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각투자(STO, Security Token Offering)는 미술품·음원·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디지털 토큰으로 쪼개 소액 투자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다. 이 중 장외거래소란, 이 같은 조각 형태의 증권을 투자자 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도록 연결하는 유통시장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월 정례회의에서 수익증권 장외거래중개업 예비인가 안건을 의결했다. 한국거래소(KRX)가 주도하는 KDX 컨소시엄과 NXT(넥스트) 컨소시엄을 예비인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두 컨소시엄은 6개월 이내에 예비인가 조건을 이행한 뒤 금융산업구조개선법상 출자승인과 본인가를 신청해야 한다. 본인가를 최종 승인받으면 공인된 조각투자 유통 플랫폼으로서 정식 영업에 돌입하게 된다.
이 중 KDX컨소시엄에는 부산 소재 주요 금융기관이 이름을 올렸다. BNK금융그룹(부산은행·경남은행),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비단’ 등이 참여해 사실상 부산 컨소시엄으로 불린다. 이들은 조각투자 거래를 전담할 장외거래소와 본사를 부산에 설립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서울 중심의 전통 금융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 금융기관과 디지털 기업이 손잡은 ‘지방 분권형 금융 혁신 모델’이 금융당국의 공식 인정을 받았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부산은 그동안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를 통해 금융, 부동산집합투자 등 다양한 영역에서 블록체인·토큰경제 실증사업을 진행해 왔다. 일부 사업은 관련 법령 개정으로 이어지며 제도 개선 성과도 냈다. 이번 STO 장외거래소 추진은 이 같은 실증 경험을 제도권 자본시장 인프라로 확장하는 ‘2라운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본인가를 거쳐 거래소가 부산에 설립될 경우, 지역 특화 산업과 연계한 자산 토큰화도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시 측은 기대감을 표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현재 거래소 본사 등록과 전산실 설치 등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이다. 내년부터는 IPO 이전 단계의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시민 공모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시민이 직접 지역 상품에 투자하는 새로운 생태계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과 융합될 때 실질적인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며 “조각투자 장외거래소와 STO 법제화는 분산장부 기반 디지털 금융으로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 영역으로 분류되는 토큰증권(STO) 사업에 은행이 뛰어드는 배경에는 향후 디지털자산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호 타이거리서치 연구원은 “현재의 파트너십 경쟁은 단순한 시장 선점을 넘어 규제 설계 경쟁에 가깝다”며 “제도 정비 이전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시장 구도를 선점하고, 이를 향후 규제의 기준으로 만들기 위한 포지셔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부산 블록체인 특구의 대표 플랫폼으로 꼽히는 비단의 연간 거래 규모가 미미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추가 장외거래소 신설이 실질적인 유동성 확보로 이어질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한 블록체인 업계 전문가는 “비즈니스 기회를 열어주려면 세제 혜택이나 거래소 신설보다 좋은 기업과 자산을 유치하는 전략이 먼저였어야 한다”며 “법·제도 정비가 미완인 상태에서 플랫폼만 앞세우면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 역시 “토큰증권법은 하위법령이나 구체적인 표준의 정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은 상태”라면서 “분산원장을 활용한 거래를 통해 기존의 전자증권보다 경쟁력 있는 사업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사이버 보안과 자금세탁방지(AML) 역량도 사실상 은행·증권사에 준하는 수준이 요구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향성 자체는 의미 있게 보고 있지만, 유동성 확보뿐 아니라 이용자 보호, 사이버 보안, 자금세탁방지(AML) 등 은행·증권사에 준하는 보안과 내부통제 역량을 충족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KDX컨소시엄 참여사인 BNK금융 관계자 역시 “관련 시장과 제도가 형성되는 초기 단계인 만큼 투자자 보호, 제도적 안정성 등을 함께 살피며 신중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은희, 김태은 기자 joy@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