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3일 (6)
연어 대신 미세조류…그래비티, 비건 PDRN 샴푸로 탈모 시장 공략 [현장+]

연어 대신 미세조류…그래비티, 비건 PDRN 샴푸로 탈모 시장 공략 [현장+]

해양 미세조류서 PDRN 추출 성공…2주 사용 후 탈락 모발 73.66% 감소
“마케팅 넘어 원천기술 경쟁”…K-뷰티 소재 혁신 시험대

승인 2026-06-08 15:4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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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페놀팩토리 이해신 대표이사(좌측)와 정성진 폴리페놀팩토리 책임연구원. 그래비티 제공
폴리페놀팩토리 이해신 대표이사(좌측)와 정성진 폴리페놀팩토리 책임연구원. 그래비티 제공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화장품 업계의 경쟁 축도 브랜드와 마케팅 중심에서 원천 기술 확보로 이동하고 있다. 연어에서 추출하던 재생 소재 PDRN(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타이드)을 해양 미세조류에서 얻어 상용화한 사례가 등장하면서 소재 기술 경쟁에도 불이 붙는 모습이다.

폴리페놀팩토리는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신원료·신기술 설명회를 열고 ‘그래비티 PDRN 헤어 리커버리 샴푸’를 공개했다. 회사는 제주 해역에서 채취한 해양 미세조류를 배양해 고순도 PDRN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이를 탈모 기능성 샴푸에 적용했다고 밝혔다.

PDRN은 조직 재생과 항염 효과로 알려져 피부과와 재생의학 분야에서 활용돼 온 성분이다. 최근에는 화장품 업계에서도 PDRN을 적용한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며 새로운 기능성 원료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QY리서치에 따르면 PDRN 원료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1008억원 수준에서 2030년 1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다만 기존 PDRN은 대부분 연어 정소·난소나 철갑상어 알 등 동물성 원료에서 추출됐다. 원료 수급이 제한적인 데다 동물 복지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폴리페놀팩토리 이해신 대표이사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심하연 기자
폴리페놀팩토리 이해신 대표이사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심하연 기자
이해신 KAIST 화학과 석좌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동물성 PDRN은 효과는 뛰어나지만 생산 과정에서 환경적 부담과 지속가능성 문제가 있다”며 “해양 미세조류를 활용하면 동물을 희생하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PDRN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주 바다에서 채취한 미세조류를 순수 배양해 연구를 진행했으며 향후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술의 또 다른 특징은 PDRN을 샴푸와 같은 세정 제품에 적용했다는 점이다. PDRN은 물에 잘 녹는 수용성 물질이라 샴푸에 넣더라도 세정 과정에서 쉽게 씻겨 내려간다는 한계가 있었다. 폴리페놀팩토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접착성을 가진 ‘코아세르베이트(Coacervate)’ 전달 기술을 개발했다. 수용액 상태에서도 모발과 두피 표면에 성분이 남을 수 있도록 설계해 세정제에서도 PDRN 효능을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코아세르베이트는 물속에 존재하지만 물과 쉽게 섞이지 않는 특수한 상태”라며 “점막이 물에 씻겨 내려가지 않는 원리와 비슷하게 PDRN이 두피에 머무를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양 미세조류 유래 PDRN과 접착 전달 기술을 결합해 헤어케어 제품으로 상용화한 것은 최초 사례”라고 강조했다.

회사는 이번 제품에 새로 개발한 PDRN 복합체를 10만ppm 수준으로 적용했다. 기존 그래비티 샴푸에 사용되던 볼륨 개선 성분 ‘리프트맥스308‘에 더해 손상 모발 개선 성분 ‘리프트맥스615‘와 PDRN을 추가해 두피와 모발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임상 결과도 공개했다. 더케이피부과학연구소와 선진임상연구센터에서 진행한 인체적용시험 결과 제품을 2주 사용한 뒤 세정 시 탈락 모발 수가 73.6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회 사용만으로도 모발 뿌리 볼륨은 43.02% 개선됐고 24시간 후에도 95.89% 수준이 유지됐다. 두피 진정 지표는 68.04%, 모발 윤기는 61.62% 향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기술 개발은 최근 K-뷰티 산업이 원천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행사 축사에 나선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은 “K-뷰티가 세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앞으로는 연구개발(R&D) 기반의 원천 기술 경쟁력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마케팅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소재와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화장품 수출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되면서 원료와 특허 기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국내에서 PDRN 원료를 직접 생산하는 기업은 파마리서치가 사실상 유일했지만 이번 개발로 자체 생산 기업이 두 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폴리페놀팩토리는 향후 샴푸를 넘어 안구건조증, 조직 재생, 관절 치료 등 의료·바이오 분야로도 비건 PDRN 활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최성식 폴리페놀팩토리 CFO는 "글로벌 클린뷰티 시장에서 동물 유래 원료에 대한 검증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그래비티 브랜드를 중심으로 국내외 프리미엄 채널을 확대해 올해 400억원 수준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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