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률 72%. SK하이닉스가 제조업의 상식을 뛰어넘는 성적표를 내놓으면서 시장의 시선은 ‘200만닉스’라는 고지로 향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에서의 독주를 바탕으로 분기 영업이익 30조원 시대를 열면서 글로벌 빅테크 반열 진입에 대한 기대도 커지는 분위기다.
AI가 메모리 수요를 구조적으로 바꾸고, 3~5년짜리 장기 공급 계약이 사이클 변동성을 줄이고 있다는 점은 최근 증권가의 주요 시각이다. 그럼에도 과거 모든 호황기마다 “이번엔 다르다”는 말이 반복됐다는 점에서, 시총 1492조원을 전제로 한 200만닉스 전망이 또 한 번의 ‘이번엔 다르다’로 끝날 수 있다는 경계심도 여전히 존재한다.
23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0.16%(2000원) 상승한 122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26만7000원까지 치솟으며 신고가를 갈아치웠지만, 오후 들어 차익 매물이 출회되며 상승 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이날 기준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873조604억원이다.
엔비디아도 뛰어 넘는 ‘수익성’…영업이익률 72%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405.5% 증가한 37조610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매출은 52조5763억원으로 198.1% 늘었다.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단순히 규모만 커진 것이 아니다. 영업이익률 71.5%, 세전 영업이익률(EBITDA Margin) 79%를 기록했다. 이는 AI 대장주인 엔비디아(영업이익률 67.7%)마저 상회하는 수준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선점한 데다 고용량 서버용 D램 모듈, eSSD 등 고부가 메모리 비중이 급격히 높아진 결과다.
앞서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연결 기준 영업이익 34조8753억원, 매출 50조1046억원 수준이었다. 실제 실적은 매출과 이익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이었다.
증권가, 140만~205만원 목표가 제시…“메모리 업황 호조, 이제 시작”
이미 증권가에선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정사실로 보고 목표주가를 잇따라 상향해왔다. 증권가가 제시한 SK하이닉스 목표주가는 140만~205만원 사이다. 가장 공격적인 전망을 내놓은 곳은 한국투자증권으로 목표주가 205만원을 제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7일 목표주가 180만원으로 올린데 이어 2주 만에 목표주가를 또 상향조정했다.
주가 205만원은 시가총액 약 1492조원을 의미한다. 이는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약 1700조원)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글로벌 시총 순위에서 메타(약 1500조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와 내년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각각 251조원, 361조원으로 기존 대비 16%, 30% 상향했다”면서 “수요의 구조적인 변화로 실적 모멘텀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아직 메모리 업사이클의 종료를 선언하기는 많이 이르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업황은 제조사들의 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AI 투자 확대 등에 따른 구조적 수요 증가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요 클라우드·빅테크 고객의 메모리 수요는 D램과 낸드 전방위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공급사들은 단기간 공급을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메모리 가격 상승 사이클이 과거 대비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을 중심으로 3~5년짜리 장기 공급 계약을 확대하면서 과거처럼 분기·연 단위로 수요와 가격이 널뛰는 롤러코스터형 사이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PC·스마트폰 중심 재고 순환형 사이클에 비해 지금은 글로벌 빅테크의 설비투자가 메모리 수요를 좌우하는 구조로 변하면서 업사이클이 더 길고 완만해질 수 있다는 기대다.
SK증권 역시 메모리업황의 호황은 이제 시작이라며 목표주가 200만원을 제시하고 있다. 한동희 연구원은 “AI에 대한 투자 명분 자체를 훼손시킬 가능성은 제한적이며 메모리가 핵심 병목이라는 점도 변하지 않는다”면서 “역사상 가장 강하고 긴 사이클이며 메모리 재평가 여정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상을 웃도는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올해와 내년 실적 전망 상향과 장기공급계약 가시화를 통한 실적 안정성 제고가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일각에선 사이클의 형태가 바뀌고 변동성이 일부 완화됐다는 평가가 곧 ‘사이클이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삼성·마이크론 등 경쟁사의 증설과 기술 전환 속도, 중국 업체의 추격, AI 투자 열기의 속도 조절 여부에 따라 가격·실적 궤적은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것.
투자자 관심, 이익 창출 넘어 분배로…“주주환원이 하방지지”
업황 호조에 따른 큰 폭의 실적 개선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큰 이견이 없다. 대신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이제는 ‘얼마나 벌 수 있느냐’보다 ‘얼마나 돌려줄 것이냐’로 관심사가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관심사는 이익 창출 여부에서 분배 계획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주주환원의 잠재적 재원인 잉여현금흐름(FCF)의 50% 수준인 48조원이 주주환원에 사용될 가능성이 크고, 이것이 주가 하방 경직성을 강력하게 확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규모 CAPEX와 함께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소각 등 적극적인 환원 정책이 병행될 경우, ‘200만닉스’를 향한 시장의 장기 밸류에이션 재평가 시도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