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6일 (6)
‘역대급 실적’ 조선업계도 성과급 두고 노사 충돌...‘이익 공유제’ 요구 커지나

‘역대급 실적’ 조선업계도 성과급 두고 노사 충돌...‘이익 공유제’ 요구 커지나

승인 2026-05-20 17:41:50
HD현대중공업 전경. HD현대중공업 제공
HD현대중공업 전경. HD현대중공업 제공
국내 조선업계가 슈퍼사이클에 올라탔지만, 호실적의 과실을 어떻게 나눌지를 두고 노사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단순한 임금 인상을 넘어 성과 배분의 제도화와 원·하청 구조 개선 요구가 맞물리면서 업계 전반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고부가 선박 중심 수주에 힘입어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2026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3조628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한화오션 역시 2026년 영업이익이 1조65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등 뚜렷한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실적 개선 전망이 뚜렷해지면서 양사 노사는 성과급 산정 방식을 둘러싸고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 분배를, 한화오션 노조는 성과급 산정 기준의 투명화를 요구하며 보상 체계 전반의 개편을 촉구하고 있다.
 
노동계는 지난 10여 년간의 불황기를 버틴 만큼 이제는 호황의 결실을 공정하게 나눠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측은 조선업 특유의 수주 산업 구조상 회계상 이익과 현금 흐름의 시차가 존재하고, 친환경·자동화 투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특히 올해 임금협상과 단체협약 시기가 맞물리면서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협의도 한층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HD현대중공업에서는 전국금속노동조합 HD현대중공업지부가 올해 단체교섭 요구안에 ‘영업이익 최소 30% 성과 분배’를 명시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노조가 제시한 2026년 영업이익 전망치 3조6280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성과 분배 규모는 약 1조884억원에 달한다. 이는 회사 실적과 보상을 직접 연동하자는 요구로, 사실상 이익 공유제 도입 요구로 해석된다.
 
사내하청 노조도 원청 정규직과 동일 수준의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며 연대에 나섰다. HD현대중공업 전체 노동자 약 4만 명 중 2만5000명이 하청 노동자인 가운데, 이들의 교섭권을 둘러싼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가 21일 오후 2시 예정돼 있다. 이번 판결은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 인정 여부를 가를 중대 분수령으로, 성과 배분 갈등의 향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같은 갈등은 조선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한화오션의 경우 성과급 산정 공식의 투명성과 현장 내 차별 해소가 동시에 쟁점으로 부상했다. 한화오션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함께 성과급 지급 기준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하청노조는 올해 초 사측이 사내 하청 노동자들에게 ‘원청과 동일한 400% 성과급’을 약속했지만 실제 지급 과정에서는 근속 연차와 국적에 따라 차등이 발생했다며 반발했다. 특히 이주 노동자의 성과급이 내국인의 46.7% 수준인 520만 원에 그쳤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한화오션 측이 교섭 공고에서 웰리브지회 등 일부 사외하청 노동자를 제외한 데 대해 지노위는 시정을 요구했지만, 노조는 정작 핵심 쟁점인 사용자성 판단은 회피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문제는 원청의 교섭 의무 범위를 둘러싼 법적·행정적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조선업 특유의 긴 수주 사이클과 복잡한 원·하청 구조가 갈등의 배경이라고 진단한다. 양승엽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자들의 요구 이면에는 수주 산업의 긴 사이클 속에서 지금 챙기지 않으면 언제 보상받을지 모른다는 조급함과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려면 성과급을 ‘기본+유동적 알파’ 구조로 만들고, 단체교섭을 통해 회사가 이익을 내면 꾸준히 분배받을 수 있다는 ‘이행 청구’ 권리를 법적으로 확실히 보장해 줌으로써 타협의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조선업의 경우 이익이 날 때 다양한 형태의 기금을 적립해 두어서 불황기에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원청 노동조합의 최소 비용 이상의 참여가 중요하다, 이는 삼성전자 노동조합에 요구하는 내용과 유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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