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규 사업 없는데 예산 집행률은 6년 연속 100%
29일 쿠키뉴스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에 2019년~2024년까지 6년간 투입된 예산 총액은 416억2000만원에 달한다. 연도별로는 △2019년 17억1700만원 △2020년 42억3800만원 △2021년 112억6100만원 △2022년 148억3800만원 △2023년 92억4900만원 △2024년 3억1700만원으로 나타났다.
예산은 6년 연속 빠짐없이 집행됐지만, 특구 운영 성과는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2022년 이후 신규 실증과제는 끊겼고,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실적은 전무하다. 입주 기업 수 또한 2021년 이후 4년째 17개사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앞서 쿠키뉴스는 특구 운영 실적이 부진한 문제를 단독 보도한 바 있다.
성과 부진에도 예산이 매년 집행된 배경에는 특구 사업이 사실상 계속비처럼 운용되는 구조가 있다. 신규 사업으로 활로를 찾는 대신, 과거 지정된 사업들의 마무리 예산과 임시허가 유지를 위한 관리 비용이 지속적으로 지출된 결과다. 중기부 관계자는 “예산은 주로 실증 R&D 비용으로 쓰이고, 임시허가 기간에는 책임보험료나 이용자 고지, 각종 회의비 등 유지 비용 위주로 지출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특구 재원이 미래 먹거리 실험이 아닌 기존 사업의 사후 정산과 현상 유지에만 소진됐다”며 “결국 혁신 공간이 아닌 유지·관리소로 전락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부산 블록체인 특구의 실패는 △기획 단계부터의 결함 △정부 부처의 장벽 △지자체의 정책 연속성 단절 △부산 특구 지정의 차별성 부재 등이 맞물린 결과라는 게 전문가·업계의 중론이다. 내부적 결함과 외부적 걸림돌이 동시에 작용하며 특구의 동력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패착은 블록체인 생태계의 핵심인 가상자산(코인·토큰)을 배제한 초기 설계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타 산업과 생태계를 만들며 성장하는 ‘네트워크 인프라’ 산업인 블록체인을 과거 공장 제조산업처럼 육성하려다 보니 확장성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정부가 가상자산 원천 금지 기조를 탈피하고 국제 정합성에 맞게 규제를 신속히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 부처 간 규제 충돌과 제도화 지연도 사업 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2024년 사업 수행을 앞뒀던 ‘실손보험 간편청구 사업’은 관련 법 통과로 실증 특례 실익이 사라졌고, 부산은행의 ‘디지털바우처 사업’ 역시 금융위의 반대로 무산됐다. 현재 임시허가 상태인 부동산 집합투자와 의료 마이데이터 사업도 각각 시행령 개정 지연과 관련 법안의 계류로 정식 제도화되지 못하고 멈춰 서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금융·의료 부처는 국민 재산 및 신체와 직결돼 법령 해석이 매우 보수적”이라며 “지자체 차원에서는 뚫기 힘든 장벽이 있다”고 토로했다.
정치적 환경 변화는 정책 연속성 단절로 이어졌다. 특구 사정에 밝은 한 블록체인 전문가는 “과거 지자체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사업이었으나, 시장 교체 이후 내부 우선순위에서 밀리며 예산 축소 기조로 돌아섰다”며 “정치 논리가 경제에 개입하면서 동력을 완전히 잃은 케이스다. 그 사이 서울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업 생태계가 안착하면서, 기업들이 굳이 부산으로 이전할 유인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부산 블록체인 특구의 존재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부산에 블록체인 특구가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특구를 알리고 기업을 유인할 전용 홍보 예산이 6년간 단 한 푼도 편성되지 않은 결과다. 중기부와 부산시는 “특구별 홍보비가 따로 없어 지자체 자체 예산이나 타 사업비를 쪼개 세미나 등을 개최해 왔다”고 해명했으나, 이 같은 땜질식 대외 마케팅이 초라한 기업 유치 성적표로 돌아왔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부산 특구가 기업을 끌어들일 실질적 유인을 만들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초기에는 규제 샌드박스로서 기대가 컸지만, 정작 새로운 기업 유입 없이 기존 지역 기업들이 이름만 올리는 데 그쳤다”며 “규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부산 특구를 선택할 메리트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자체 행정을 넘어 중앙 부처 차원의 파격적인 규제 완화와 인프라 지원이 뒷받침됐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블록체인 산업의 특성을 무시한 채 특구 유지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사업 철회까지 포함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강경론도 제기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정 당시부터 ‘블록체인은 특구 없이도 가능한데 왜 부산이어야 하느냐’는 회의론이 많았다”며 “방안을 논하기 전에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짚었다. 특구 유지를 전제로 한 보완책이 아닌 정책 목적과 수단의 유효성부터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산시 측은 해법으로 규제 패러다임의 전면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특례 부여와 안전성 검증에만 4~5년이 소요되다 보니 실익이 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시 관계자는 “권한 위임을 통한 선진형 자치분권 모델과 네거티브 규제 도입이 시급하다”며 “기업이 실제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클러스터 시너지와 고용 성과의 전제 조건”이라고 말했다.
최은희, 김태은 기자 joy@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