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5일 (5)
SK하이닉스 이어 카카오모빌리티도 ‘ADR 발행’?…K기업 ‘미국행’의 속사정 [알기쉬운 경제]

SK하이닉스 이어 카카오모빌리티도 ‘ADR 발행’?…K기업 ‘미국행’의 속사정 [알기쉬운 경제]

SK하이닉스, 투자 자금 마련위한 ‘달러 수혈’
카카오모빌리티 ‘FI 투자자금 출구’
“과거와 달리 실리적 도구 된 ADR”

승인 2026-05-20 06:00:04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전경. 임성영 기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전경. 임성영 기자


최근 한국 자본시장은 외국인 투자등록제 폐지와 외국인 통합계좌(옴니버스 계좌) 적극 도입 등으로 해외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습니다. 굳이 우회로를 찾지 않아도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직접 사고팔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국내 기업들은 지금 다시 미국 증시, 즉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다만 과거의 ADR 상장이 단순한 외연 확장이었다면, 최근의 행보는 기업마다 철저하게 계산된 ‘생존과 돌파’의 셈법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19일 산업계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ADR 상장을 위한 공모 등록신청서(Form F-1)를 비공개 제출했습니다. 국내 상장 가능성이 희박해진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BoA메릴린치, UBS, 모건스탠리 등 대형 외국계 증권사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내부적으로 ADR 상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DR(American Depositary Receipt)은 미국 외 기업이 주식을 국내 수탁기관에 담보로 묶어두고, 이를 기초로 미국 예탁은행이 발행하는 달러 표시 대체 증서입니다. 미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안방에서 해외 우량주를 일반 미국 주식처럼 매매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사실 한국 기업들에게 ADR은 낯선 카드가 아닙니다. 1990년대 후반 포스코홀딩스, SK텔레콤, KT 등이 잇따라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외환위기 직후 해외 유동성을 끌어오기 위한 ‘필수 사다리’였죠.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과거 국내 기업들의 ADR 상장에 대해 “비교 대상(Peer)이 부재한 상황에서 진행된 다분히 요식행위 성격의 구조였다”고 평가합니다. 미국 자본시장은 고성장 기술주에 환호하지만, 한국이 내놓은 ADR들은 내수 기반의 무거운 ‘경기방어주’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들은 오랜 기간 월가에서 소외된 상태를 이어왔고, 최근 국내 본장의 외국인 규제까지 완화되면서 기존 ADR의 메리트는 더욱 줄어들었습니다.

하이닉스의 ‘달러 수혈’ vs 카카오모빌리티 ‘투자자금 출구’

이처럼 잊히던 ADR 카드가 부활한 건 최근 기업들의 절박한 속사정 때문입니다.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10조~15조원 규모의 공모 가능성이 거론되는 SK하이닉스의 목적은 명확합니다. 천문학적인 HBM 생산기반 확충과 선단공정 전환(EUV 장비 도입 등)을 위해 ‘진짜 달러’를 수혈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최근 세미나에서 “가능한 한 빨리 공급을 늘려야 한다”며 속도전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특히 미국 증시에서 신주 발행을 수반하는 방식(Level 3 ADR)이 유력 옵션으로 거론되면서, 마이크론 등 글로벌 경쟁사 대비 저평가된 밸류에이션을 미국 본토에서 제대로 인정받겠다는(리레이팅) 의도로 해석됩니다.

반면 카카오모빌리티의 속사정은 전혀 다릅니다. 이들은 신주 조달보다 재무적 투자자(FI)들의 ‘구주 매출을 통한 투자금 회수(Exit)’가 핵심입니다. 2대 주주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 등은 펀드 만기 압박을 받고 있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플랫폼 규제 논란과 쪼개기·중복상장 제한 방침에 막혀 국내 상장 길이 사실상 끊겼습니다. 결국 고육지책으로 우버(Uber) 등과 경쟁하는 미국 시장으로 넘어가 글로벌 밸류에이션을 적용받아 투자자들을 탈출시키겠다는 구상으로 보입니다.

지분 희석 우려 딛고…“결국 파격적 주주환원 이끌 것”
 
시장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합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경우, 대규모 신주 발행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기존 국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주주총회에선 “자사주 매입·활용이 아닌 신주 발행 방식으로 ADR을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주주들의 비판 어린 질문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ADR 발행’이라는 방법론보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질을 봐야 한다는 역발상적 조언도 나옵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조달 규모와 환율, 신규 밸류에이션을 고려하면 실제 발행 주식 수가 크지 않아 지분율 희석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오히려 대규모 현금 유입이 파격적인 주주환원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힘을 얻습니다. 서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론적 지분 희석은 불가피하지만 수십조원의 현금이 유입되는 만큼 회사 측이 상당한 규모의 주주환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ADR 세부 조건 발표 전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이나 배당 확대 계획이 도출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모회사인 SK스퀘어의 지분율(현재 20.07%) 규제 규정도 주주에겐 호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신주 발행으로 SK스퀘어의 지분이 법적 기준인 20% 미만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결국 SK하이닉스가 대규모 배당을 실시해 모회사가 주식을 더 사게 하거나 선제적인 자사주 소각으로 발행 주식 수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죠. 서 연구원은 “두 방안 모두 최종적으로는 SK하이닉스 주주들에게 강력한 호재로 귀결되는 구조”라고 강조했습니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과거의 ADR이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는 상징적 의미가 컸다면, 지금의 ADR은 대규모 달러 확보나 규제 우회 등 철저한 실리적 도구로 재해석되고 있다”고 평했습니다.
임성영 기자 프로필 사진
임성영 기자
신속하고 정확한 기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쿠키오리지널

전체보기

쿠키피드

전체보기

슥- 넘겨 보는 세상 이야기, 기자의 솔직한 코멘터리까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