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영 KT 신임 대표가 취임과 동시에 조직과 인사를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임원급 조직을 약 30% 축소하고 외부 인재를 대거 영입하는 한편, 인공지능(AI)·클라우드·플랫폼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며 ‘통신회사’에서 ‘AI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내외 신뢰를 회복하고 비대해진 조직을 정비해 실행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통 KT맨’ 박윤영…외부 인재 전진 배치로 체질 전환
박 신임 대표이사는 1992년 KT의 전신인 한국통신에 입사해 30여년간 KT에서만 근무한 ‘정통 KT맨’이다.기업사업부문장 사장, 미래사업개발단장, 컨버전스 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전임 김영섭 대표가 LG CNS 출신 외부 인사였던 것과 달리, 박 대표는 KT 내부를 속속들이 꿰뚫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는 취임식도, 주주총회 출석도 없이 이메일 서한으로 첫 인사를 갈음하며 “KT를 책임감 있는 국가 기간통신사업자이자 AI 시대를 선도하는 AX 플랫폼 기업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형식보다 실행에 방점을 찍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핵심 외부 영입 인사 면면은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외부 인재의 전진 배치다. KT는 외부 임원 13명을 영입해 전체 임원 중 약 20%를 외부 출신으로 채웠다. 특히 인공지능전환(AX)사업부문, 보안, 법무, AI 기술 조직 등 핵심 보직에 외부 전문가를 집중 배치했다.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AX사업부문장에 발탁된 박상원 전무다. 박 전무는 2008년부터 삼정KPMG 컨설팅부문장을 지내며 제조·서비스·금융 분야의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를 총괄했고, 전략·기술·사업 수행 전반을 아우르는 AX 컨설팅 전문가로 꼽힌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 대형 AX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박 전무는 KT 안팎에 흩어져 있던 전략 수립부터 기술 개발, 제휴·협력, 서비스 시장 확대까지 분산돼 있던 B2B AI 기능을 한데 묶어 기업용 AX 사업을 본격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보안 분야에도 외부 전문가가 투입됐다. 정보보안실장을 맡은 이상운 전무는 서강대 물리학과 출신으로, 1995년부터 2025년까지 금융결제원에서 CISO·CPO·CIO를 지낸 30년 경력의 보안 전문가다. 이 전무는 정보기술(IT)와 네트워크에 분산돼 있던 보안 기능을 통합 관리하게 된다.
KT가 보안 조직을 별도로 격상한 것은 지난해 불법 펨토셀(소형 기지국) 악용으로 약 2만2000건의 가입자 정보가 유출되고 약 2억4000만원의 금전 피해가 발생한 사고로 인한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조치로 읽힌다.
법무실장에는 국가정보원 감찰실장과 대검찰청 공안기획관을 지낸 송규종 부사장이 영입됐다. 부산대 법학 출신으로 법무법인 대륙아주 파트너 변호사도 역임했다. 준법과 리스크 대응 기능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AX미래기술원장에는 LG AI연구원 에이전틱 AI그룹장 출신 최정규 상무가 내정됐다. KT가 AI 사업의 실행력과 기술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려 한다는 신호다.
내부 인사도 물갈이…KT 최초 여성 부사장 탄생
외부 수혈과 함께 내부 세대교체도 병행됐다. 김봉균 부사장은 엔터프라이즈 부문을 맡아 B2B 사업을 총괄한다. 김 부사장은 1972년생으로 부산대 경제학 학사·연세대 IT경영전략 석사 출신이며, KT 엔지니어링 대표이사와 부산경남광역본부장을 거쳐 B2B 사업 총괄에 올랐다.
옥경화 부사장은 KT 창사 이래 첫 여성 부사장으로, IT 부문을 지휘한다. 1968년생으로 부산대 전산통계학 학사·전산학 석사 출신이며, 기술혁신부문 IT 플랫폼본부장을 거쳤다.
고객(Customer)부문장에는 KT 밀리의서재·지니뮤직 대표이사 등 그룹 미디어 계열사를 두루 거친 박현진 부사장이 배치됐다.
내부에서 성장한 인물을 전면에 세우면서도 외부 인재를 핵심 축에 배치한 것이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
사업 구조 3축 재편…AI·인프라 중심 이동
사업 구조는 보다 선명해졌다. KT는 통신을 기반으로 △기업용 AI(B2B) △데이터센터·GPU 중심 인프라 △플랫폼·미디어 사업 재정비 등 3축으로 재편하는 구상이다. 특히 기업 대상 AI와 인프라 사업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 뚜렷하다.
이를 위해 기존에 분산돼 있던 기업간거래(B2B) AI 기능을 AX사업부문으로 통합하고, 연구개발 조직도 ‘AX미래기술원’으로 재편해 AI 기술 역량을 한 축으로 묶었다. 사업·기술·운영 기능을 분리해 실행 속도를 높이고, 기업용 AI와 데이터센터·GPU 기반 인프라, 플랫폼·미디어 사업을 각각 별도 축으로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미디어 사업의 위상 조정도 눈에 띈다. 미디어 부문을 고객부문 아래로 재배치하며 별도 성장 축보다는 수익성과 운영 효율 중심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무게가 이동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향후 콘텐츠 사업 재편이나 플랫폼 전략 조정과도 맞물릴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장 구조도 대폭 손질됐다. 기존 7개 광역본부 체제를 수도권강북·수도권강남·동부·서부 4개 권역으로 통합했고, B2C·B2B·네트워크 관련 기능은 각 사업부문 직속으로 편입했다. 의사결정 단계를 줄이고 현장 대응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토탈영업TF를 폐지하고 소속 인력을 고객 서비스와 보안 등 현장 수요가 높은 영역으로 16일 재배치했다. 해당 조직은 김영섭 전 대표 시절 전출·희망퇴직 등을 거부한 약 2300명 규모의 인원이 배치된 조직으로, 원직 복귀를 요구해왔다.
IR 통해 주주에 약속한 것들
주주환원과 자산 효율화 계획도 함께 제시됐다. KT는 2028년까지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추진하고, 올해 9월까지 2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예정이다.
비핵심 자산 정리도 병행한다. 전략적 효용성이 낮은 비영업·비핵심 부동산 자산에 대해서는 유동화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자산 효율화는 재무적 효율성과 기업가치 제고 관점에서 검토하고 있으며, 확보 재원은 재무적 효용을 고려해 자본배치 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저수익 사업 정리와 체질 개선 효과가 본격화할 경우 배당 확대 여력도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KT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28조2442억원, 영업이익 2조4691억원을 기록했고, 4분기 결산배당은 주당 600원으로 확정했다.
정원석 신영증권 연구원은 “(KT는) 그동안 진행해 온 저수익 사업 합리화 및 체질 개선 작업의 효과가 본격화될 예정”이라면서 “올해는 3개년 배당정책을 새롭게 수립하는 해로, 적극적인 주주환원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잉여현금흐름도 여유로운 만큼 신규 배당정책을 통한 배당 확대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구조 개편’ 이후가 진짜 시험대…내부 융합이 관건
박 대표는 취임 직후 “통신 본연의 경쟁력인 ‘단단한 본질’을 다지는 것이 고객 신뢰 회복과 혁신의 출발점”이라며 “초개인화 및 산업특화 AX 역량을 극대화하는 ‘확실한 성장’의 선순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통신 사업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하면서, AI와 데이터, 플랫폼으로 성장축을 옮기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외부 인재 중심 인사가 내부 조직과의 충돌로 이어질 수 있고, AI 사업 역시 아직 수익화 초기 단계다. 통신 본업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신사업 수익을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동시에 존재한다.
결국 슬림해진 조직이 실제 AI 사업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느냐가 박윤영 체제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관련 평가는 구조 개편 자체보다 그 이후 실행력과 성과 입증에 달려 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