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3일 (3)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이상민, 2심서 징역 9년…법원 “위헌 따르기로 선택”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이상민, 2심서 징역 9년…법원 “위헌 따르기로 선택”

1심보다 형량 2년 늘어…法 “죄책 비해 원심 형 가벼워”
“언론사 단전·단수, 비판 보도 불가능하게 하는 위법 행위”
위증 혐의도 대부분 유죄…직권남용 혐의는 1심처럼 무죄

승인 2026-05-12 19:05:28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2심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2심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소방청장에게 관련 지시를 전달했다고 보고,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인 형사1부는 12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위증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장관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은 징역 7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죄책에 비해 1심 형이 가볍다”며 형량을 2년 높였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지난 2024년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회 등 주요 기관 봉쇄와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받은 뒤, 당시 소방청장에게 경찰 연락이 오면 협력해 적절한 조치를 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것으로 봤다.

이 전 장관 측은 단전·단수 문건을 받은 적이 없고, 소방청장에게도 관련 요청이 있었는지를 물었을 뿐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몰랐다는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이 사건의 위헌·위법성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며 “내란에 대한 포괄적 인식이 없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과정에서의 위증 혐의도 대부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단전·단수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소방청장에게 협조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한 부분을 허위 증언으로 판단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에게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전달하는 장면을 보지 못했다는 취지의 증언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봤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는 1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당시 일선 소방서가 언론사 단전·단수 관련 경찰 요청에 즉각 대응할 준비 태세를 갖췄다고 보기 어렵고, 소방청장이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게 단전·단수 협조를 지시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이 전 장관의 책임을 강하게 질타했다. 재판부는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는 비상계엄에 비판적인 언론보도를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그곳에서 근무하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 안전에도 중대한 위해를 가하는 행위”라며 “합법적인 비상계엄 상황에서도 허용될 수 없는 위법한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국민의 안전과 재난관리를 책임지는 지위에 있었다”며 “비상계엄의 요건을 정확히 파악해 대통령을 보좌해야 할 위치에 있었음에도, 위헌·위법한 지시를 따르기로 선택했다”고 판단했다. 또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로 일관하고, 내란 중요임무 종사의 실체적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위증한 행위의 위법성도 작지 않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사전에 비상계엄을 모의하거나 예비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단전·단수 조치를 주도적으로 계획하지 않은 점, 내란의 폭동 행위에 관여한 정도가 크지 않은 점, 처벌 전력이 없는 점은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했다. 그러나 “피고인의 경력과 범죄의 성격을 보면 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은 제한적으로만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항소심에서 감형된 바 있다. 한 전 총리는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았지만, 서울고법의 또 다른 내란전담재판부인 형사12-1부는 내란을 사전에 모의하거나 조직적으로 주도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징역 15년으로 형을 낮췄다.
김수지 기자 프로필 사진
김수지 기자
신속하고 정확한 기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쿠키오리지널

전체보기

쿠키피드

전체보기

슥- 넘겨 보는 세상 이야기, 기자의 솔직한 코멘터리까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