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5일 (5)
‘치맥 공식’ 깨진 월드컵?…평일 오전 경기로 달라진 유통가 셈법

‘치맥 공식’ 깨진 월드컵?…평일 오전 경기로 달라진 유통가 셈법

출근 시간 이후 경기 일정…“주류‧안주 매출 증가 기대하기 어려워”
스포츠 이벤트 관심 분산…기존 시즌 마케팅 확장 운영에 그칠 것
배달앱도 저녁 피크시간 기대감 미미…“공격적인 마케팅 경쟁 없어”

승인 2026-06-04 17:09:31
손흥민이 31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브리검영대(BYU) 사우스필드에서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와 A매치 평가전에서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손흥민이 31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브리검영대(BYU) 사우스필드에서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와 A매치 평가전에서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과거 월드컵마다 유통업계를 들썩이게 했던 ‘치맥 특수’가 이번에는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의 경기가 모두 평일 오전 시간대에 열리면서 편의점과 배달앱 등 관련 업계도 공격적인 마케팅보다는 기존 프로모션을 확대하는 수준의 신중한 전략을 택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편의점과 배달앱 등 유통업계는 과거 월드컵 때와 비교해 다소 차분한 분위기다.

그동안 월드컵은 유통업계의 대표적인 특수 이벤트로 꼽혀왔다. 업계는 ‘치맥’을 비롯한 야식·주류 수요와 거리응원 인파를 겨냥한 각종 프로모션을 앞다퉈 선보이며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실제로 CU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한국-우루과이전 당시 맥주 매출이 194% 증가했으며, 마른안주류와 냉동즉석식 매출도 각각 123%, 116% 늘었다. 세븐일레븐 역시 같은 날 맥주 매출이 200%, 즉석치킨 매출이 150% 증가하는 등 치맥 수요를 중심으로 전체 매출이 2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배달앱 역시 조별리그 첫 경기 당시 이용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시적인 서비스 장애를 겪는 등 월드컵 특수를 체감했다.

반면 올해는 분위기가 다소 다르다. 가장 큰 이유는 한국 대표팀 경기 시간대다. 한국은 금요일인 12일 오전 11시 체코전을 시작으로 19일(금요일) 오전 10시 멕시코전, 25일(목요일) 오전 10시 남아프리카공화국전 등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평일 오전에 치른다.

A 편의점 업체 관계자는 “과거 월드컵은 늦은 밤이나 새벽 경기가 많아 맥주와 식품 매출이 직접적인 수혜를 봤지만, 이번 대회는 경기 시간이 출근 이후인 오전대라 주류 매출 증가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라며 ”이 때문에 월드컵 당일에 집중하기보다는 전후 기간까지 포함한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있고 최근 이른 무더위도 이어지고 있어 계절 수요를 고려한 행사도 함께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경기 시간대뿐 아니라 내수 소비 침체, 모바일 중심의 개인화된 시청 문화 확산,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관심 분산 등이 맞물리며 월드컵이 과거와 같은 전국민적 소비 이벤트의 성격을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B 편의점 업체 관계자는 “사실상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스포츠 축제가 업체 입장에서는 과거와 같이 폭발적인 인기가 있지는 않다”며 “스포츠 특수 관련해서는 최근에는 KBO의 인기가 여전히 많기 때문에 변수가 많은 월드컵 일정 등 보다는 오히려 수요 예측이 가능하고 소비가 꾸준한 프로야구 관련 마케팅이 더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편의점 업계는 월드컵 자체에 초점을 맞춘 단기 프로모션보다 여름 성수기 마케팅과 연계한 전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과거 거리응원이나 단체응원 수요를 겨냥했던 행사 대신 간편식·스낵·음료 등 여름철 소비 품목과 월드컵 분위기를 결합한 보다 폭넓은 프로모션을 전개하며 수요 확보에 나서고 있다.

CU는 후라이드 치킨, 한입쏙쏙 핑거치킨, 자이언트 순살 치킨 등 ‘가성비 치킨’ 3종을 국가대표 경기 전날과 당일, 다음날까지 3일간 3000원 할인 판매한다. 또 월드컵을 전후해 닭다리순살꼬치, 휴게소소시지바, 통새우꼬치 등 즉석 후라이드 제품 20여종을 포함해 맥주, 아이스크림 등 주요 하절기 상품에 대한 할인 프로모션을 한 달 간 전개한다. GS25의 경우 대표팀 경기가 있는 12일, 19일, 25일에 치킨·피자·맥주·안주 제품군을 할인한다. 세븐일레븐 역시 온오프라인에서 즉석치킨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배달앱 업계도 비슷한 분위기다. 과거 월드컵 기간 일간활성이용자수(DAU)가 크게 증가했던 것과 달리, 이번 대회는 경기 시간이 출근·등교 이후인 평일 오전에 집중된 만큼 특수를 선점하기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 경쟁보다는 기존 프로모션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모습이다.

요기요는 6월1일부터 7월5일까지 월드컵 기간을 포함해 폭넓게 진행하는 ‘메가적립 페스타’를 통해 다양한 브랜드 할인과 포인트 적립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경기 응원 수요뿐 아니라 일반 소비 수요까지 함께 흡수하기 위해 주문 횟수에 따라 적립 혜택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경기 관람과 함께 즐기기 좋은 메뉴 할인, 대표팀 승리 기원 특별 적립 이벤트 등을 더해 월드컵 분위기를 반영했다.

배달앱 업계 관계자는 “배달 수요가 가장 집중되는 시간대는 저녁인데, 이번 월드컵 경기는 대부분 평일 오전에 열려 주문 증가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과거처럼 경기 시간에 맞춘 공격적인 프로모션보다는 월드컵 분위기를 활용한 장기 프로모션으로 수요를 흡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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