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6일 (6)
‘탱크데이’ 조사서 한계 드러낸 신세계…공정위 제도 손질 나서나

‘탱크데이’ 조사서 한계 드러낸 신세계…공정위 제도 손질 나서나

신세계 자체조사 고의성 여부 규명 ‘한계’…핵심 물증 확보 실패
공정위, 스타벅스 약관 살펴본다…업계 표준약관 적정성도 검토
스타벅스 환불 규정 일시적 완화…“소비자 유리한 보상은 자율”

승인 2026-05-27 16:04:04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스타벅스코리아 ‘5·18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남동균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스타벅스코리아 ‘5·18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남동균 기자
신세계그룹이 스타벅스 ‘5·18 탱크데이’ 논란 관련 자체 진상조사에서 고의성 여부를 규명하지 못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스타벅스 약관과 업계 전반 표준약관에 대한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증거 부재로 사실상 진상 규명이 수사기관 몫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공정위 대응이 기업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 기준 강화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지난 19일부터 26일까지 스타벅스코리아 커머스팀과 결재라인을 대상으로 자체 진상조사를 진행했지만 핵심 물증 확보에 실패하며 고의성 여부를 결국 규명하지 못했다.

해당 논란은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 15일부터 26일까지 텀블러 홍보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18일 행사 문구로 ‘탱크데이’, ‘책상에 탁’ 등의 표현을 사용했는데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해당 문구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치안본부의 발표 내용인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논란이 일자 스타벅스는 관련 문구를 삭제하고 행사를 중단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이마트 자회사다.

논란 이후 신세계는 커머스팀과 전략기획본부, 대표이사 등 관련 임직원을 대상으로 휴대전화와 노트북 포렌식을 시도했다. 그러나 ‘탱크데이’ 명칭을 최초 제안한 직원을 포함해 커머스팀 직원 일부가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케팅 초기 기획 과정에서 오간 사내 메신저 기록 역시 회사 정책상 서버에 일주일만 저장돼 이미 삭제된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신세계그룹은 실무진의 구두 진술을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판단할 수밖에 없었고, 고의성을 입증할 명확한 근거 확보에 사실상 실패했다. 핵심 증거 부재와 내부 조사 권한의 한계로 인해 이번 조사가 실질적인 진상 규명보다는 사실상 자체 해명 수준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압수수색 등 수사기관의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26일 국민주권정부 1주년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26일 국민주권정부 1주년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공정위, 스타벅스 약관 들여다본다…“제도 개선 검토”

업계 안팎에서는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공정위 등 정부기관이 제재나 제도 개선 검토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정위는 이번 스타벅스 논란에 대해 개별 기업 약관 점검과 업계 전반 제도 개선 검토 등 투트랙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우선 스타벅스의 환불·회원탈퇴 관련 약관에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는 불공정 조항이 있는지 살펴보고, 나아가 유사 업종 전반의 표준약관 적정성도 점검할 계획이다.

주병기 공정위원장도 지난 26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의 마케팅이나 브랜드에 사용되는 표현이 소비자를 기만하는 방식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며 “‘탱크’라는 용어가 표면적으로는 중립적인 의미처럼 보이지만,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다면 국민에게 사죄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소비자정책국 관계자는 “스타벅스 약관 가운데 환불 조항이나 회원 탈퇴 조항 등에 소비자에게 불리하거나 불공정한 내용이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라며 “표준약관은 공정위의 권고 기준인 만큼 개별 사업자 약관에 직접 개입하는 개념은 아니지만,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요소가 확인되면 개선 필요성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안을 계기로 스타벅스뿐 아니라 유사한 약관 체계를 운영하는 다른 업계 전반도 함께 점검할 가능성이 있다”며 “사업자들로부터 현황을 제출받아 심사한 뒤 약관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고, 필요할 경우 시정을 권고하는 방향으로 검토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 개선 과정에서 사업자 측 반발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최근 논란과 관련해 스타벅스 카드 잔액 환불 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6월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기존의 ‘충전금액 60% 이상 사용’ 조건 없이 모바일 앱을 통해 환불 신청이 가능하며 계정당 최대 200만원까지 환불받을 수 있다. 스타벅스는 “무거운 책임감과 자숙의 마음을 갖고 최근 환불을 요청하는 고객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기준을 완화해 운용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스타벅스의 일시적인 기준 완화에 대해 공정위는 “약관상 기준보다 소비자에게 유리한 보상이나 환불 조치를 제공하는 것은 기업의 자율적 판단 영역으로, 공정위가 개입할 사안은 아니”라며 “반대로 약관상 보장 수준보다 소비자에게 불리한 보상 조치가 이뤄질 경우에는 공정위가 들여다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최소 기준을 정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이번 사례처럼 일반적인 경우가 아닌 상황에서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상응하는 보완 조치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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