한 유지보수 공간까지 고려하면 선체는 대폭 커지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원자로 역시 잠수함 작전 환경에 맞춘 ‘맞춤형’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잠수함용 원자로는 심해의 수압과 파도는 물론 적의 폭뢰 충격 등을 견뎌야 해 민수용보다 훨씬 높은 내진 기준이 요구된다”며 “작전 중 절대 동력이 꺼져선 안 되는 군용과 경제성이 목적인 민수용 SMR은 설계 주안점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주도하는 기존 민용 모델을 전용할 수 없고, 군용 노심을 별도로 개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프로젝트는 선형 대형화 및 군용 노심 독자 개발이라는 ‘기술적 과제’와 미국의 핵연료 공급 허가라는 ‘외교적 결단’이 고루 맞아떨어져야만 실질적 건조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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