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6일 (2)
DX 조합원 이탈에 흔들린 삼성 최대 노조…초기업노조 과반 무너졌다

DX 조합원 이탈에 흔들린 삼성 최대 노조…초기업노조 과반 무너졌다

조합원 수 5만8470명으로 급감… 전체 임직원 절반 밑돌아
“반도체만 성과급 폭탄” DX 부문 조합원 대거 이탈
최승호 위원장, 오는 17일 재신임 총회 분수령

승인 2026-06-05 14:5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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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이 5월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총파업 예고 시점을 하루 앞두고 열린 3차 사후조정 회의를 마친 후 질문을 받고 있다. 공동취재단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이 5월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총파업 예고 시점을 하루 앞두고 열린 3차 사후조정 회의를 마친 후 질문을 받고 있다. 공동취재단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가 과반 노조 지위를 잃었다. 최근 임금협약과 성과급 합의 이후 비반도체 사업부문 조합원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삼성전자 노조 지형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는 전날 오전 기준 5만8470명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전체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사업보고서 기준 12만8881명이다. 과반 노조 지위를 유지하려면 전체 임직원의 절반인 6만4440명을 넘어야 하지만, 현재 조합원 수는 이를 밑돈다.

초기업노조는 한때 조합원 수가 7만6000여명에 달했던 삼성전자 최대 노조다. 그러나 2026년 임금협약과 성과급 합의 이후 조합원 이탈이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노사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가 시작되는 5월22일 오후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정문 앞에서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들이 주축이 된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 집행부가 잠정합의안 및 찬반투표 참여 범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가 시작되는 5월22일 오후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정문 앞에서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들이 주축이 된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 집행부가 잠정합의안 및 찬반투표 참여 범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갈등의 핵심은 부문별 성과급 격차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달 총파업 예정 전날 2026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을 도출했고,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최종 가결했다. 하지만 합의 과정에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에는 영업이익 연동형 특별경영성과급이 추가된 반면, DX부문은 기존 성과급 제도가 유지되면서 내부 반발이 커졌다.

DX부문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노조가 DS부문 요구에 치우친 합의를 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올해 DS부문 흑자 사업부 직원이 DX부문 직원보다 훨씬 많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조합원 이탈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도 노조별 찬성률은 크게 갈렸다. 초기업노조에서는 찬성률이 80%를 넘었지만,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에서는 찬성률이 20%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별 구성 차이를 고려하면 DS부문은 대체로 찬성한 반면 DX부문은 반대한 것으로 해석된다.

초기업노조 조합원이 줄어드는 사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과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 등 다른 노조의 가입자는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잠정합의안에 반발한 DX부문 직원들이 다른 노조로 이동하거나 결속을 강화하는 흐름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이 5월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총파업 예고 시점을 하루 앞두고 열린 3차 사후조정 회의를 마친 후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이 5월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총파업 예고 시점을 하루 앞두고 열린 3차 사후조정 회의를 마친 후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의 합의안 설명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최 위원장은 최근 사내 메시지를 통해 “정부에서 파업으로 가면 30분 내로 직권중재가 될 것이고 영업이익을 반영한 조정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가 실제 파업 대신 잠정합의안을 수용한 배경에 정부의 긴급조정 가능성이 작용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직권중재’라는 표현을 두고는 법적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필수공익사업에 적용되던 직권중재 제도는 폐지됐지만, 현행법상 긴급조정 이후 중앙노동위원회 중재회부 절차는 남아 있다.

최 위원장은 적자 사업부 성과급 적용 유예와 관련해서도 공동투쟁본부 판단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에서는 합의안에 대한 책임을 정부 압박과 공동투쟁본부 판단으로 돌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초기업노조는 뒤늦게 쇄신안을 내놨다. 최 위원장은 DS와 DX를 나눠 각각의 요구를 수렴하는 ‘투트랙’ 교섭 체계 개편 방침을 밝혔다. 집행부도 DS 5명, DX 3명 체제로 분리 운영하겠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DS·DX 분리 교섭론이 오히려 갈등을 제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삼성전자 DS와 DX 임직원 비율은 약 6대 4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DS 5명·DX 3명 체제는 DS 비중을 더 높이는 구조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과반 노조 지위 상실로 초기업노조의 향후 교섭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과반 노조는 개별 교섭과 노사 협상 과정에서 대표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조합원 이탈이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 내 노조 간 주도권 경쟁도 다시 불붙을 수 있다.

오는 17일 예정된 최 위원장 재신임 총회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재신임 결과에 따라 초기업노조 지도부의 리더십 회복 여부와 향후 교섭 전략도 달라질 수 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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