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5일 오후 입국, 재계 총수들과 만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낼 예정이다. 5일 저녁에는 서울의 한 삼겹살식당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과 함께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도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의 한 치킨집에서 이뤄진 ‘깐부회동’에 이어 소탈한 분위기에서 대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황 CEO는 오는 7일 두산베어스 홈경기에서 시구에 나선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시타를 하며 투타 호흡을 맞춘다. 황 CEO는 엔비디아 창립연도(1993년)를 의미하는 93번을 새긴 두산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른다. 박 회장도 두산 창립연도(1896년)를 의미하는 96번을 유니폼에 새기고 타석에 들어설 예정이다.
이번 방한의 핵심은 피지컬 AI로 꼽힌다. 피지컬 AI란 데이터센터 안에 머물던 AI가 로봇·자율주행·제조 현장 등 실물 세계로 나오는 것을 뜻한다.
황 CEO는 지난 1일 대만 타이베이 ‘코리아 파트너 나이트’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국은 뛰어난 기술 기업과 우수한 생태계를 갖추고 있으며 경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한국은 우리 생태계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엔비디아와 한국 기업들이 함께 해야 할 일이 정말 많다. 한국 로보틱스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공급망 협력에 머물던 엔비디아와 한국 기업들의 관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SK, HBM으로 이어온 끈끈한 동맹…한 발 더 나아가면

양측의 밀착 행보는 올해 들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황 CEO는 지난 2일 타이베이 ‘컴퓨텍스 2026’에 마련된 SK하이닉스 부스를 방문해 HBM4E 웨이퍼에 “더 많이 만들어 주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사인을 남겼다. 최 회장은 지난 1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과 함께 대만 GTC 타이베이에 참석, 황 CEO의 기조연설을 참관했다. 엔비디아와 SK그룹은 별도의 단독 회동도 가졌다. 최 회장과 황 CEO는 지난 2월과 3월에도 회동, AI 인프라 협력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HBM 공급을 넘어 차세대 메모리 공동 개발 등으로 협력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LG, 피지컬 AI ‘풀스택 동맹’…계열사 전방위 포진

LG는 계열사별로 피지컬 AI에 최적화된 고유 기술 자산을 갖추고 있다. LG전자는 60년 이상 세탁기·청소기 등을 통해 검증해 온 모터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로봇의 섬세한 움직임을 구현하는 데 사용되는 핵심 기술이다. LG디스플레이는 플라스틱 OLED 기술을 기반으로 사람 얼굴의 곡선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용 디스플레이를 CES 2026에서 선보였다.
LG이노텍은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협력해 야간·악천후에도 주변 환경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로봇용 ‘비전 센싱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협소한 공간에서도 높은 출력을 내는 원통형 배터리를 로봇에 공급한다. LG CNS는 제조·물류·유통 현장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로봇이 산업 현장의 언어와 규칙을 이해하는 ‘산업 지능’을 갖추도록 훈련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LG는 피지컬 AI에 대한 선제적 투자도 꾸준히 진행해왔다. LG AI연구원은
AI의 다음 단계로 피지컬 AI를 지목한 데 이어, 지난 1월 ‘피지컬 인텔리전스랩’을 새롭게 출범하는 등 피지컬AI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 로봇·자율주행 동맹…새만금 AI 기술센터까지 그릴까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의 파트너십은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 접어들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CES 2026에서 ‘인간 중심 AI 로보틱스’ 전략을 공개하면서 엔비디아를 핵심 파트너로 명시했다. 현대차그룹 피지컬 AI 실증의 핵심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아틀라스를 단계적으로 투입해 부품 서열 작업에 우선 활용하고, 오는 2030년까지 연간 최대 3만대 생산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HMGMA는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로 운영되는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DF)’으로, 로봇 학습과 실전 데이터 축적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겸한다. 엔비디아의 시뮬레이션 플랫폼과의 접목이 이 구조에서 핵심 고리가 된다.
대규모 투자도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북 새만금에 9조원을 투자, AI 데이터센터 등 혁신성장거점 구축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 엔비디아가 힘을 합쳐 ‘AI 기술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 로보틱스·소재 두 날개…엔비디아 생태계 깊숙이 파고든다

또 다른 축은 ㈜두산 전자BG부문의 동박적층판(CCL) 사업이다. CCL은 절연체 양면에 동박을 입힌 판으로, 전자제품 신경망 역할을 하는 PCB(인쇄회로기판)의 핵심 기초 소재다. 특히 방대한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해야 하는 AI 가속기에는 신호 손실을 최소화하고 고온의 가동 환경에서도 변형되지 않는 고성능 CCL이 필수적이다. ㈜두산 전자BG는 50년간 축적된 소재 기술력을 바탕으로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로부터 견고한 수주 잔고를 쌓고 있다. 전자BG는 CCL 품질 관련 세계적 수준의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네이버, LLM부터 피지컬 AI까지 ‘풀스택 동맹’

황 CEO도 지난 1일 GTC 타이베이 기조연설 무대에서 ‘NVIDIA ♥ NAVER Cloud’ 화면을 직접 띄우며 네이버클라우드를 글로벌 AI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공개 언급했다. 양사는 엔비디아의 개방형 LLM ‘네모트론 3 울트라’ 기술을 활용해 네이버의 초거대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고도화하고, 최적화 및 원천 기술을 공동 연구할 계획이다.
이번 방한에서 황 CEO는 이 의장과 회동에 이어 오는 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1784 사옥을 직접 방문해 AI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로봇과 AI가 건물 인프라에 녹아든 사옥에서 피지컬 AI 분야 시너지를 직접 점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