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7일 (3)
직장 내 괴롭힘 금지 7년…제도 외형 넘어 ‘실질’ 점검할 때

직장 내 괴롭힘 금지 7년…제도 외형 넘어 ‘실질’ 점검할 때

승인 2026-06-09 06:00:06 수정 2026-06-09 09: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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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가 시행된 지 올해로 7년을 맞는다. 지난 2019년 7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도입된 이 제도는 기업 현장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제도의 외형적 정착과 실질적 작동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

최근에는 단순한 조직 갈등을 넘어 부당 인사·전보·징계·해고, 업무상 질병, 손해배상 청구까지 연계된 복합 분쟁이 늘고 있다. 사용자의 조사·조치 의무와 피해 근로자의 권리구제 절차를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핵심은 ‘세 가지 요건’ 충족 여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직장 내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한다. 판단의 핵심은 △우위성 △업무상 적정 범위 초과 △신체적·정신적 고통 발생 또는 근무환경 악화, 이 세 가지 요건이다.

고용노동부는 공개적 폭언, 집단 따돌림, 반복적 모욕, 업무 배제, 과도한 감시 등을 대표적 유형으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는 지시·평가·교육은 원칙적으로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 근태 불량에 대한 경고, 업무능력 부족에 대한 개선 요구, 인사평가에 따른 피드백 등은 상당성이 인정되는 한 정당한 지휘권 범위로 본다.

판례도 같은 기준을 따른다. 회의 중 반복적 폭언과 인격모독성 발언, 장기간 업무 배제 등은 정신적 고통과 근무환경 악화가 인정될 수 있다. 업무와 무관한 사적 심부름 강요나 특정 직원에 대한 지속적 고립 행위 역시 사회통념상 허용 범위를 벗어난 행위로 판단된 사례가 축적되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업무배제형 괴롭힘’

현장에서 자주 쟁점이 되는 유형은 ‘업무배제형 괴롭힘’이다. 육아휴직이나 병가 복귀자의 기존 업무를 회수하고 별다른 역할 없이 대기하게 하거나, 회의·보고 체계에서 제외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법원은 업무를 전혀 부여하지 않거나 의미 없는 업무만 반복 부여하는 행위도 인격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사안은 산업재해 신청과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기업 입장에서도 조기에 적절한 보호조치를 취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중요하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되면 사용자는 즉시 객관적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필요하면 피해자와 행위자를 분리하는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소홀히 하거나 신고자에게 해고·전보·불이익 평가 등 불리한 처분을 하면 근로기준법상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피해 근로자에게 정신질환이나 우울증 등이 발생한 경우 산업재해 신청이 가능하고, 민법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도 병행할 수 있다.

오남용 문제, 현장의 또 다른 고민

제도의 확대와 함께 오남용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정당한 업무 지시나 성과 관리까지 괴롭힘으로 주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복적 업무 오류에 대한 시정 지시, 저성과자 면담, 규정 위반에 대한 경고가 모두 괴롭힘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도 사용자의 인사권과 지휘감독권은 업무상 필요성과 사회통념상 상당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 허용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인사상 우위를 확보하거나 징계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괴롭힘 신고를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무분별한 신고와 소문 확산은 조직 신뢰를 훼손하고 또 다른 갈등을 낳는다. 기업은 조사 단계에서 충분한 사실 확인과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해야 하며, 감정적 판단이나 형식적 조사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직장 내 괴롭힘 제도의 핵심은 ‘피해자 보호’와 ‘공정한 절차’의 균형이다. 정당한 지휘·평가와 인격권 침해를 구분하고, 신고 이후 객관적 조사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한 조직문화는 신고 제도의 존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상호 존중, 합리적 소통, 법리에 기반한 공정한 대응이 함께 이뤄질 때 제도의 본래 취지가 실현될 수 있다. 시행 7년을 맞은 지금, 제도의 외형보다 실질을 점검해야 할 때다.


위승원 승평노무사사무소 대표노무사
직장 내 괴롭힘 조사와 예방 교육, 노동분쟁 조정 등을 전문으로 하는 공인노무사다. 스타트업·중소기업 인사노무 컨설팅과 공공부문 징계위원 활동을 병행하며 현장 중심의 노동 이슈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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