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과반노조’가 공식적으로 탄생했다. 노조의 대표성과 협상 지위가 강화되며 향후 성과급 현상을 둘러싼 강 대 강 대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는 17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과반노조 공식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초기업노조에 가입한 삼성전자 근로자는 7만4000명이다. 지난 2025년 9월 6000명으로 시작해 6개월 만에 12배 성장했다. 삼성전자 최초로 임직원의 과반을 조합원으로 가진 과반노조가 됐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은 “지난 15일 고용노동부의 확인 절차를 거쳐 법적 근로자 대표로서의 지위를 앞두고 있다”며 “노사협의회가 삼성전자 근로자 대표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 초기업노조만이 근로자를 대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방적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원천 차단 △조합원 중심의 노사협의회 창설 △제대로 된 노사 협상 등에 나서겠다고 이야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향한 메시지도 나왔다. 최 위원장은 “무노조 경영 폐기를 약속했지만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다”며 “초기업노조는 법적 근로자 대표로서 진정한 노사 관계 정립을 위해 회장님이 직접 대화에 나서주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과반노조의 탄생으로 삼성전자의 노사 관계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단순히 조합원이 많다는 의미를 넘어, 사업장 전체 근로자 대표로서의 권한을 갖게 된 것이다. 그동안 과반노조가 없던 삼성전자에서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진행해왔다. 그동안 노조에서는 노사협의회가 사측의 영향권 아래 있다고 지적해왔다. 그러나 과반노조가 탄생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법에 따르면 임단협에서 과반노조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파행을 겪고 있는 성과급을 포함한 임단협이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노조에서는 △성과급 제도 투명화 및 상시 제도화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재원화 △연봉의 50% 성과급 상한 폐지 등을 주장 중이다.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300조원으로 가정할 경우, 성과급에 쓰일 돈은 약 45조원에 달한다.
노조는 파업으로 ‘배수의 진’을 계획하고 있다. 오는 23일 경기 평택에서 결의대회를 연 후, 노사 협상에 진전이 없을 시 다음 달 21일부터 오는 6월7일까지 18일간의 대규모 파업을 전 사업장에서 벌일 예정이다. 파업이 이뤄질 시, 삼성전자의 하루 손실 규모는 약 1조원으로 추정된다. 설비를 다시 정상화 시키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손실 규모는 20~30조로 예상되고 있다.
사측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수원지방법원에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쟁의권을 확보한 노조의 파업은 합법이지만, 불법적으로 흘러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법에서는 △안전 보호시설 정상 운영 방해(제42조 2항) △장비 손상 및 원료·제품 변질 방지작업 중단(제38조 2항) △생산라인 등 사업장 주요 시설 점거(제42조 1항) △협박을 통한 쟁의 참여 강요(제38조 1항) 등을 금지하고 있다.
노사는 앞서 임단협을 통해 쟁의 행위 중에도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협정근로자’를 규정한 바 있다. 사측에서는 제조·기술 인력을 협정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노조에서는 기존 임단협에는 이같은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고소와 수사의뢰 등 또 다른 법적 대응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일 삼성전자는 ‘노조 미가입자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앞서 사내에서 부서명과 성명, 사번 등이 표기된 노조 미가입자 명단이 확산됐다. 이후 지난 16일 삼성전자는 사내 보안 시스템을 악용, 임직원의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무단수집하고 제3자에게 제공한 혐의로 소속 직원을 수사 기관에 고소했다. 소속 직원은 노조원으로 전해졌다.
파업 전, 노사가 교섭 테이블에 마주 앉을 수는 없을까. 노조는 교섭 파행에 대한 사측의 사과와 선제적 안건 제시를 조건으로 내놨다. 최 위원장은 구체적인 교섭 재개 시점에 대해서는 “지금으로서는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