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내 자라 매장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32)씨는 검정 가방과 블라우스를 둘러보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SPA 브랜드라고 하면 저렴한 기본 옷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요즘은 디자인도 깔끔하고 소재도 좋아졌다”며 “명품처럼 로고가 크게 드러나지 않아도 세련된 분위기를 낼 수 있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명품 소비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특정 브랜드를 소유하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면 최근에는 브랜드보다 디자인과 분위기, 스타일링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실제 이날 찾은 타임스퀘어 내 COS와 자라, H&M 매장에는 각기 다른 이유로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H&M 매장에서 만난 소비자 박모씨도 비슷한 생각을 내놨다. 박모씨는 “요즘은 어떤 브랜드를 입었느냐보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더 중요하다”며 “명품 가방을 들더라도 옷은 H&M이나 자라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고, 여러 브랜드를 섞어 입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변화는 SPA 브랜드들의 전략에서도 확인된다. 단순히 저렴한 옷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명품의 무드’와 ‘고급스러운 스타일’을 구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자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자라의 모회사 인디텍스에 따르면 자라(Zara·Zara Home 포함)는 지난해 280억유로(약 44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그룹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자라가 합리적인 가격대의 기본 아이템과 트렌디한 디자인을 동시에 선보이며 폭넓은 소비자층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여기에 런웨이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한 일부 제품들은 ‘듀프(Dupe) 소비’와 맞물리며 젊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자라의 롱 숄더백과 꼬임 디테일이 적용된 크로스백이 보테가베네타를 연상시킨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명품 브랜드의 디자인 무드를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평가다. 자라 매장에서 만난 김지영(31·여)씨는 “명품 브랜드에서 본 것 같은 분위기인데 가격 부담이 적어 눈길이 간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H&M그룹 산하 브랜드인 COS는 미니멀한 디자인과 프리미엄 소재를 앞세워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명품과 대중 브랜드 사이의 이른바 ‘메스티지(Masstige)’ 시장을 겨냥하며 보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의 취향이 세분화되면서 SPA 브랜드들도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누군가는 명품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찾고, 누군가는 오래 입을 수 있는 고급 기본 아이템을 찾는다. 브랜드들은 이 같은 수요에 맞춰 서로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은 가격만이 아니라 디자인과 브랜드 이미지, 활용 목적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매 결정을 내린다"며 ”명품을 구매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명품과 SPA 브랜드를 상황에 따라 병행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어떤 브랜드를 입었는지보다 어떤 스타일을 연출했는지가 중요해졌다"며 ”명품과 SPA를 구분하기보다 각 브랜드의 장점을 조합해 자신만의 패션을 완성하는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