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5일 (5)
‘감점’ vs 설계 공백’…HD현대 ‧ 한화 7조 KDDX 2차 입찰 격돌

‘감점’ vs 설계 공백’…HD현대 ‧ 한화 7조 KDDX 2차 입찰 격돌

승인 2026-05-27 06:00:05

HD현대중공업,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 기본설계 완료. HD현대
HD현대중공업,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 기본설계 완료. HD현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을 둘러싼 경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국내 해양방산 ‘빅2’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정면충돌은 한국 함정 산업 경쟁 체계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의 ‘K-방산 원팀’ 전략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재입찰 공고에 따라 오는 28일 입찰 참가 등록을 마감하고, 29일 제안서 접수를 완료할 예정이다. 앞서 진행된 1차 입찰은 HD현대중공업이 불참하면서 한화오션의 단독 응찰로 유찰된 바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2차 입찰에는 HD현대중공업도 참여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끝내 불참할 경우 사업이 한화오션과의 수의계약 형태로 전환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사업 주도권 확보를 위한 마지막 승부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적 판단에 대한 이견이 존재하더라도, 장기적인 특수선 경쟁 구도를 고려하면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주전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선도함 수주 경험이 후속함 건조 경쟁력으로도 직결되는 함정 사업의 특성이 자리한다. 양사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경쟁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양사 모두 ‘서로 다른 취약점’을 노출하고 있다.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은 사업 연속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과거 군사기밀 유출 사건에 따른 보안 감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방사청의 추가 감점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미세한 점수 차로 당락이 갈리는 방산 입찰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오션은 과거 KDDX 개념설계 경험을 바탕으로 경쟁입찰 원칙과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상세설계의 전 단계인 기본설계를 직접 수행하지 못한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방사청 자료를 토대로 제안서를 준비하고 있지만, 타사가 수행한 설계를 넘겨받아 선도함 건조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존재한다는 평가다.

국내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사업 지연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으로의 주요 변수는 HD현대중공업이 방사청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금지 가처분 항고심 결과다. 1심에서는 기각됐으나 항고심 판단에 따라 사업 구조와 기술 분담 구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양사 간 법적 공방과 불신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입찰 이후에도 지연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선도함 일정이 늦어질 경우 후속함 건조와 연계된 전력화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해군의 노후 구축함 대체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같은 갈등은 해외 수주전에서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필리핀 해군 현대화 사업의 경우, HD현대중공업이 지난 2016년 호위함과 2022년 원해경비함을 연속 수주하며 선점한 시장에 2023년 한화오션이 잠수함 사업을 무기로 뛰어들며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그러나 국내 기밀 유출 공방전의 여파가 그대로 전이되면서 지난 2024년 상반기 현지 입찰 과정에서 서로의 법적 리스크와 투명성 문제를 제기하는 장외 설전이 벌어졌고, 해당 내용이 현지 언론에 보도되면서 K-방산 전체의 대외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024년 진행된 페루 함정 및 잠수함 사업 역시 양사 간 협력이 이뤄지지 못한 사례로 꼽힌다. HD현대중공업이 수상함과 잠수함 사업을 잇따라 수주했지만, 잠수함 유지·보수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한화오션과의 협업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시너지 창출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위사업청의 역할을 둘러싼 비판도 커지고 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해법을 알고 있음에도 실행을 미루는 것은 심각한 부작위”라며 “KDDX 사업이 2년 이상 지연되면서 전력 공백 우려가 현실적인 안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방사청이 보다 적극적인 조정자 역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교수는 “평가 기준과 자료 활용 범위를 명확히 공개해 추가 소송을 최소화하고, 정부 주도의 KDDX 사업조정 협의체(가칭)를 한시적으로 운영해 양사 간 이견을 제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해외 수주전에서 과도한 상호 비방을 방지하기 위한 방산수출 상생 가이드라인 마련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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