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위험 임산부가 제때 병원을 찾지 못하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모자의료 전원·이송체계를 손질한다. 전원전담팀 인력을 3배 늘리고, 여러 병원에 동시에 전원을 요청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을 도입해 병원 선정 시간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26일 국무회의에서 고위험 임산부와 신생아가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응급실 미수용으로 진료가 지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위험 임산부·신생아 및 응급 의료체계 개선방안’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간 정부는 신생아 집중치료 지역센터와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를 지정해 지원해왔다. 지난해에는 중증도에 따라 적정 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중증·권역·지역 모자의료센터 체계로 개편했다. 중앙모자의료센터에는 고위험·응급 분만 산모와 신생아 전원 조정을 위한 전담팀도 설치했다.
하지만 35세 이상 고령 산모와 조산아 등 고위험 분만은 증가하는 반면, 전문인력은 부족해 고위험·응급 임산부가 제때 진료받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최근에는 청주의 한 산모가 응급 분만할 병원을 찾지 못해 29주차 태아가 숨지는 일이 있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전원·이송체계를 신속히 정비하고, 전국 어디서나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모자의료 안전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우선 권역 모자의료센터를 중심으로 한 지역별 협력체계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현재 9개 권역에서 12개 협력체계가 운영 중인 ‘모자의료 진료협력 시범사업’을 충청권, 전북권, 제주권까지 넓혀 연내 전국 단위 협력망을 구축한다. 권역 내 상급기관과 분만병원이 협력해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최대한 지역 안에서 수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고위험 임산부·신생아 전원체계도 고도화된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모자의료센터 전원전담팀 인력은 기존 5명에서 15명으로 늘어난다. 복지부는 이를 통해 여러 건의 전원 의뢰가 동시에 발생해도 신속하게 병원을 선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6월에는 ‘모자의료 정보시스템’도 개통된다. 기존에는 전화로 병원 한 곳씩 문의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시스템을 통해 여러 병원에 동시에 전원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병원 선정 시간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이송체계도 강화된다. 고위험·응급 분만 임산부는 병원 간 전원 때도 119구급차를 통해 안전하게 이송된다. 장거리 이송이 필요한 경우 닥터헬기, 소방헬기, 군헬기 등 정부 보유 헬기를 공동 활용한다.
119 신고 시에는 임산부가 평소 다니던 병원으로 우선 이송한다. 해당 병원에서 진료가 어렵다면 권역 모자의료센터 등 네트워크 내 협력체계를 가동한다. 권역 안에서 해결이 어려운 경우 중앙모자의료센터 전원전담팀과 중앙119구급상황센터가 협력해 병원을 선정한다. 현재 전국에서 연간 30명 이상 임산부를 받는 분만병원은 300곳 남짓이다.
특히 협력체계가 구축되지 않은 지역부터 우선 보완한다. 최근 문제가 된 청주 지역도 지역 모자의료 협력망이 부재했던 사례로 언급됐다. 이중규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역 네트워크가 있었다면 환자 정보가 상급 병원과 공유돼 훨씬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청주 지역은 중앙119구급상황센터와 중앙모자전원센터를 통해 전국 자원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의 ‘중증·권역 모자의료센터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기준 권역모자의료센터로 지정된 상급종합병원 20곳 가운데 산과 전문의가 필수인력 기준(4명) 미만인 곳이 11곳이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충북대병원(산과 전문의 1명), 충남대병원(3명), 단국대병원(2명), 칠곡경북대병원(3명), 해운대백병원(2명), 양산부산대병원(1명) 등 비수도권 6곳이 산과 전문의 규모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수도권에선 고려대안암병원(2명), 고려대안산병원(3명), 아주대병원(2명), 가천대길병원(2명) 등 4곳이 산과 전문의가 부족했다.
모자의료센터 체계도 재편된다. 정부는 현재 서울에만 2곳 있는 중증 모자의료센터를 동남권, 대경권, 중부권, 호남권에 각 1곳씩 추가 지정해 단계적으로 전국 6개소로 늘릴 예정이다. 이를 통해 최중증 임산부와 신생아에 대한 광역 단위 대응 역량을 높인다.
임신 주수, 미숙아 상태, 비수도권 여부 등에 따라 건강보험 지원도 추가 확대한다. 현재 임신·분만 수가는 임신 주수나 중증도에 따라 충분히 차등화 돼 있지 않다. 정부는 28주 미만, 28~32주, 32~34주 등 주수별 역할을 구분하고, 해당 주수의 산모와 신생아를 책임지는 기관에는 수가와 성과보상을 차등 적용할 계획이다.
이 정책관은 “28주 미만 신생아는 인큐베이터에 투입되는 간호사만 4~5명이 필요하고, 의사도 전담해야 하는 등 부담이 크다”며 “기관이 맡은 역할에 맞는 신생아를 받고 케어할 경우 보상을 더 차등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재편 속도는 지역 여건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중증센터로 기능하려면 28주 미만 조산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산과 전문의뿐 아니라 신생아중환자실과 전문 인력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이 정책관은 “산과 전문의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신생아중환자실이 동시에 있어야 한다”며 “두 가지가 골고루 갖춰진 곳이 지역적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동네 분만병원 전문의가 파트타임 근무 중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정부는 의료기관 단위의 배상책임보험과 법적 안전장치를 통해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불가항력적 분만사고에 대한 국가 보상도 강화된다. 기존에는 신생아 뇌성마비·사망, 산모 사망 등에 대해 보상했지만, 6월부터는 산모에게 중증 장애가 발생한 경우에도 최대 1억50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줄이기 위한 이송체계 혁신 모델도 전국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광주·전라 지역에서 시범 운영한 모델을 올해 3분기 안에 전국으로 넓힌다. 시·도별 의료자원과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이송지침을 마련하고, 지역 이송체계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 전국 6개 광역상황실이 즉시 지원하는 방식이다.
다만 정부도 이것이 근본 대책은 아니라고 인정했다. 산과 전문의가 당장 새로 배출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 정책관은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당장 인력이 배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있는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최대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직할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근무하는 의료진도 매우 힘든 상황으로, 있는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근무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려 한다”면서 “응급이송체계에서 지역 협력체계가 구성되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모자의료도 지역 내 협력체계가 실제로 작동하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