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달동네의 소년, 서해의 파도를 품다
인천 동구 송림동, 그곳은 굽이굽이 휘어진 골목마다 가난하지만, 치열했던 삶의 무늬들이 촘촘히 박혀 있는 동네였습니다. 소설가로서 내가 마주한 유정복의 유년은 바로 그 가파른 골목길 끝자락에 있었습니다. 1950년대 후반,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갯벌의 도시 인천에서 소년 유정복은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자랐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시장통에서 두부와 묵을 팔며 7남매를 키워낸, 그 시절 우리네 어머니들의 자화상이었습니다. 겨울이면 손등이 터져 피가 맺히면서도 자식들의 입에 들어갈 밥을 위해 억척스럽게 삶을 일궈냈던 어머니. 수도국산 달동네의 척박한 땅은 소년에게 결핍을 가르쳤지만, 동시에 그 결핍을 메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원망이 아니라 ‘성실’이라는 이름의 근육임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소년 유정복의 눈에 비친 서해는 단순한 바다가 아니었습니다.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며 갯벌에 생명력을 불어넣듯, 언젠가 자신도 고향 인천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큰 흐름이 되겠노라는 막연한 꿈이 그 파도 속에서 자라났습니다. 그 시절 어머니가 마디 굵은 손으로 쥐여주던 따뜻한 두부 한 모의 온기는, 훗날 그가 행정가가 되어 시민들의 삶을 보듬는 가장 근원적인 온도가 되었습니다.
2. 진심, 행정의 언어가 삶의 위로가 되는 순간
행정고시 합격 후 시작된 공직 생활은 화려한 관직의 연속인 듯 보이지만, 그 행간을 들여다보면 언제나 ‘사람’이라는 두 글자가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는 늘 말합니다. “행정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일”이라고. 소설가가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인물의 고뇌를 읽어내듯, 그는 정책과 정책 사이에서 시민들의 숨소리를 찾아내려 애썼습니다.
그가 젊은 나이에 김포군수로 부임하던 날, 어머니는 아들의 손을 꼭 잡으며 한마디를 남기셨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잘 챙겨라.” 그 투박한 당부는 그의 평생에 걸친 좌우명이 되었습니다. 서구청장으로, 국회의원으로, 그리고 두 번의 장관직을 거치는 동안에도 그는 높은 연단 위보다는 시장의 좌판 옆이나 공사 현장의 먼지 속에서 더 편안해 보였습니다.
행정의 언어는 자칫 차갑고 딱딱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유정복이 구사하는 행정의 언어는 소설의 묘사처럼 구체적이고 다정합니다. 그는 거창한 담론을 늘어놓기보다, 비 오는 날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미끄럽지 않을지, 아이들의 등굣길이 위험하지는 않을지, 먼저 살피는 사람향기가 나는 사람입니다. 그것은 기술로서의 행정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예의’입니다. 인천이라는 거대한 도화지에 그가 그려온 궤적은, 결국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상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의 발자취 였습니다.
3. 르네상스, 오래된 골목에 스며드는 새로운 숨결
인천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관문입니다. 개항의 역사와 산업화의 땀방울이 고스란히 박힌 원도심의 골목들은 그에게 있어 고향이자 동시에 아픈 손가락이기도 합니다. 그는 이곳에 ‘르네상스’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재개발이 아니었습니다. 소설가가 잊혀가는 옛이야기를 발굴해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듯, 그는 인천의 역사적 자산에 미래의 가치를 덧입히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원도심의 낡은 항만과 골목들이 다시 숨을 쉬고, 젊은이들이 모여들며, 세계로 향하는 관문으로서의 위상을 되찾는 일, 이는 단순히 경제적인 논리로 설명될 수 없는, 한 도시의 자부심을 되살리는 과정입니다. 그는 인천이 가진 지정학적 위치를 넘어서서, ‘인천다움’이 세계적인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가 꿈꾸는 인천은 모든 길이 통하는 도시입니다. 철길이 놓이고 바닷길이 열리며, 하늘길이 세계를 향해 뻗어 나가는 풍경. 하지만 그 길의 끝에는 항상 ‘인천 시민’이 있습니다. 아무리 빠른 열차가 들어온다 해도, 그것이 시민의 삶을 소화시킨다면 무의미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의 시선은 웅장한 마천루의 꼭대기보다는 그 건물 그림자 아래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향해 있습니다.
4. 인천이라는 대하소설, 시민과 함께 완성하다
소설의 끝은 작가가 맺지만, 도시의 역사는 시민들이 함께 써 내려가는 것입니다.
유정복이라는 행정가는 스스로를 작가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는 시민들이 각자의 삶이라는 소설을 아름답게 집필할 수 있도록 좋은 종이와 펜을 마련해 주는 ‘조력자’를 자처합니다.
그는 늘 현장에서 답을 찾습니다. 책상 앞의 보고서보다는 시민들의 거친 손마디와 땀 밴 셔츠에서 진짜 문제를 읽어냅니다. 그가 걸어온 길은 때로 거친 파도를 만났고, 때로 짙은 안개속에 갇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인천 출신 최초의 민선 시장이라는 이름표는 그에게 훈장이 아니라, 고향을 위해 목숨을 걸어도 좋다는 준엄한 자신과의 다짐이었습니다.
이제 인천은 새로운 장을 넘기려 합니다. 어제의 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내일의 희망을 향해 펜을 든 그의 손에는 여전히 뜨거운 열정이 서려 있습니다. 서해의 노을이 지나고 나면 더 맑고 눈부신 인천의 아침이 찾아오듯, 그가 써 내려갈 다음 문장들은 더 따뜻하고 더 활기찬 시민들의 일상이 될것입니다.
소설가 전정희의 눈으로 본 유정복은, 인천이라는 거대한 대하소설 속에서 가장 성실하게 발로 뛰는 주인공이자, 동시에 시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기록자입니다. 300만 시민의 삶이 한 편의 아름다운 소설로 완성되는 그날까지, 인천의 미래를 향한 그의 진심 어린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가 걸어온 길이 인천의 길이 되었고, 이제 그 길은 대한민국의 미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설가 전정희의 문장으로 맺으며 :
“그는 인천의 내일을 향해 흔들림 없이 길을 열어가는 책임있는 수장이자, 시민들의 삶이 깃든 골목마다 따스한 온기를 채워 넣으며 묵묵히 곁을 지키는 가장 든든한 동행자입니다.”
[작가 프로필]
전정희(소설가·방송인)
삶의 미세한 결을 포착해 따뜻한 서사로 빚어내는 소설가다. 인하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아동교육학을 전공했으며, 2016년 중편소설9편 창작집 대표작 <묵호댁>으로 등단후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시선과 향토적 정서가 담긴 작품을 선보여 왔다.
주요저서 : 장편소설 <하얀민들레 > <두메꽃> <가시나무꽃이 필 때> <복수초> 등 다수
“사람과 장소가 가진 이야기의 힘을 믿으며, 평범한 시민의 일상이 곧 최고의 문학이라는 철학을 글로 실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