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추세적인 상승세를 선보였던 국내 증시가 갑작스러운 급락장을 맞이했다. 그동안 활황기를 견인했던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상승세가 오히려 고변동성을 야기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서는 반등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따른 변동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장 초반인 오전 9시8분쯤 코스피200 선물지수 변동으로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발동 시점 당시 코스피200선물지수는 전일 종가보다 5.20%(71.84p) 하락한 1309.56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10번째 매도 사이드카다. 이에 따라 코스피 지수도 오전 9시55분 기준 장중 8069.43의 최저점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코스피 변동성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코스피는 지난 2일 8801.49에 거래를 마쳤다. 당시 장중 8933.62까지 치솟아 사상 처음으로 8900선을 돌파하면서 역대 최고가를 재차 경신한 바 있다. 이같은 상승세에 힘입어 한국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5조420억달러(약 7550조원)을 기록해 인도 거래소 시총(4조8430억달러)를 넘어 세계 6위에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그러나 단기간에 급락세를 선보인 점은 그동안 코스피 상승세를 주도해 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 주가 흔들림의 여파로 분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각각 350조9135억원, 256조57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4.83%, 443.53%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흐름 속에 고성능 메모리 수요 증가 급증으로 반도체 업종 슈퍼사이클(초호황기)가 본격화된 영향이다.
실제로 이날 오전 10시10분 기준 한국거래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전 거래일 대비 6.97%, 9.14% 급락한 32만7000원, 208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달말 기준 약 50%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두 종목의 주가 변동성에 코스피 지수도 덩달아 흔들리는 셈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한 높은 쏠림 현상을 우려 요인으로 지적한 바 있다.
이날 국내 증시 하락세의 주된 원인도 간밤 뉴욕증시에서 확인된 반도체 종목 급락세에 따른 악재가 국내 증시에 반영된 여파로 풀이된다. 4일(현지시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09%(23.02p) 하락한 2만6830.96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올해 회계연도 2분기 매출액 222억달러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를 밑돈 실적을 발표하면서 기술주 랠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특히 브로드컴은 연간 인공지능(AI) 반도체 매출 실적 전망치도 상향하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이에 따라 브로드컴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59% 폭락한 418.91달러로 주저앉았다. 아울러 마이크론 테크놀로지(-7.74%), ARM 홀딩스(-4.48%), AMD(-3.56%) 등 타 반도체 주요 종목도 함께 떨어졌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면서도 대내외적 불확실성과 쏠림 현상에 따른 고변동성 장세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코스피는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이나, 숨 고르기 없이 오르는 장은 아니다”라며 “우선 고금리 장기화 우려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여전히 중동 불확실성에 노출된 가운데 미국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아직은 실질적인 원유 공급 정상화와 거리가 있다. 이 과정에서 주식시장에 불리한 높은 금리 환경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도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8일 성장·물가·금융시장 등 주요 지표를 고려할 때 통화정책 방향이 명확하다며 연내 금리 인상 의지를 내비쳤다. 통상 금리 인상기에는 자산 가격에 대한 할인율을 높여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주가 폭등에 따른 단기 부담도 마주해야 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코스피는 2배 폭등하면서 역사상 가장 높은 연간 상승률을 시현하는 중이다”라며 “여전히 이익 컨센서스 추가 상향 등 상방 재료들은 남아 있으나, 반도체 등 AI 주도주의 독주가 만들어낸 업종 양극화와 같은 인식들이 단기적인 수익 확정 욕구를 제공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