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8일 (1)
“증권사도 속았다”…홈플러스 비대위가 ‘MBK’를 겨눈 이유

“증권사도 속았다”…홈플러스 비대위가 ‘MBK’를 겨눈 이유

회생 신청 전부터 준비했나…비대위의 의문
“대주주도 고통 분담해야”
“검찰 수사 범위 확대 해야”

승인 2026-06-07 06:09:03
이의환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ABSTB) 비상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MBK 김병주 회장을 구속하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임성영 기자.
이의환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ABSTB) 비상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MBK 김병주 회장을 구속하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임성영 기자.

“은퇴자금 7억원을 투자했어요. 우리 부부 생활비랑 병원비로 쓰려고 남겨둔 자금이었죠. 홈플러스는 안 망한다고 해서 투자했어요. 하룻밤만 더 참았으면 이 지경은 안 됐을 텐데...”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ABSTB) 피해자 A(81)씨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는 홈플러스 회생 신청 직전 상품에 가입했다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만난 이의환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이번 사태의 본질적 책임이 판매 증권사가 아닌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에 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 “착오에 빠뜨린 근본 원인은 MBK”

일반적으로 피해자들의 분노는 상품을 판매한 증권사로 향한다. 실제로 비대위 내부에서도 판매사를 상대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위원장의 생각은 달랐다. 투자자들이 상품에 가입한 경로는 증권사였지만, 그 증권사들 역시 홈플러스를 안전한 기업으로 믿고 상품을 판매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투자자와 판매사 모두를 착오에 빠뜨린 근본 원인을 따져 올라가면 결국 홈플러스와 MBK가 있다”고 짚었다. MBK·홈플러스가 당시 유동성 위기와 회생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자금 조달을 이어갔다는 것이 비대위의 의견이다.

비대위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불완전판매 문제가 아닌 ‘착오에 의한 투자‘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피해자들은 PB들로부터 “홈플러스는 안전하다”, “3개월만 맡기면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가입했다. 이 위원장은 “만약 회사의 실제 유동성 상황과 경영 위기가 제대로 알려졌다면 투자자들은 물론 판매사들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상품을 취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회생 신청 전부터 준비했나…비대위의 의문

비대위가 주목하는 부분은 홈플러스 회생절차가 결정된 과정이다.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강등 이후 단기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설명해왔지만, 피해자들은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회생 시나리오가 검토됐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등을 보면 회생 신청 이전부터 MBK 내부에 경영 위기 관련 보고가 이뤄졌고 여러 대응 시나리오가 검토됐던 것으로 안다”며 “신용등급 강등 이후 갑자기 회생을 신청한 것이 아니라 이미 내부적으로는 회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온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에 대해 MBK·홈플러스는 ‘적법한 절차에 따른 회생 신청’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기업이 어려워질 수는 있지만 중요한 건 위기 상황에서 어떤 노력을 했느냐”며 대주주의 자구 노력이 부족했음을 지적했다. 대주주가 직접 자금을 투입하거나 금융권과 협의해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는 대신 회생절차를 선택했고, 그 결과 투자자 피해가 더 커졌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폐점한 동대문구 홈플러스 부지에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해 철거 작업을 하고 있다. 임성영 기자.
지난해 말 폐점한 동대문구 홈플러스 부지에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해 철거 작업을 하고 있다. 임성영 기자.
“대주주도 고통 분담해야”

최근 메리츠금융이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의 연대보증을 요구한 것 역시 비대위가 MBK 책임론을 제기하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 회생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채권자나 신규 대출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대주주 역시 실질적인 부담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이 위원장은 “회생에 수천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이 필요하다면 최대주주인 MBK가 먼저 책임 있는 자본을 투입하는 것이 순서”라며 “익스프레스 매각대금으로 시간을 벌 것이 아니라 대주주가 직접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대위는 MBK가 보통주 전액 무상소각을 통해 이미 손실을 부담했다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투자금 손실과 회생 과정에서의 추가 책임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 위원장은 “이미 투자 손실을 봤다는 이유만으로 회생 과정에서 필요한 책임까지 면제받을 수는 없다”면서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이 있다면 결국 최대주주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의 법적 책임과 별개로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결단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금융회사들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선제적으로 보상에 나선 사례를 언급하며 “법적 책임만 따질 것이 아니라 시장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범위 확대해야”

비대위는 현재 민사상 손해배상보다 형사 책임 규명을 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 투자자 피해 회복 역시 결국 홈플러스와 MBK 경영진에 대한 수사 결과에 달려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위원장은 “피해자 상당수가 은퇴자금과 노후자금을 투자한 고령층”이라며 “수사가 길어질수록 피해 회복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 비대위는 이날까지 서울중앙지검과 금융감독원, 국회 등을 오가며 168차례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비대위는 검찰 수사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문제는 신용등급 강등 직전 발행된 전단채 몇 건만이 아니다”라며 “이미 2024년 말부터 유동성 위기와 회생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자금 조달을 이어갔다면 그 전체 과정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처벌이 아니다”라며 “MBK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고 피해자 보호와 정상화 방안을 내놓는다면 시장 신뢰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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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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