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6일 (6)
삼성전자, 57조 축포 쐈지만…완제품 수익 둔화·노사 갈등 ‘이중고’

삼성전자, 57조 축포 쐈지만…완제품 수익 둔화·노사 갈등 ‘이중고’

승인 2026-04-30 19:03:33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의 모습. 임은재 기자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메모리 호황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사업 구조의 쏠림과 내부 갈등이 동시에 확대되는 양상이다. 반도체가 대부분의 이익을 책임지는 가운데, 완제품 사업은 수익성이 둔화되고 있다.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까지 겹치면서 ‘호황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30일 2026년 1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하고 매출 133조9000억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755% 급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실적은 사실상 반도체가 견인했다. 반도체(DS) 부문은 매출 81조7000억원, 영업이익 53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전사 이익 대부분을 창출했다. AI 확산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 수요 증가와 메모리 가격 상승이 맞물린 결과다.

컨퍼런스콜에서도 메모리 호황 지속 가능성이 강조됐다. 삼성전자 측은 “메모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공급 부족 심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 “올해 HBM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HBM4 양산 확대 계획도 밝혔다. HBM4는 올해 3분기부터 전체 HBM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매출 52조700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3조원에 그쳤다. 모바일 사업은 플래그십 판매 확대에도 불구하고 원가 상승과 관세 부담으로 수익성 개선이 제한됐고, TV·가전 사업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시장 불확실성 영향으로 실적 압박을 받고 있다.

사업부 간 양극화가 심화되자 삼성전자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하고 사업 구조 개편에 나설 방침이다. 삼성전자 측은 “중국 내 TV·가전 시장에서 판매를 철수하고 일부 수익성 낮은 제품군의 생산 외주화를 검토할 것”이라며 수익성 중심 재편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나아가 과감한 사업 효율화와 동시에, 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투자 전략도 명확하다. 삼성전자는 AI 수요 대응을 위해 반도체 설비투자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측은 “올해 캐펙스는 전년 대비 상당 수준 증가할 것”이라며 “차세대 공정과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한 투자를 지속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조가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동균 인턴 기자

역대급 실적을 올렸지만, 축포를 쏠 수만은 없다. 성과급을 두고 노사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갈등의 출발은 성과급 산정 방식의 불투명성이다. 노조는 기존 성과급을 영업이익으로 환산하면 15~16%에 해당한다며, 이를 명문화해 투명하게 하자는 입장이다.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두는 것을 제도화하고, 연봉의 50%까지만 성과급으로 지급하던 상한을 폐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영업이익이 300조원 수준에 이를 경우 성과급 규모가 최대 45조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이같은 요구는 단순한 보상 확대가 아니라 성과급 체계를 ‘비율 기반’으로 고정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문제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업황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익이 크게 늘어나는 호황기에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일 수 있지만, 불황기에도 동일한 비율을 유지할 경우 기업 부담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023년 반도체 부문에서 14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업황에 따라 실적 변동 폭이 큰 구조에서 성과급을 고정 비율로 제도화할 경우, 변동 보상이 사실상 고정비로 전환되며 경영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성과급 규모가 커질수록 배당과 설비투자, 연구개발 재원과의 충돌 가능성도 커진다.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선행 투자가 필수적인 분야인 만큼, 자금 배분 구조에 대한 부담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는 5월21일부터 6월7일까지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생산 차질 최소화 방침을 밝혔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파업이 벌어지더라도 전담 조직과 대응 체계를 통해 생산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하겠다”며 “노조와의 대화를 우선해 원만히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급 규모에 대해서는 “현재 노사 협의가 진행 중이며, 구체적 지급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협상 결과에 따라 2분기 충당 규모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생산 차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특히 HBM4 등 고부가 제품은 고객 맞춤형 생산 비중이 높은 만큼, 공급 차질 여부가 시장 신뢰와 직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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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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